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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북정책 출발도 전에 …

중앙일보 2013.02.13 03:00 종합 4면 지면보기
북한의 3차 핵실험이 이뤄진 12일 오후 박근혜 당선인은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만났다. 두 사람은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건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을 자초한 것”이라며 “정부 이양기에 흔들림 없이 일관된 대북정책을 견지하자”는 데도 합의했다.


상처 입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당선인 “북이 성의 있어야”
MB 만나선 “북, 고립 자초”
현 정부 강경기조 이어질 듯

 박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북한이 정권 교체기에 도발을 한 것은, 이런 시기에 우리 정부와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혼란에 빠뜨리려는 게 아니냐”며 “이럴 때 정파를 떠나 합심해서 일사불란하게 대처해서 조그만 틈도 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박 당선인은 서울 통의동 당선인 사무실에서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내정자로부터 북핵 현안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다. 김 내정자는 “북한 핵실험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규탄해야죠”라고 말했다. 박 당선인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정책의 수정 가능성을 묻는 질문엔 “핵실험이 확실하다면 옛날 같진 않겠죠”라고 했다. 새 정부 출범 13일을 앞두고 북핵이란 암초에 걸린 박 당선인 측의 고심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박 당선인의 대북정책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로 요약된다. 남북이 신뢰를 쌓아야 국제사회의 협력을 통해 남북관계도 개선될 수 있다는 게 요체다. 일방적인 대북 유화책 또는 강경책이 아니라 북한 지도부의 행동에 따른 맞춤형 대응책이다. 그러나 12일의 북핵실험으로 박 당선인의 대북정책 기조에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인수위 외교·국방·통일분과의 핵심 관계자는 “신뢰 프로세스의 전제는 강력한 (도발) 억지에 기반한 것으로 처음부터 이런 상황을 다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이라며 “북한은 끄떡도 안 하는데 일방적으로 신뢰를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건 (북한이) 강할 때는 강하고 유연할 때는 유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당선인은 최근 핵실험을 앞두고서도 여러 차례 핵실험 중단을 촉구하며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유화정책이 아니다”라고 했었다.



 이런 흐름에 비춰보면 당분간 남북관계의 화해무드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은 지난해 11월 8일 서울외신기자클럽 기자회견에서 신뢰를 벽돌 쌓기에 비유하며 “(북한은) 일련의 검증된 행동을 통해 벽돌 쌓아가듯 해야 신뢰를 할 수 있다. (그래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록 해야 한다”고 했었다.



 박 당선인은 12일 긴급소집한 인수위 회의에서도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속담이 있듯이 북한이 성의 있고 진지한 자세와 행동을 보여야 (신뢰 프로세스를) 함께 추진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으나 북한이 이를 외면한 이상 새 정부에서도 당분간 이명박 정부와 같은 대북 강경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박 당선인은 화해·협력을 기초로 한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뿐 아니라 인적·물적 교류를 중단하는 ‘5·24 조치’를 실행한 이명박 정부도 남북관계 개선에 모두 실패했다는 점을 지적해왔다. 인수위에선 5·24 조치의 해제 또는 완화 가능성이 거론됐었다. 하지만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5·24 조치 해제 카드는 당분간 힘을 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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