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박제된 레전드? 한영애는 그런 가수 아니죠

중앙일보 2013.02.15 00:56 종합 25면 지면보기
한영애는 “20대로 구성된 밴드와 콘서트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내가 행복한 대중이 되기 위해서라도 함께 지금을 열심히 지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들이 연륜을 갖고 연주할 때쯤 어쩌면 저는 객석에 있을지도 모르니까요”라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한영애는 ‘레전드(legend·전설)’였다. 독특한 음악성과 마성이 넘치는 카리스마는 그에게 ‘마녀’라는 별명을 안겼다. 한영애가 지난해 ‘나는 가수다’ 무대에 섰을 때, 한영애를 사랑했던 적잖은 팬들은 가슴앓이를 했다. 그의 노래를 들을 수 있어 행복했던 반면, 1~7등을 다투는 경연이라는 틀을 안타깝게 여겼다.


3월 8~10일 세종문화회관서 ‘want you?’공연

 한영애는 ‘나가수’에서 한발 더 나아간 콘서트를 다음 달 8~10일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에서 연다. 콘서트 제목은 ‘want you?’. 독특하게도 ‘신청곡’을 미리 받아 들려주는 컨셉트다.



 네티즌의 신청곡 중 최종 확정된 건 김현식의 ‘넋두리’, 레이디 가가의 ‘본 디스 웨이(Born This Way)’, 장기하와 얼굴들의 ‘달이 차오른다, 가자’ 3곡이다. 강산에·유희열 등 후배 가수들이 신청한 한영애의 대표곡 ‘누구 없소’ ‘루씰’ ‘여울목’ 등도 들려준다. 서울 성북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 남의 노래는 잘 안 불렀는데, ‘나가수’ 이후 달라진 건지.



 “변한 건 하나도 없어요. 그냥 좀 더 많은 대중에게 인사하고 싶었어요. 내 노래를 들으며 수능을 준비했다는 10대를 보며 음악이란 정말 좋은 거구나 피부로 느꼈죠. 이번엔 철저히 대중에 의한, 대중을 위한 공연이에요.”



 - ‘나가수’ 출연으로 ‘레전드’가 깨지는 게 싫다는 이도 많았죠.



 “난 박제된 ‘레전드’는 되고 싶지 않았어요. 저 아직은 열정이 있거든요. 실망했던 많은 분들에게 그런 말씀은 드리고 싶어요. 정치도 아니잖아? 종교도 아니잖아? 그냥 한영애는 한영애입니다. 한번씩 나를 깨뜨려버리는 게 어떤 가벼움을 주더라고요. 삭발할 때도 그랬고. 예능이다 뭐다 하면서도 시청자나 참가하는 사람이 너무 그 프로를 심각하게 생각한다는 거에 놀랐어요. 좀 더 재미있었어야지. 돌림판을 계속 한다든지….”



 - 목소리는 여전하신데요.



 “변화를 느끼고 있죠. 치기 어리게 F까지 올라갔던 때를 기억하는 분들은 ‘이젠 한영애도…’라 하시겠지만 자연스러운 일인 걸요. 기본을 연습해서 찾을 수 있는 건 찾고, 안 되면 스타일을 바꾼다거나 할 각오는 하고 있어요. 가끔 스티비 원더나 비비 킹이 80세에도 오리지널 키를 하는 걸 보면, 아 자존심 상해, 하죠. 장르가 다르긴 하지만…. 이런 걸 말할 수 있다는 세월이 너무 좋아요. 나이 먹으면서 좋아진다는 게 맞아요.”



 - 예전 음악에서 보컬을 세션이나 편곡이 못 받쳐줬다는 느낌도 있었는데요.



 “그것도 제 역사고 제 게으름이죠. 노력한다고 음악적 업그레이드가 확실히 된다면 24시간 잠을 안 자겠어요. 아무도 모르는 일이죠. 물론 성실한 노력이 제일 큰 보상을 주는 건 사실이지만.”



 - 이상은 등 후배들이 본보기로 삼는 뮤지션이신데요.



 “나는 그들에게 많이 배우는데? 나도 그들 같으면 좋겠네….”



 - 블루스·록 등 여러 장르를 오간 건 그냥 흐름을 탄 건지요.



 “의도 반 흐름 반. 그땐 철저했죠. 치열했고요. 한때 인터뷰를 하지 말자고도 생각했죠. 글이란 게 토씨나 어미 하나에 따라 너무나 다르게 들리는 거예요. 기사 보고 내가 하지 않았던 말이나 의도가 아닌 건 혼자 밑줄 긋고 고치고 했어요. 그것도 개그지. 지금은 그런 것조차 즐겁습니다.”



 - 긍정적이시네요.



 “늘 좋아요. 세상에 부정할 게 몇 개나 있어요? 젊은 날이야 부정의 힘으로도 살지만.”



 - 어떤 미혼 예술가는 ‘음악하고 결혼했다’고 하는데요.



 “저는 아니에요. 삶이 우선이에요. 그러나 삶에 결혼이 우선은 아니지.”



 - 앨범 계획은 없나요.



 “계획은 매일 하죠. 저는 계획에 딱 맞춰서 앨범을 내는 사람들이 제일 부러워요. 신곡에 대한 갈증이야 있죠. 그래서 더 콘서트를 하고 싶나 봐요. 앨범은 박제되어 있을지 몰라도 라이브는 그렇지 않잖아요.”



 - 노래란 뭘까요.



 “정화제? 마음의 주름진 것을 다 펴잖아요. 소리를 낸다는 건 자기를 한번 털어내는 거예요. 저는 많은 분들에게 노래하는 걸 권해요. 콘서트엔 고깔 모자 쓰고 오세요. 개구쟁이처럼 노셔야죠. 관객들은 자신이 공연하러 온다는 생각은 안 하시는 것 같아요. 들어주는 것도 공연이고, 빛나는 환호성과 몸짓을 주는 것도 공연입니다.”



글=이경희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한영애= 1976년 ‘해바라기’ 멤버로 데뷔했다. 78년부터 6년간 극단 ‘자유’에서 연극 배우로 활동했다. 86년 솔로 1집을 낸 그는 ‘신촌 블루스’ 활동을 겸하며 시대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누구 없소’ ‘여울목’ ‘조율’ ‘루씰’ 등 많은 히트곡을 남겼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