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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체장애 삼남매의 빛나는 졸업식

중앙일보 2013.02.15 00:14 종합 18면 지면보기
지체장애 1급으로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며 공부해 14일 하동고등학교 졸업식에서 교장 특별상을 받은 성태근(45)·윤(40)·보숙(42)씨 남매(왼쪽부터). [사진 하동군]


“아무리 장애가 심해도 배움의 끈을 놓을 수는 없었습니다.”

하동고교 성태근·보숙·윤씨
7살 전후로 차례로 팔다리 못써
“힘들어도 배움 끈 놓을수 없었다”



 14일 오전 10시 경남 하동군 하동고등학교에서 열린 61회 졸업식에서 교장 특별상을 받은 성태근(45)·보숙(42)·윤(40)씨 삼 남매의 소감이다. 이들은 지난 3년간 정말 힘들게 공부했다. 휠체어 없이는 이동이 불가능하고 글을 제대로 쓸 수 없을 만큼 손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모두 1급 지체장애인기 때문이다. 숱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졸업한 이들을 지켜본 주위 사람들은 ‘인간 승리’라며 치켜세웠다.



 삼 남매는 일곱 살을 전후해 차례로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으로 팔다리를 제대로 쓸 수 없게 돼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주변의 도움 없이 공부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배움에 대한 열망이 컸다.



 이 소식을 듣고 하동 진교초등학교 측이 일주일에 3일, 하루에 4시간씩 방문수업을 해 줬다. 삼 남매는 집에서 공부하며 3년여 만인 2007년 뒤늦게 초등학교 과정을 동시에 마쳤다. 이어 그해에 하동 중앙중학교에 입학해 특수반 교사와 나이 어린 급우, 학교 측의 도움을 받아 가며 매일 6시간씩 공부해 중학교 과정을 무사히 마쳤다.



 2010년 3월에는 하동고 특수반에 동시에 진학했다. 오전에는 특수반에서 공부하고 오후에는 과목에 따라 교실을 옮겨 가며 공부했다. 다른 일반 학생과 거의 같은 수업 방식이다. 수련회나 수학여행, 소풍 같은 대외활동에도 열심히 참여했다.



 하지만 뛸 수가 없어 체육수업만은 받기 어려웠다. 대신 체육시간에는 그림 그리기나 독서, 신문 읽기 같은 자율학습을 했다. 차로 30분 거리인 등하교 때는 특수교육 보조교사의 승용차나 콜택시를 이용했다. 얼마 안 되는 농지에서 농사짓는 어머니 오봉점(68)·아버지 성재현(75)씨는 오전 4시면 일어나 등교를 도와주는 등 정성이 지극했다.



 학습도움실 하미진 특수교사는 “배우고자 하는 열정과 학업 태도는 다른 학생에게 뒤지지 않았다”며 “삼 남매 모두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관심을 두고 열심히 공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적은 좋은 편이 못됐다.



 삼 남매는 고교 졸업에 앞서 사회복지학과가 있는 진주·창원지역의 일반 대학 세 곳에 지원했지만 장애 때문에 쓴잔을 마셔야 했다. 그렇다고 포기하지는 않았다. 3월부터 경남 진주시에 있는 2년제 장애인 특수학교인 혜광학교에 나란히 진학해 전문교육을 받기로 한 것이다. 혜광학교에서 태근씨는 도예과, 보숙씨는 원예과, 윤씨는 포장조립과에 들어가 공부한다. 장래에 국회의원(비례대표)이 희망인 보숙씨는 “소중한 시간을 같이해 준 학우와 늘 따뜻한 마음으로 보듬어 주신 선생님께 졸업장을 바치고 싶다”며 “공부를 더 해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겠다”고 말했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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