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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경제 용어] 징벌적 손해배상제

중앙일보 2013.02.13 00:57 경제 10면 지면보기
최근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차원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 적용을 확대하자는 주장이 자주 나옵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상대로 부당하게 납품단가를 인하하도록 강요하는 이른바 ‘단가 후려치기’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하자는 주장이 대표적입니다. 또 중소기업에서 기술과 노하우를 쌓은 인력을 대기업이 부당하게 빼가는 행위도 이 제도를 도입하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는 전문가가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범위나 대상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중소기업 보호 위한 제도로 대기업이 손해 입혔을 때 몇 배로 배상하게 하는 것

 징벌적 손해배상제란 가해자의 행위가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일 경우 그 행위로 인해 생긴 손해액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배상하게 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말 그대로 배상은 배상인데, 벌을 주는 성격이 있는 것이죠. 현재는 하도급법상 대기업이 하청업체의 기술을 빼앗아간 경우에만 손해액의 3배가량을 배상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역사는 매우 깊습니다. 기원전 1700년께 함무라비법 같은 고대법에서는 피해자가 실질적으로 입은 손해액의 몇 배를 배상하게 하는 규정이 있습니다. 일종의 징벌적 손해배상이라고 할 수 있겠죠. 1275년 영국에선 ‘수도자에 대해 불법으로 권리를 침해하는 자는 2배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 조항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모든 제도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기 마련입니다. 나쁜 짓을 한 기업이나 사람을 단죄한다는 취지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모두 환영할 것 같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정부가 과징금 제도를 통해 기업의 불법행위에 대해 처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재계에서 ‘이중 처벌이자 과잉 처벌’이라고 반발하는 이유입니다. 또 ‘손해가 발생한 금액만큼 배상한다’는 민법 원칙을 위배한다는 법조계의 지적도 있습니다. 미국에선 2009년 연방대법원이 담배회사 필립모리스에 7950만 달러(약 844억원)의 징벌적 배상을 선고한 이후 많은 사람이 너도나도 소송을 제기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자칫하면 소송 남발로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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