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캐나다 부부 "한국 휴지 향이 강한 건…" 폭소

중앙일보 2013.02.13 00:58 종합 22면 지면보기
사이먼과 마티나의 분장실엔 가발과 각종 소품이 가득하다. 유머는 ‘잇 유어 김치’의 핵심 키워드다. 이들 부부는 “’강남스타일’의 뮤직비디오를 보자마자 뜰 것을 직감했다”고 했다. 유머는 국제적인 언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실제 이들의 표정만 봐도 웃음이 나온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문화창업에 국적은 없다. 한국문화로 밥을 먹고 사는 외국인 부부가 있다. 그만큼 우리 문화의 세계화가 진행됐다는 뜻이다. 주인공은 캐나다 출신의 사이먼(30)과 마티나(30·여) 동갑내기 커플. 한국문화와 K팝을 소개하는 스타 VJ(비디오 자키)로 뛰고 있다,

문화 창업 리포트 ⑥ ‘잇 유어 김치’ 블로그 운영 사이먼·마티나



 이들이 운영하는 블로그 ‘잇 유어 김치 닷컴(Eat Your Kimchi.com)’. 심심풀이로 만든 곳이 아니다. 월평균 방문객 500만 명에 이른다.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약 50만 명, 동영상 누적 조회수도 1억1000만회에 달한다. 서울 서교동 ‘잇 유어 김치’ 스튜디오에서 이들과 마주 앉았다.



 부부는 토론토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2008년 5월 원어민 교사로 일하러 한국에 왔다. 북한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던 삼엄한 시기였다. 걱정하는 고향의 가족을 위해 도착하자마자 순두부찌개 먹는 모습을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 유튜브에 올린 게 시작이었다. 부천시 부천여고(마티나)와 상일중(사이먼)에서 각각 원어민 교사로 일하면서 틈틈이 한국의 음식·문화·음악 등을 포스팅했다.



 ‘잇 유어 김치’라는 이름은 캐나다에서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골고루 먹으라며 하는 말 ‘잇 유어 베지터블즈(eat your vegetables)’에서 착안했다. 한국에서 배달음식 시키는 법, 한국의 술 문화, 학생들에게 사랑 받는 영어 강사가 되는 법, 한국에서 유기견 입양하는 법 등 온갖 ‘하우 투(how to)’가 착착 쌓였다. 수입의 대부분은 블로그에 붙는 광고. 정확한 액수는 공개하기 어렵지만 강사 때보다 훨씬 살 만하다고 했다. 직원 한 명도 두고 있다.



 영문학 전공자답게 글재주가 있고 유머 감각도 뛰어나다. 가령 공중화장실 칸칸이 놓인 쓰레기통을 가리키며 “그래서 한국 휴지는 향이 진한가. 휴지를 넣으면 변기가 막힌다는데, 더 큰 똥은 어떻게 내려가지”라고 묻는다.



사이먼 부부가 제작한 ‘홍대 나이트 라이프’ 동영상. 오징어 안주를 소개하는 장면이다.
 -쓰레기통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한국은 스타벅스에서도 변기에 휴지를 넣지 말라고 써 있는데, 어떤 가이드북에도 그런 설명은 없었다. 한국에 오래 산 외국인은 화장실 갈 때 휴지부터 챙긴다.”



 -한국에 오기 전에도 K팝을 좋아했나.



 “전혀 몰랐다. 학생들과 친해지기 위해 빅뱅이나 원더걸스 같은 아이돌을 연구하다 그 블랙홀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업 VJ가 된 계기는.



 “낮엔 강의하고 밤엔 동영상을 촬영하는 게 힘들었다. 당시 구독자가 1만8000명이었지만 가능성이 보였다. 더 전문적으로 만들기 위해 2년 만에 사이먼이 먼저 강사직을 버렸고, 마티나도 1년 뒤 풀타임 VJ로 합류했다.”



 -비자 문제는 없었나.



 “오 마이 갓, 예스! 가장 큰 문제였다. 투자 비자를 받으려고 담당자에게 사업 모델을 설명하는데 자꾸 블로그에서 무슨 상품을 파느냐고 물어봐 힘들었다. 하긴, 우리 가족도 우리가 어떻게 돈을 버는지 이해 못한다.”



 -‘강남 스타일’이후 구독자가 늘었나.



 “아니다. 우리 구독층은 탄탄했다. ‘강남스타일’을 최초로 해외에 소개한 게 우리다. 오히려 싸이가 삼겹살이나 부대찌개를 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하.”



 -K팝이 ‘강남스타일’ 같은 히트작을 계속 낼 수 있을까.



 “K팝과 ‘강남스타일’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싸이는 아이돌도 아니고 섹시하지도 않고 자기만의 유머와 매력이 있는 사람이다. ‘강남스타일’은 싸이의 성공이지 K팝의 성공은 아니다. 가령 소녀시대가 쓰레기더미나 화장실에서 커버된다는 게 상상이 되나. 하지만 충성도 높은 고정 팬이 더 중요하다는 점에서 K팝은 이미 잘하고 있다. 다만 한국음악을 전세계 아이튠스에서 구매할 수는 없는 건 문제다.”



 -스튜디오는 모금으로 마련했는데.



 “‘클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전세계에서 3000명이 기부했다. 4만 달러를 목표로 잡았는데 무려 10만 달러가 모여 눈물을 흘렸다.” (스튜디오 한 켠엔 전세계 후원자들에게 보낼 답례품 상자가 쌓여 있었다. 때수건, ‘강남스타일’ 핫팩과 양말, 초코송이 과자 등이 담겼다.)



 -한국문화 중 가장 충격적인 걸 꼽자면.



 “열린 마음으로 한국에 와서 충격이랄 건 없었다. 처음 본 사람이 ‘어머, 색깔 예쁘다’라며 머리카락을 만지고 스킨십을 하는 데선 좀 놀랐지만 이젠 한국 친구들과 목욕탕에 가서 서로 등도 밀어준다.”



 -K팝과 한국문화 소개 중 반응이 더 좋은 건.



 “문화를 소개하는 비디오가 더 인기 있고 광고 수익도 크다. 한국 문화를 소개하면서 우리도 함께 배우고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글=이경희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 ‘잇 유어 김치’ 창업비용은 …



한국에서 외국인이 투자비자(D-8)를 발급받으려면 10만 달러가 필요했다. 부부는 1년간 라면과 김밥만 먹고 10만 달러를 저축했다. 마티나는 “한국인과 결혼하면 10만 달러가 필요 없다. 둘 다 외국인이라 고생했다. 다음엔 결혼 반지를 빼야겠다”고 말했다.



 시작은 단출했다.



싸구려 디카에서 시작해 본격적으로 블로깅을 하면서 400달러짜리 핸디형 캠코더를 구입했다.



3년 전부터는 1000달러짜리 DSLR(디지털 일안 반사식 카메라)을 쓰기 시작했다. 카메라 값보다 비싼 렌즈·삼각대·마이크·조명·사운드 믹스 등 추가로 구입해야 하는 품목이 차츰 늘어갔다.



 사이먼은 “스튜디오 보증금 2만5000달러, 월세도 내야 하고 직원 월급도 줘야 하고 내일 당장 새 컴퓨터와 조명도 사야 한다. 돈 들어가는 게 블랙홀 같다. 그래도 직원을 더 채용할 생각이 있을만큼 수입은 괜찮은 편”이라고 했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