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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문화수지 흑자 시대를 살려 나가려면 …

중앙일보 2013.02.13 00:27 종합 33면 지면보기
양성희
문화스포츠부문 차장
지난해 싸이 열풍 등으로 전 세계적인 K팝 열기가 뜨겁다. 한류, K컬처의 중심 축도 K팝으로 이동했다. 그로 인한 경제효과가 통계로 입증됐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는 국제수지 가운데 서비스수지의 한 부분인 개인·문화·오락서비스 수지에서 8550만 달러(약 933억2000만원)의 흑자를 냈다. 12억5260만 달러(1조3670억원)의 수입을 올렸고, 11억6710만 달러(1조2730억원)를 지급했다.



 영화·TV 프로그램·애니메이션·음악 등 한류산업을 포함한 이 분야에서 수입이 지급을 초과한 것은 1980년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바야흐로 문화수지 흑자 시대가 열린 것이다. 문화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의 대전환이다. 신한류의 주역인 싸이 열풍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싸이는 최근 지구촌 최대 축제의 하나인 브라질 카니발에도 참가했다.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의 카니발 축제에는 한국을 테마로 한 한류 퍼레이드가 펼쳐지기도 했다.



 2003년 ‘겨울연가’로 한류 열풍이 일었던 일본에서도 ‘신한류’의 중심은 K팝이다. 한국 영화 수출이 한풀 꺾인 2010년 이후 공백을 K팝이 메웠다. 한류동향분석협의체 보고서에 따르면 K팝의 일본 수출액은 2009년 2164만 달러(236억2000만원)에서 2010년 6727만 달러(734억2000만원)로 세 배가량 뛰었다. 요즘에는 신인 그룹들까지 일본으로 몰려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축배를 들 때는 아니다. 과제가 만만찮다. K팝의 국내 제작 시스템 미비를 우려하는 지적이 많다. 아이돌 댄스그룹들의 무분별한 진출이 공급 과잉을 불러올 것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한 음반기획사 대표는 “비슷한 컨셉트의 가수들이 우후죽순으로 몰려가 공연을 펼치니 몇 년 안에 식상해질 가능성이 크다. 록·힙합 등 장르를 다양화하고 질 높은 콘텐트를 제공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창작자의 권리 보장도 음악계의 숙제다. 최근 정일서 KBS라디오 PD는 성공회대 대학원 석사 논문 ‘한국 대중음악의 해외 진출 현황과 과제에 관한 연구’에서 “지나치게 싼 음원 가격, 창작 과정에 별다른 공헌이 없는 유통사가 높은 수익을 가져가는 현행 구조는 정상적인 시장 질서를 교란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국내에서 노래 한 곡을 내려받는 데 드는 비용은 약 600원. 애플 아이튠스의 국가별 곡당 다운로드 가격인 미국 99센트(1080원), 영국 99펜스(1690원), 일본 200엔(2360원)에 비해 턱없이 적은 액수다.



 전대미문의 문화 흑자 시대. 일회성 ‘낭보’로 그치지 않으려면 문화산업 시스템 전반에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탄탄한 내수의 뒷받침 없이는 수출이 마냥 늘 수 없을 것이다.



양 성 희 문화스포츠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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