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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억 횡령’석방 순천지원, 보석률 1위

중앙일보 2013.02.15 00:22 종합 14면 지면보기
1000억원대의 학교 공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이홍하(75) 서남대 설립자를 보석으로 풀어준 광주지법 순천지원의 보석 허가율이 전국 최고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남대 설립자 풀어줘 논란
보석 허가 58% … 유난히 높아
법조계 “향판 영향력 센 탓”
지원장 향판이 맡는 게 관행

 14일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순천지원의 보석 허가율은 58.4%로 전국 평균 43%보다 15.4%포인트 높았다. 또 구속적부심 사건에서도 52.7%의 석방률을 보여 전국 평균인 21.4%의 두 배가 넘었다. 구속된 피고인이나 피의자에 대한 석방에 순천지원이 유독 관대하다는 지역 여론이 통계로 입증된 셈이다. 이씨의 보석을 허가한 순천지원 형사합의부는 지난 7일에도 초등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된 60대 남성을 보석으로 풀어줬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1년 9월부터 1년간 순천지원의 보석보증금 총액은 16억3000만원이었다. 이는 같은 전남의 목포지원(1억700만원)이나 장흥·해남지원(각각 9000만원)에 비해 숫자 0이 한두 개 더 붙는 수준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순천지원의 보석 허가와 구속영장 기각률이 높아 일부러 순천에서 변호사 개업을 한 사람이 있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역 법조계에서는 다른 지역보다 향판(鄕判)의 영향력이 센 풍토와 관련이 있다고 분석한다. 순천지원의 향판 수는 지원장을 포함해 5명으로, 전체 21명 중 23.8%로 광주지법 산하 지원 가운데 가장 비율이 높다. 법정관리 관련 비리에 연루돼 지난달 벌금 300만원이 최종 확정된 선재성(51) 전 광주지법 수석부장판사도 순천지원장을 지낸 향판이었다.



 순천 근무경험이 있는 검사 출신 법조인 K씨는 “순천 지원장은 향판이 맡는 게 인사 관행”이라며 “향판들이 퇴임해 현지에서 변호사 개업을 하면 후배 향판들과 자연스레 전관예우로 맺어지는 경향이 딴 지역보다 강하다”고 말했다. 2004년 ‘지역법관제’라는 이름으로 공식 도입된 향판은 임명되고 나면 최소 10년간 해당 지역에서 근무하게 된다. 지역 사정에 정통한 판단을 할 수 있지만 지역 유지들과 인연을 맺게 되고 종종 재판의 신뢰성을 의심받는 판결이나 결정을 내리는 경우도 있다. 광주의 한 변호사는 “호남 법조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순천이 법원과 변호사 간 분위기가 가장 좋은 곳으로 소문나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이홍하씨의 보석에도 향판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씨의 보석을 허가한 부장판사는 오랫동안 광주와 순천지역에서만 근무했고 이씨의 큰 사위와 동향 출신이자 사법시험 동기다.



최경호·김기환 기자



◆이홍하=전남 고흥 태생으로 20여 년간 고교 생물교사를 하다 광주시내에 목욕탕을 운영해 번 수입으로 부동산에 투자, 큰돈을 모았다. 1977년 자신과 부인의 이름을 한 자씩 딴 홍복학원을 설립한 뒤 광주 옥천여상(현 서진여고)을 시작으로 광남고·대광여고 등 고교 3개와 서남대·광주예술대(2000년 폐교)·한려대·광양보건대·신경대·제일대학원대학 등 대학교 6개를 설립했다. 이씨는 김대중(DJ) 정부 당시 실세로 꼽히던 광주지역의 박모·신모 등 국회의원과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 순천고·광주고·광주제일고 등 명문고 재직 당시의 제자들을 중심으로 한 법조인·교육관료 인맥의 폭도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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