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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 달째 멈춘 금리정책…고민 깊어지는 한은

중앙일보 2013.02.15 00:30 경제 1면 지면보기
14일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2.75%로 동결했다. 4개월째다. 이날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정책 방향을 설명하다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금리 시계가 넉 달째 멈춰 섰다.


[뉴스분석] 기준금리 2.75% 또 동결

 한국은행은 1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2.7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1월부터 4개월 연속 동결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이날 “경기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변경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와 투자 등이 완만한 속도나마 개선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수출은 2월에도 증가세가 완만하게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금리 동결은 예고된 측면이 있다. 경기가 개선되고 있다는 한은의 경제 상황 인식이 지난달과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윤기 대신경제연구소 대표는 “예상된 금리동결”이라고 평했다. 지표만 놓고 보면 김 총재 얘기는 틀린 것이 아니다. ‘엔저’ 직격탄을 맞았다는 수출은 1월에 줄기는커녕 되레 11.8% 늘었다. 취업자도 32만 명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광공업 생산도 1% 증가했다.



 그러나 한 꺼풀을 벗겨 보면 과연 경기 호전이라고 볼 수 있느냐는 의문이 들게 된다. 수출의 경우 조업일수가 전년보다 많았던 영향이 컸다. 하루 평균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12월 7.5%에서 올 1월엔 2.5%로 뚝 떨어졌다. 특정 수준의 환율로 계약을 맺는 수출 관행 등의 영향으로 통화가치 하락 효과가 6개월~1년 뒤 나타나는 것을 감안하면 엔저의 공습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고 보는 것이 맞다. 광공업 생산은 연말 아날로그 방송 종료로 디지털 TV 판매가 늘고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를 앞두고 중소형 승용차 판매가 일시적으로 증가한 것을 빼고 나면 증가율이 0%다. 고용 역시 상대적으로 저임금인 50대와 60대 취업이 증가했을 뿐 20대와 30대 일자리는 도리어 감소했다.



 이런 이유로 시장에선 경기가 개선되고 있다는 한은의 진단이 오랜 경기 침체기에 나타나는 ‘착시’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는 여전히 최악이다. 박형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업들은 수출 여건이 좋지 않아 좀처럼 투자를 늘릴 수 없고 가계도 가처분 소득이 늘지 않아 꼭 필요한 소비가 아니면 하지 않고 있다”며 “상당수 투자자는 김 총재가 경기회복세라고 말한 데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기가 더 나빠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금리를 동결했다는 한은 주장은 자기 모순적인 측면이 있다. 요즘 같은 경기 침체기에 적극적인 통화정책 없이 경기가 회복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한은 태도에 대해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금리를 내렸어야 한다”(오정근 고려대 교수), “한은의 자신감이 부족하다”(박형민 연구원) 등 다양한 비판이 나온다.



 시중에선 한은이 새 정부의 경기 부양 의지를 확인하고 난 뒤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파다하다. 김 총재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은 서로 보완적인 관계이기 때문에 협의해서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것이 좋다”면서도 “그렇다고 (한은이) 해야 할 일을 미룬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타이밍을 일부러 늦추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와 보조를 맞추겠다는 생각은 분명히 한 셈이다. 사실 한은의 ‘타이밍 재기’를 무작정 비난할 수는 없다. 재정과 통화의 정책조합이 제대로 이뤄질 때 경기 부양 효과가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제적인 통화정책으로 경기를 보다 일찍 살릴 수 있는 기회를 한은 스스로 걷어찼다는 비판은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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