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통부맨들이 PP·SO 이관 시도

중앙일보 2013.02.15 00:55 종합 6면 지면보기
국회 문방위 소속 민주통합당 위원들이 1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방송통신위의 방송진흥 업무가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될 경우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방송 관련 법령 제·개정권, 방송정책과 방송광고정책 등을 통해 언론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을 부여받게 되는 것”이라며 인수위의 정부조직개편안을 반대했다. 이어 “결국 방통위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정한 룰에 따라 행정적으로 처리하는 동사무소로 전락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왼쪽부터 노웅래·신경민·윤관석 위원, 유승희 간사, 장병완·배재정 위원. [뉴시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달 15일 여야가 각각 3명과 2명씩 방송통신위원을 추천하는 현행 합의제 아래서는 일관된 정책을 추진할 수 없다고 보고했다고 대통령직인수위 관계자가 14일 밝혔다.

“옛 재경부 모피아처럼 뭉쳐 원칙 어긋난다는 지적 묵살”



 방통위는 당시 “방통위의 방송통신발전기금 과 지식경제부가 관리하는 정보통신진흥기금 을 미래창조과학부가 통합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방통위 스스로 자신의 업무를 미래부로 옮겨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방통위 내 정통부 출신들의 ‘점령군 논리’가 그 배경이다. 점령군 논리란 방통위 내의 정통부 출신들이 미래부에서 다수를 점하기 위해 자신들의 업무를 미래부로 보내려는 걸 가리킨 말이다.



 방통위가 최근 지상파와 종편만 방통위에 남기고 방송채널사업자(PP)와 종합유선방송국(SO) 등을 미래부로 보내는 계획을 마련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라고 한다.



 방통위는 당초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 사실상 과거의 정통부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논리를 마련했다. 그러나 인수위원회가 방송과 통신·교육 등을 합한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하기로 하자 전략을 급히 수정했다.



 한 정통부 출신 인사는 “정부조직개편안이 나오면서 방통위 내에선 미래부에서 다수를 점해야 한다는 논리가 급속히 확대됐다”며 “정통부 부활 계획이 무산되자 바로 밤을 새워가며 점령군 논리를 만들어냈다”고 전했다. 그는 “미래부의 또 다른 축이 될 과학기술부 출신들은 지난 5년간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교육부 출신 공무원들에게도 밀리는 모습을 보인 만큼, 이들과 미래부에서 맞붙으면 충분히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논리였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방통위 관계자는 “옛 재경부의 모피아를 연상케 할 정도로 정통부 출신들은 똘똘 뭉쳐 미래부 장악의 큰 그림을 그렸다”며 “지상파와 종편만 남기고 PP와 SO 등을 미래부로 보내는 건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지만 철저히 묵살됐다”고 밝혔다.



 지금의 방통위는 2008년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가 통합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통합 당시 방송위원회의 본부 직원은 210명이었다. 이 중 75%인 150여 명이 방통위에 남았고, 나머지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 옮겼다.



 그러나 출범 당시 150명에 달하던 방송위 출신은 2013년까지 80명 선으로 줄어들었다. 현재 방통위 직원 수는 501명이다.



정통부 출신들이 사실상 방통위 출신들을 내몰다시피 했다는 게 내부의 얘기다. 방통위를 떠난 한 인사는 “방통위에 남았던 인력의 절반가량인 70명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직장을 떠났다”며 “방송위원회 부장급을 통합 후에 사무관으로 배치하고 외곽 부서로 돌리는 분위기에서 어떻게 버틸 수 있었겠느냐”고 했다.



 반면에 정통부 출신들은 실장 2명과 국장 10명 등 방통위 본부의 12개 국장급 자리를 모두 차지했다. 이계철 방통위원장 역시 정통부 차관 출신이다.



 정통부 출신들이 사실상 방통위를 점령한 결과 방통위는 방송 전문가 없이 운영되면서 지난 5년간 방송의 공공성을 훼손한 사건들이 줄을 이었다. 신성장동력이라던 통신정책까지 추진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다.



 이에 민주통합당 신경민 의원은 12일 국회 문방위 전체회의에서 “정통부 출신이 앞장서서 미래부를 접수해 대부(代父)가 되려고 애쓰고 있다”며 “차라리 방통위를 해체하라”고 비판했다.



강태화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