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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지하철 투신에 손해배상 청구 어떻게 보십니까

중앙일보 2013.02.15 00:32 종합 35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지난 4일 오후 3시30분쯤 부산지하철 2호선 구남역 구내에서 25세 젊은 여성이 갑자기 선로에 뛰어들었다. 천만다행으로 달려오던 전동차에 부딪치지 않았다. 손가락 두 개가 잘리는 중상을 입었지만 생명엔 지장이 없었다. 이 사고로 2호선 전 구간 전동차의 운행이 11~13분씩 늦어졌다. 승객들의 승차권 환불 요구가 이어졌다. 지하철을 관리하는 부산교통공사는 891명에게 총 124만5000원을 되돌려 주었다. 다음 날인 5일, 교통공사는 이 여성을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구남역 사고와 달리 투신자가 숨지는 참극이 빚어지면 어떻게 될까. 부산도시철도에서는 올 들어 벌써 2명이 투신사고로 사망했다. 투신은 지난해에 10건(사망 8명), 재작년엔 11건(사망 5명)이었다. 사망사고가 한번 나면 뒷수습을 위해 20~30분가량 모든 전동차를 세운다. 승차권 환불액은 1회 평균 300만원이니 연 3000만원이다. 돈보다 더 큰 문제는 기관사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받는 정신적 충격과 스트레스다. 수습이 끝나면 역무원 등에게 며칠씩 유급휴가를 주지만 끔찍한 기억이 쉬이 가실 리 없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전철을 기다리다 사고를 목격한 일반 승객들에게도 평생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남긴다.



 부산교통공사가 선로 투신사고를 막기 위해 당사자 또는 유족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교통공사의 박정현 고객홍보팀장은 “투신자 중에는 무자력자(無自力者)가 많기 때문에 소송이 과연 실익이 있는지 의문인 것도 사실”이라면서 “사고 예방을 위한 계도에 무게가 실린 궁여지책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몰인정하다는 소릴 들을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손해배상 방안에 찬성이다. ‘오죽하면’이라는 온정주의를 접어야 한다고 본다. 여유가 없는 사람은 따로 배려하면 된다. 일본엔 철로 투신자에 대한 배상 청구 사례가 많다. 수천만원을 물리기도 한다. 덕분에 사고가 많이 줄었다.



 모든 역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한 서울에서는 투신사고가 거의 없어졌다. 그러나 스크린도어 설치율이 낮은 부산지하철이나 코레일 관리 구간은 여전히 사고가 잇따른다. 1개 역당 설치 비용이 지하는 50억원, 지상은 20억원이라니 결국 예산 문제다. 국토해양부가 스크린도어 증설 비용으로 신청한 100억원은 지난 국회 예결위에서 싹둑 잘려나갔다.



 하지만 스크린도어도 근본대책은 아니다. 역 구내에선 효과적이지만 자진(自盡)의 동기 자체를 없애지는 못한다. 모진 마음을 먹게끔 만드는 사회환경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옛날보다 형편이 나아진 건 분명한데 왜 자살은 줄지 않을까. 우리 각자의 마음에도 든든한 스크린도어 하나씩을 품고 다녀야겠다.



글=노재현 기자

사진=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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