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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과거사가 미래 장애 안 돼야”

중앙일보 2013.02.15 00:56 종합 5면 지면보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서울 통의동 집무실에서 고노 요헤이 전 일본 중의원 의장을 접견하고 있다. [인수위사진취재단]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14일 한·일 관계에 대해 “일본이 피해자의 고통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입장에 서서 생각해주길 바란다”면서 “과거사 문제가 국민의 정서를 자극하고 미래지향적인 관계에 장애가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이날 서울 통의동 집무실에서 고노 요헤이(河野洋平·76) 전 일본 중의원 의장을 만나 “두 나라가 얼마든지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고노 전 일본 중의원 의장 만나



이에 대해 고노 전 의장은 “역사를 직시하고 진지하게 역사에서 배운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12년 전 일본 도쿄의 전철역에서 일본인을 구하려다 희생된 한국인 청년(고 이수현)의 고귀한 행동을 계기로 한국인에게 더 큰 감사와 신뢰·존경을 갖게 됐다”고 했다. 고노 전 의장은 1993년 관방장관 시절 위안부 문제의 강제성과 인권 침해를 인정하고 사죄하는 내용을 담은 ‘고노담화’를 발표한 인물이다.



 북한의 3차 핵실험과 관련, 박 당선인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겠다는 명확한 의지를 보여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진전될 수 있다”며 “북한이 도발하면 협상하고 보상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 도발은 전 세계를 적으로 돌리는 것이며 이를 통해 북한이 얻을 것이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도 했다. 고노 전 의장도 “국제사회가 함께 대응해서 북핵실험과 핵 보유라는 부적절한 사태가 없어져야 한다”며 공감을 나타냈다.



 박 당선인은 “고노 전 의장하고는 오랜 인연이 있다. 99년에 외상으로 계실 때 초청해주셔서 일본에서 뵙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2006년 한나라당 대표로 있을 때 남북 관계 발전 방향에 대해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난다”고 회고했다. 고노 전 의장은 “당선인께서 선거에 강하시다는 걸 안다”며 “어려운 선거였지만 일관되고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일본에서 봤다”고 덕담했다. 이에 박 당선인은 웃으며 “네. 어려운 선거였습니다”라고 답했다.



 고노 전 의장은 박 당선인 접견 직후 한·일 포럼 특별강연에서 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 총리가 발표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에 대한 비화를 공개했다. 그에 따르면 김 전 대통령은 “일본이 식민지 지배에 대해 명확하게 사죄의 뜻을 한 번만 문서로 표명해 주면 두 번 다시 이런 일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요구했고 오부치 당시 총리가 응했다고 밝혔다. 고노 전 의장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대해 그때(98년)까지 일본 측의 명확한 문서에 의한 사죄가 없었던 것은 부당한 처사였다”며 “일·한 관계를 안보와 경제적 이해관계뿐만 아니라 맹자가 말한 인의(仁義)를 바탕으로 구축하려고 했다면 이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대등한 입장이라기보다는 군사력을 배경으로 한국을 식민지화하고 진정한 친구로서의 신뢰 관계가 아니라 일본의 가치관을 강요했던 역사적 사실을 진지하게 직시하고 확실하게 반성하는 것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65년 체결된 한·일 기본조약에 대해선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죄 문구와 청구권에 의한 배상도 규정되지 않았다”며 “당시 한국 국내에서 반대 여론이 있었지만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전략적으로 큰 결단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를 되풀이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가 김대중 당시 대통령에게 “‘누구나가 참배할 수 있는’ 새로운 국립 위령시설을 건설하겠다고 구두로 약속하고도 일본 정부가 아직까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은 인의에 반하는 처사로 일본 정부는 빨리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세정·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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