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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중견기업보다 대기업 계열사가 더 많은 한국

중앙일보 2013.02.15 00:05 경제 10면 지면보기
남민우
벤처기업협회장
다산네트웍스 대표
요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벤처·중소기업 챙기기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 정부들은 당선 첫해에는 정치나 민생 현안 같은 전 국민적인 문제를 우선 챙기고, 벤처·중소기업 문제는 2~3년이 지난 뒤에야 신경 쓰는 게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거꾸로 생각해 보면 벤처·중소기업 과제가 민생 최대 현안이 됐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이러한 변화는 지금까지의 대기업 위주 성장정책이 청년실업 문제를 포함한 일자리 창출에 큰 효과를 내지 못한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기업생태계의 불균형은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발표된 국세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전체 사업자는 520여만 개 정도다. 여기에는 480만에 달하는 개인사업자와 이의 10%에도 못 미치는 46만 개의 법인 기업이 포함된다. 법인 기업을 세분해 보면 매출 100억원 이상의 기업이 2만7000개, 매출 1000억원 이상 중견기업이 1300개, 그리고 자산 5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 대기업 집단 63개와 이에 속한 계열기업 전체가 1700개 수준이다. 정상적인 피라미드 구조라기보다는 네모난 바둑판 위에 조그만 돌 2개가 올라가 있는 기형적인 형상이다. 특히 향후 대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중견기업은 1300개로 너무나 적다. 1700개의 대기업 집단을 밑받침하려면 최소한 10배인 1만7000개의 중견기업이 있어야 하고, 이런 중견기업을 뒷받침하는 매출 100억원 이상의 탄탄한 중소기업은 최소한 백배인 17만 개 정도는 존재해야 바람직한 기업의 피라미드 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현재 12% 수준인 중견·대기업의 고용 비율이 50% 정도까지는 올라가야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떤 처방이 필요할까? 벤처 창업을 장려하고, 우수한 중소·중견기업을 많이 육성함으로써 대한민국의 기업생태계에 역동성을 불어넣는다는 정책 방향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다만 현재 중소기업이라는 정의 안에는 상위 3000개를 제외한 대다수의 법인 기업과 개인사업자가 포함돼 있다. 따라서 중소기업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상을 세분화해 각각의 그룹에 필요한 게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먼저 가장 하위 그룹에 속해 있으며 열악한 생존 환경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생존형 개인사업자들에게는 복지 차원의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 요즘 골목상권 논쟁의 주 대상인 이들이 무너지면 바로 정부의 복지예산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막다른 곳까지 내몰려 가게 문을 닫고 사회 하층민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무엇보다 생존을 위한 보호와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다음으로는 창업기업과 영세 중소기업에는 창업을 돕고, 창업 후 ‘죽음의 계곡’을 넘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창업 투자 관련 정책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에인절 투자 및 벤처캐피털, 기업 간 인수합병(M&A), 코스닥 상장이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함으로써 투자자금의 선순환이 일어나는 벤처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중견기업군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성장을 가로막는 불공정한 시장 환경과 제도적 불합리를 바로잡아 주고, 글로벌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중소·중견·대기업까지 모두 걸쳐 있는 고성장 기업군인 벤처기업은 일자리 창출과 성장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벤처기업들의 평균 근로자 수는 일반 중소기업의 6배 수준이고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투자비율 역시 대기업의 2배, 중소기업의 4배 이상에 달한다. 하지만 2001년 정보기술(IT) 거품이 터진 뒤 활력이 현저히 저하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버블 이후 벤처기업에 대한 정부 정책은 기업으로 치면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중심이 돼 관리해 온 셈이다. 벤처 들의 재정건전성은 좋아졌지만 신성장동력 발굴과 역동성 은 크게 저하됐다. 이제는 벤처정책에 정부는 최고경영자(CEO) 역할을 해야 할 때다. 일정 부분 모험도 감수하고 새로운 성장활력을 불어넣는 과감한 정책과 결단이 요구된다는 의미다.



남 민 우 벤처기업협회장·다산네트웍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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