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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 칼럼] 박근혜 승부수

중앙일보 2013.02.15 00:31 종합 35면 지면보기
박보균
대기자
박근혜는 시험대에 섰다. 북한 3차 핵실험은 기습이다. 대통령 당선인 박근혜는 13일 “정권교체기에 정부와 국민을 불안·혼란에 빠뜨리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 인식은 정확하다. 북한의 시기 선정은 교묘하다.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국정연설도 겨냥했다.



 시험대는 엄중하다. 북한 김정은의 성취는 위압적이다. 핵무기는 ‘절대 반지’다. 손가락에 끼는 순간 세상은 달라진다. 한반도 군사질서는 일거에 헝클어진다. “너 죽고 나 죽자”는 공포의 공갈은 통용된다. 그 무기의 실전배치가 ‘실제 상황’에 근접했다.



 한국의 군사력은 초라해졌다. 절대의 핵무기는 재래식 무기들을 평정한다. 신형 전투기·군함의 성능 과시를 허탈하게 한다. 한국의 자주 국방은 위기다.



 박근혜의 선택은 정면 돌파다. 그는 “북한이 핵 능력을 높인다 해도 외톨이가 된다. 핵으로 국력을 소모하면 무너지는 길을 자초한다”고 말했다. 그 발언은 “옛 소련이 핵무기가 없어서 무너진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는 데서 절정에 이른다.



 박근혜의 언어는 선언적 결의다. 미국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의 모스크바 압박을 떠올린다. 레이건은 소련을 붕괴시켰다. 박근혜는 결의로 승부수를 던졌다. 박근혜 방식이다.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의 핵 무장 야심에 다가섰다. 국방위원장 김정일은 벼랑 끝 전술을 유훈(遺訓)으로 전수했다. 그 전술은 협박과 협상을 번갈아 구사한다. 지루한 반복을 더한다. 상대방은 혼란 속에 탈진한다. 그 기만과 술수에 미국은 속절없이 당했다.



 박근혜의 정치·정책 접근자세는 일관성과 원칙이다. 일관성은 신뢰를 생산한다. 그는 토론·경청으로 내린 결정을 바꾸지 않는다. 결정을 밀어붙이는 냉정한 전사(戰士)로 나선다. 국내 정치에서 그것은 유효했다. 대중 지지의 바탕이다. 그는 그것의 적용범위를 확대하려 한다. 대북문제와 외교국방에도 일관성을 투사한다.



 그것은 ‘박근혜 독트린’으로 다져질 것이다. 그는 “도발에는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북한이 핵 보유국임을 주장하며 군축협상을 하겠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오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가와 오판-. 그 결연함의 표출은 배수진의 느낌마저 준다.



 ‘일관성’과 ‘벼랑 끝’은 성공 경험을 갖고 있다. 성취의 기억들은 충돌하면서 긴박감을 높인다. 남북한 체제의 진검 승부가 예고된 것이다. 그 결전 드라마는 한반도의 장래를 결판 짓는다. 박근혜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정착할지, 북한이 ‘핵 보유국 지위’를 얻을지가 판가름 난다.



 박근혜는 김정일을 경험했다. 2002년 5월 김대중 정권 말기다. 북한 초청으로 평양에 갔다. 박근혜와 김정일의 대좌 장면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 광경과 비교됐다.



6·15 때 한국대표단은 감격과 흥분의 얼굴빛과 말을 쏟아냈다. 반면 박근혜의 표정은 평소 같았다. 절제된 미소와 차분한 어조였다. 20대 퍼스트레이디의 경험은 ‘내공’으로 작동했다.



 당선인 책상에는 대응 카드가 놓여 있을 것이다. 미군 전술핵 재배치, 한국의 핵 주권 회복, 자위적 핵 무장, 대북심리전 재개 등이다. 비장한 결단과 고뇌를 요구하는 문제다. 결단이 무엇이든 전제가 있다.



 그것은 국민적 공감대다. 그것을 확장해야 추진력이 강화된다. 하지만 다수 국민은 북한 핵에 둔감하다. 한국 사회는 ‘관전자 심리’에 익숙하다. 그것은 6자회담과 햇볕정책이 장기간 던진 어두운 그림자 때문이다. 베이징 6자회담은 환상을 심었다. 협상으로 북핵을 푼다는 어설픈 착각이었다.



 그 후유증은 심각하다. 국민 사이에 도덕적 해이감을 퍼뜨렸다. 북한 핵은 ‘강 건너 불구경’이었다. 미국·중국이 처리할 문제라며 외면했다. 극렬 좌파는 북한 편이었다. 그들은 “북한 핵무기는 미국에 맞선 자위용”이라고 두둔했다.



 햇볕은 ‘작은 성취’가 있었다. 교류·지원 확대다. 햇볕은 ‘큰 손해’가 있었다. 거꾸로 우리 사회의 북핵 경계심을 약화시켰다.



 박근혜 새 정부는 잘못된 학습효과를 제거해야 한다. 효율적 방안은 문제 해결의 ‘주인의식’이다. 북 핵무기는 우리 문제다. 1차 이해 당사자는 한국이다. 그런 책임과 사명감이 국민의식 속에 자리해야 한다. 주인의식은 전략적 상상력과 단결력을 키운다.



 박근혜의 승부처는 취임 전에 등장했다. 승부는 시간과의 전쟁이다. 북한의 핵 무장과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은 악몽이다. 현실화되면 한국은 절대무기의 인질 신세가 된다. 국민의 삶은 근심과 고통에 시달린다.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주인의식은 북한의 핵 의지와 시간표를 뭉개는 출발점이다.



박보균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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