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다큐사진 1세대 최민식씨 별세

중앙일보 2013.02.13 00:35 종합 28면 지면보기



“사람이 거기 있어 셔터 눌렀다”



























흑백 사진에 담은 그때 그 사람들을 만나러 갔을까.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 1세대 작가로 꼽히는 최민식씨가 12일 오전 8시40분 부산 대연동 자택에서 별세했다. 85세. 유족은 “3개월간 입원 치료를 받다 열흘 전 퇴원했다. 지병은 없었지만 과로가 겹쳤던 듯하다”고 전했다.



최민식




 고인은 1928년 황해도 연백에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평남 진남포에서 미쓰비시 기능자양성소를 수료하고 자동차 기능공으로 일했다. 화가의 꿈을 키우며 일본 도쿄 중앙미술학원에서 공부하던 중 헌책방에서 에드워드 스타이켄의 사진집 『인간가족』을 보곤 진로를 바꿔 독학으로 사진을 공부했다. 57년 라이카 F3 카메라를 메고 부산 자갈치시장으로 달려갔다. 양은그릇에 담긴 죽을 허겁지겁 먹던 거지 소녀, 생선 만지던 비린 손이 아이에게 닿을까 뒷짐 진 채 젖을 물린 어머니 등 ‘처진 사람들’ ‘약한 사람들’을 찾아 셔터를 눌렀다. 생전에 그는 “사람이 거기 있어 나는 셔터를 눌렀다. 그 사진을 보고 세상이 조금이나마 바뀌길 바랐다”고 말했다.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시절엔 ‘거지 사진 찍는 간첩’으로 신고당해 중앙정보부에 숱하게 끌려 갔다. 먹고살 만해진 요사이는 더러 “끝나버린 주제에 매달리는 이해할 수 없는 작가”로 폄하되기도 했다.



그가 56년간 사진가로 살아오며 붙잡은 주제는 ‘인간’이었다. 68년부터 2010년까지 펴낸 사진집 14권의 제목은 모두 ‘인간(Human)’. 지난달엔 이를 추린 사진 에세이집 『휴먼선집』도 냈다. 한국 사진문화상(1974)을 비롯해 동강사진상(2005)·국민포장(2008) 등을 받았다. 고인의 모든 자료는 국가기록원에 소장돼 있다. 2008년 사진 원판 등 13만여 점의 자료를 국가기록원에 내놔 민간 기증 국가기록물 1호로 지정됐다.



 지난해 6월 서울 롯데갤러리 본점에서 개인전을 열며 “제게 사진하라고 하느님께서 눈을 밝게 해주시고 건강도 주셨습니다”라며 정정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전시는 4월 그의 사진 인생 고향인 부산의 롯데갤러리 광복점으로 순회할 참이었다. 부음을 접한 사진계는 안타까워했다. 조세현씨는 트위터에 “소박한 사람들에게 늘 사진으로 위로를 주셨고, 저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셨던 위대한 ‘인간사진’ 작가였습니다”라고 적었다.



 “리얼리즘 사진가로서 나는 가난한 사람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 인간이 머무는 곳이 나의 사진영역이다”던 고인이다. 천국에도 가난하고 외로운 사람들이 있을까. 그렇다면 그는 늘상 그랬듯 거기서도 카메라 메고 다니겠다. 유족은 부인 박정남씨와 아들 유도·유진·유철씨, 딸 유경씨가 있다. 빈소 부산 용호동 성모병원 장례식장. 발인 15일 오전 5시30분. 장지는 국립영천호국원. 051-933-7485.



권근영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