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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TEDchina(4) 브랜드 36.5°, 변신을 말하다

중앙일보 2013.02.13 18:37
사람의 체온은 36.5°, 1년은 365일이다. 그래서 회사 이름에 '3''6''5'가 들어간 업체가 있다. 패션 종합 컨설팅 업체인 ‘브랜드36.5°컨설팅’이 주인공(‘브랜드 36.5°’). ‘1년 365일 사람의 체온처럼 따뜻한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이 회사가 하는 일은 중국 의류업체에 패션 디자인을 파는 것이다. 한 마디로 규정하자면 ‘디자인 아웃소싱(Design Outsourcing)’업체다.



잘 알다시피 중국은 세계 최대 의류 생산국이다. 보잉기 한 대를 사기 위해 셔츠 수 억장을 만들어 파는 나라가 중국이다. 그런 의류 대국에게도 고민이 있었으니, 바로 디자인이다. 옷을 만들 하드웨어는 있는데 그 하드웨어를 굴릴 소프트웨어가 없는 것이다. ‘브랜드 36.5°’는 그 결핍을 파고들고 있다.









이 회사 신현숙 사장. 1990년대 초부터 중국을 드나들었으니, 경력 20년의 베테랑 급 중국비즈니스맨이다. 사무실은 강남, 그러나 전화를 걸면 중국에 있을 때가 더 많다.





“Septwolves(七匹狼)’, LILANZ(利郞) 등의 브랜드는 한 해 1조원 가깝게 매출을 올리는 중국의 대표 패션 브랜드들이다. 그 브랜드 업체들에게 디자인을 판다. 10개 정도 브랜드와 꾸준히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크게는 한 건에 7억 원을 받은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 돈이 많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해당 회사는 그 디자인으로 6개월 만에 120억 원의 매출액을 올렸으니 말이다.”



그에게 경쟁력을 물었다.





“감성의 힘이다. 고객들이 내 디자인에서 원하는 게 바로 한국 감성이다. 대장금의 감성, 싸이의 감성, 난타의 감성 말이다. 이는 내가 강남을 고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상하이나 광저우로 사무실을 옮기면 인건비 등 경비야 줄일 수 있을 게다. 그러나 내 고객은 우리 회사가 한국 강남에 있기 때문에 일을 맡긴다. 그들은 우리 회사로부터 한국의 감성을 직수입한다고 생각한다.”





신 사장은 “중국도 이젠 모방만으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아가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강남의 ‘브랜드 36.5°’사무실에는 지금도 30여 명의 디자이너들이 작업에 열공을 쏟고 있다. 중국인의 체형에 맞으면서도, 한국의 감성을 녹인 작품을 만든다.





시장 상황이 여유로운 것은 아니다. 중국 업체들도 이제는 차체 디자인(In-house Design)체제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요한 게 바로 변화다. 그의 얘기를 더 들어보자.



“한 번 시장 변화를 놓치면 곧 나락이다. 연구하고 공부하고, 교육 시켜야 한다. 요즘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있다. IT와 패션의 접목이다. 한국의 IT와 디자인을 결합한 상품이다. 영업비밀이라 구체적인 얘기는 해줄 수 없지만, 이미 중국에서 샘플 주문이 오고 있다. 잘하면 하반기 터질 수 있다.”



신 사장의 비즈니스 경력 자체가 변신의 과정이었다.



“1990년대 초 설립 당시 회사 이름은 ‘서현상사’였다. 중국 의류업체에 섬유를 수출했다. 재미도 봤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시장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값싼 중국 섬유에 밀려 수출이 점점 줄어들던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거래선인 중국 의류업체로부터 ‘한국 디자인 회사를 소개해 달라’는 제의를 받았다. ‘너희들이 필요한 게 디자인이니? 내가 하지 뭐…’. 그렇게 변화가 시작됐다.”



그는 회사를 디자인하우스로 탈바꿈 시켰다. 이탈리아·미국 등지에서 공부한 디자이너를 영입해 중국과의 접목을 시도했다. 회사 이름도 ‘브랜드36.5°’로 바꿨다. 평범한 섬유 수출업체에서 패션 종합 컨설팅 회사로 거듭난 것이다. 변신은 그런 것이다.



“중국비즈니스의 패러다임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바뀌고 있다. 중국을 아직도 제조업 대국으로 본다면 기회는 없다. 무엇을 만든다는 것을 매개로 한 비즈니스가 아닌, 그들의 소비생활에 무엇을 기여할 수 지를 따지면 길이 보인다.”



그는 지금 ‘여시구진(與時俱進)을 말하고 있다.



Woody 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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