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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주식을 ‘위험자산’이라 부르지 말자

중앙일보 2013.02.15 00:05 경제 10면 지면보기
박종수
금융투자협회장
사람들은 스스로를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본인도 모르게 수많은 판단 오류를 범한다. 특히 오래된 고정관념이나 편견으로 인해 종종 흑백논리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곤 한다.



 지금 우리의 주식시장 역시 사회적 고정관념에 갇혀 있는 듯하다. 예금·채권 등은 소위 ‘안전자산’으로, 주식은 ‘위험자산’으로 불리며 마치 주식에 투자하는 게 매우 위험하며 때로는 무모한 것인 양 간주되고 있다.



 물론 주식은 단기적으로 보면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 가격 변동성이 높고 손실을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길게 보면 어떨까. 실제로 와튼스쿨 제러미 시겔 교수에 따르면 지난 200여 년간 미국에서 주식은 단기적 변동은 있지만 대공황과 세계대전도 극복하고 언제나 장기추세선으로 되돌아오면서 10년에 두 배씩 자산가치가 높아졌다고 한다. 반면 흔히들 안전자산이라고 말하는 채권이나 예금의 경우 물가상승률을 넘지 못해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기간이 절반에 달했다. 오래 가지고 있을수록 손해였다는 얘기다.



 미국만이 아니다. 16개국을 대상으로 100여 년간을 분석한 『낙관론자들의 승리』라는 책에서도 주식 수익률은 모든 국가에서 채권 수익률을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도 비슷하다. 한국거래소가 1983년부터 2012년까지의 30년간 금융자산별 수익을 비교한 결과 주식은 예금보다 3.6배, 채권보다 1.7배 자산가치 증식효과가 있었다.



 이런 결과들은 주식이 예금이나 채권보다 위험하다지만 사실은 그 반대일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물가상승을 따라잡고 구매력을 유지할 수 있는 자산이라는 것을 방증한다.



 그러나 주식이나 펀드 투자에는 가장 중요한 원칙이 있다. 변동성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지속적 투자를 하는 것이다. 주식에 대한 투자수익 대부분은 짧은 기간에 발생하는데 시장 상황을 예측한 투자는 큰 수익이 발생하는 기간엔 주식을 보유하지 않거나 거꾸로 매매를 하기 쉽기 때문이다.



 사실 개인이 변동성을 이겨 내고 지속적 투자를 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장기펀드나 연금펀드 제도와 같이 정부의 정책적 도움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이제 주식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이 바뀌어야 한다. 인식을 바로잡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모르지만 우선 제대로 된 용어를 사용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본래 금융이론에서 말하는 ‘위험(risk)’은 미래의 불확실성으로 결과가 예상과 달라질 수 있다는 ‘변동성’을 의미한다. 이는 나빠지는 측면만을 말하는 ‘위험(danger)’과는 개념이 다르지만 우리말로는 모두 ‘위험’이다. 그러나 그동안 금융에서 불확실성을 나타내는 ‘위험(risk)’이란 단어를 빌려 주식을 ‘위험자산’으로 표현해 왔다. ‘위험자산’이라는 말은 부정적 편견이 쌓이게 하고 투기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용어다.



 언어는 사고를 지배한다. 전문가들은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염두에 두고 주식을 위험자산이라 무심코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용어가 대중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 준다면 좀 더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주식을 ‘위험자산’이 아닌 ‘투자자산’이라 부르자고 제안해 본다.



박 종 수 금융투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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