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남대 설립자 풀어줘 논란
보석 허가 58% … 유난히 높아
법조계 “향판 영향력 센 탓”
지원장 향판이 맡는 게 관행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1년 9월부터 1년간 순천지원의 보석보증금 총액은 16억3000만원이었다. 이는 같은 전남의 목포지원(1억700만원)이나 장흥·해남지원(각각 9000만원)에 비해 숫자 0이 한두 개 더 붙는 수준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순천지원의 보석 허가와 구속영장 기각률이 높아 일부러 순천에서 변호사 개업을 한 사람이 있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역 법조계에서는 다른 지역보다 향판(鄕判)의 영향력이 센 풍토와 관련이 있다고 분석한다. 순천지원의 향판 수는 지원장을 포함해 5명으로, 전체 21명 중 23.8%로 광주지법 산하 지원 가운데 가장 비율이 높다. 법정관리 관련 비리에 연루돼 지난달 벌금 300만원이 최종 확정된 선재성(51) 전 광주지법 수석부장판사도 순천지원장을 지낸 향판이었다.
순천 근무경험이 있는 검사 출신 법조인 K씨는 “순천 지원장은 향판이 맡는 게 인사 관행”이라며 “향판들이 퇴임해 현지에서 변호사 개업을 하면 후배 향판들과 자연스레 전관예우로 맺어지는 경향이 딴 지역보다 강하다”고 말했다. 2004년 ‘지역법관제’라는 이름으로 공식 도입된 향판은 임명되고 나면 최소 10년간 해당 지역에서 근무하게 된다. 지역 사정에 정통한 판단을 할 수 있지만 지역 유지들과 인연을 맺게 되고 종종 재판의 신뢰성을 의심받는 판결이나 결정을 내리는 경우도 있다. 광주의 한 변호사는 “호남 법조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순천이 법원과 변호사 간 분위기가 가장 좋은 곳으로 소문나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이홍하씨의 보석에도 향판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씨의 보석을 허가한 부장판사는 오랫동안 광주와 순천지역에서만 근무했고 이씨의 큰 사위와 동향 출신이자 사법시험 동기다.
최경호·김기환 기자
◆이홍하=전남 고흥 태생으로 20여 년간 고교 생물교사를 하다 광주시내에 목욕탕을 운영해 번 수입으로 부동산에 투자, 큰돈을 모았다. 1977년 자신과 부인의 이름을 한 자씩 딴 홍복학원을 설립한 뒤 광주 옥천여상(현 서진여고)을 시작으로 광남고·대광여고 등 고교 3개와 서남대·광주예술대(2000년 폐교)·한려대·광양보건대·신경대·제일대학원대학 등 대학교 6개를 설립했다. 이씨는 김대중(DJ) 정부 당시 실세로 꼽히던 광주지역의 박모·신모 등 국회의원과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 순천고·광주고·광주제일고 등 명문고 재직 당시의 제자들을 중심으로 한 법조인·교육관료 인맥의 폭도 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