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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한 북유럽 딴살림 시나리오

중앙일보 2013.02.15 00:00 종합 23면 지면보기
영국의 유럽연합(EU) 회원국 유지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발표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지난달 발언 이후 유럽의 장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도박에 가까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거대 유럽에서 떨어져 나가 고립될 영국으로서도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 간, 정치권의 협상이 아닌 일반 국민의 찬반투표를 통해 이를 결정하게 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브렉시트 이후 유럽 각국이 제각각 합종연횡하는 시나리오들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영국, EU 탈퇴 추진에 합종연횡설
실현 땐 세계 4위 규모 경제연합
독·프랑스, 최악 상황 막기 고심

 특히 영국 등 대서양 도서 국가, 스칸디나비아 반도 등 북유럽 국가들이 하나로 합치는 방안이 눈길을 끈다. ‘북유럽연합’에는 영국·스웨덴·노르웨이·핀란드·덴마크·아일랜드·아이슬란드·네덜란드 등이 속할 수 있다고 독일 디벨트의 칼럼니스트 구나르 하인존이 소개했다. 벨기에의 부유한 플랑드르 지방, 독일의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와 함부르크 등 북부 한자동맹 지역도 이들 국가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대부분 EU에 내는 기여금이 돌려받는 돈보다 많은 부유국이다.



 입헌군주국이 많은 가상의 ‘북유럽연합’ 면적은 380만㎢, 인구는 1억2000만 명이다. EU 인구(5억)의 4분의 1에 불과하지만 세계 4위 규모의 경제블록이 된다. 이 지역에서는 10개의 언어가 사용되고 있지만 대부분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해 EU보다 훨씬 결속력이 있다. 27개국으로 구성된 EU는 공식언어만 23개나 돼 의사소통의 어려움은 물론 막대한 유지비용을 치르고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발달한 복지제도를 가진 북유럽국가들이 합치면 강력한 ‘복지국가연합’이 된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남유럽의 그리스·스페인·이탈리아·포르투갈 등을 지원해야 하는 부담도 덜 수 있다.



 모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국이거나 파트너십 국가들이어서 군사적으로도 협력관계가 돈독하다. 석유와 가스 등 에너지도 풍부해 역내 자급자족이 가능할 정도다. 이들은 EU본부가 있는 브뤼셀의 관료주의적 태도를 못마땅하게 여겨왔다. 영국은 독일과 프랑스가 주도하는 현행 EU체제에 노골적인 반감을 표시해 왔다. 토빈세라 불리는 금융거래세 도입, 재정자율권 제한 등에 특히 불만이 많다. 북유럽연합 탄생은 EU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독일과 프랑스가 중심이 된 EU에서 미우나 고우나 영국과 함께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경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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