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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북한 핵실험을 보는 중국의 고민

중앙일보 2013.02.15 00:35 종합 33면 지면보기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
성균중국연구소장
북한이 다시 핵실험을 감행했다. 국제사회는 즉각 규탄 성명을 내고 유엔안보리도 새로운 제재 결의안을 만들고 있다. 여기에 외교 안보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이는 틀에 박힌 익숙한 장면이다. 문제는 지난 북핵 실험 때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현실적으로 북한에 대한 효과적인 제재가 어렵다는 점이다. 그래서 국제사회의 시선은 다시 중국을 향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 이후 5시간 만에 준비된 외교부 성명을 발표했다. 요지는 “핵실험을 ‘단호히 반대하고’ 한반도 비핵화, 핵확산 방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이 중국의 기본입장이며, 관련 국가들 모두 냉정하게 대처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6자회담의 틀 내에서 한반도 비핵화의 문제를 풀어가자”는 것이다. 지난 핵실험 성명과 비교해보면 거의 달라진 것이 없다.



 그러나 이러한 중국의 태도가 북한의 지정학적 트랩에 갇혀 속수무책으로 상황을 관망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주중 북한대사를 신속하게 외교부로 초치해 항의했고, 향후 북·중 관계의 위상 설정, 대북 지원의 방식과 규모, 국경에서의 경제협력 등 가용한 모든 카드를 올려놓고 검토하고 있다. 다음달 개최될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시진핑 체제가 명실상부하게 출범한다면 외교정책의 큰 틀에서 북핵의 굴레에 좀 더 자유로운 대북정책을 선보일 가능성도 있다. 다만 중국의 대북한 설득과 압박은 북·중 간 특수관계를 감안한다면 비공식적·비공개적 방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딜레마는 오히려 다른 곳에 있다. 우선 핵실험으로 핵능력을 시연한 북한에 대해 물리적 수단을 통해 불가역적 핵 폐기를 강요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여기에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원유와 식량을 끊고 북한을 압박할 경우 야기될 북한 체제의 불안정과 한반도의 위기 상황을 중국은 원치 않는다. 또 하나는 과거에 중국은 영향력을 사용하면 영향력이 사라진다는 이른바 ‘영향력의 딜레마’를 학습했다. 이미 2006년 제1차 핵실험 당시 중국은 ‘제멋대로’ 라는 거친 표현을 쓰고 역사상 처음으로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에 참여한 결과, 중국을 배제한 북·미 간 베를린 합의가 나타났다. 따라서 중국이 2009년 제2차 핵실험 당시 제재 결의안에 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북·중 관계를 재정상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과정에서 중국은 다시 6자회담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북한이 이미 6자회담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상태에서 이는 공허한 주장으로 들리지만, 중국은 다른 유효한 대안이 있는가를 되묻고 있다. 이와는 달리 내심 상황이 호전되면 6자회담을 통해 다양한 양자, 다자의 대화틀을 운용할 수 있고 그 의제도 북·미 관계 정상화와 같은 포괄적 협상의 여지를 찾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여전히 미묘하고 복잡한 국면이다. 한국도 모든 카드를 책상에 올려놓고 대북정책을 점검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한국의 핵무장이 국제사회에서 수용될 가능성이 없고, 체제전환(regime change)과 같은 강경한 대북정책도 그 국제정치적 파장을 고려한다면, 현실의 정책으로 선택하기는 어렵다. 힘들지만 새로운 협상의 길을 찾는 큰 외교가 필요하다. 여기에 한·중 협력의 중요성이 있다. 한·중 양국 새 지도부가 특사단을 상호 교환하여 상호 신뢰를 쌓고, 중국이 이번 북핵 실험 예고를 한국 정부에 사전에 알린 것은 좋은 신호다. 그러나 그 방식은 물 샐 틈 없는 한·미·중 공조가 아니라 한·미 공조와 한·중 협력을 동시에 추진하되, 북핵과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의 정치적 공간을 확보해 주는 것이어야 한다. 아무런 중재자가 없는 강 대 강의 국면은 한반도의 위기를 가중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이 희 옥 성균관대 교수 성균중국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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