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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여친 '비밀사진' 올린 사이트 가보니

중앙일보 2013.02.15 00:17 종합 16면 지면보기
#이달 초, 미국에서는 ‘Texxxan.com’이라 불리는 일명 ‘복수의 포르노’ 사이트에 대한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애인과 헤어진 남성들이 이별에 대한 앙갚음으로 애인의 ‘은밀한’ 사진을 올리고 댓글로 평점까지 매기는 사이트다. 피해자 여성은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사이트에 올려진 사진으로 내 삶은 ‘살아있는 지옥’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국내도 ‘사이버 장의사’ 생길까
지금은 인터넷 개인정보 못 없애
자기 글 남이 퍼날라도 속수무책
외국선 이미 삭제 대행 서비스
이노근 의원, 잊혀질 권리법 발의

 #지난해 5월, 대법원에서 가수 MC몽(본명 신동현)이 병역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았다. 2005년 한 포털사이트에 병역법에 대해 질문한 글이 2010년 소위 ‘신상 털기’를 통해 밝혀지면서 법정까지 가게 됐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만 인정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받았다. 그러나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도 그가 다시 방송에 복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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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 인터넷상에 떠도는 개인정보가 상황에 따라 얼마나 치명적인 피해를 끼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들이다. 그럼에도 페이스북·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구글 같은 검색업체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웹에 떠도는 개인정보는 나날이 급증하고 있다.



 인터넷 관련 업계 출신인 성모(35·직장인)씨는 “일단 인터넷에 올리면 정보를 완벽히 삭제할 방법이 없다”며 “인터넷에는 아예 개인정보를 올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그래서 인터넷상 개인의 흔적을 지워주는 전문 서비스도 등장했다. 미국에서는 죽은 사람이 인터넷에 남긴 흔적을 대신 지워주는 ‘사이버 장의사’ 서비스가 인기다. 사이트 회원으로 가입해 300달러를 내고 죽은 뒤 자신의 인터넷 계정을 어떻게 처리할지 유언을 남긴다. 장의사는 사망신고가 접수되면 회원의 생전 요청대로 사이버상 흔적을 지워준다. 생전에 가입해 둔 사이트를 통해 데이트 신청이 오면 ‘저한테 관심을 보여주신 건 감사하지만 전 이미 천사가 되었답니다’라고 자동응답해 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살아생전 자신의 온라인 흔적을 지우는 걸 도와주는 사이트도 있다. 자살기계(www.suicidemachine.org)·세푸쿠(www.seppukoo.com) 등과 같이 SNS에 올라온 게시물을 모두 삭제해 주는 서비스다. 유럽연합(EU)은 인터넷상의 개인정보와 관련해 이른바 ‘잊혀질 권리’를 법으로 보장하는 정보보호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발표된 EU의 개정안에 따르면 소비자가 개인정보 삭제를 요청하면 업체는 완전히 삭제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이 이달 12일 온라인에 노출된 자신의 글을 삭제할 수 있는 법안을 대표발의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개인이 온라인에 올린 저작물 등에 대해 삭제를 요청하면 서비스 제공자는 대통령령이 정한 확인 절차를 거쳐 즉각 삭제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현행 저작권법에서 저작자는 동의하지 않은 저작물에 대해 복제 및 전송의 중단을 요구할 수 있을 뿐 삭제 요청을 할 수는 없다. 또 현행 정보통신망법은 삭제요청을 할 수 있는 경우를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이 있는 경우’만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당사자가 올린 글이라도 ‘퍼가는’ 형식으로 복제·전송되는 콘텐트를 삭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미약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관련 법안 추진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페이스북은 2010년부터 개인정보를 마음대로 삭제할 수 없도록 막았다.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는 “프라이버시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인터넷에 올린 이상 모든 건 공개되니 알려지길 원하지 않는다면 아예 공개하지 말란 의미다. 법률사무소 민후의 김경환 변호사는 “성급하게 (‘잊혀질 권리’ 관련 법안을)하기보다는 사회적 합의를 거쳐 신중히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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