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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오름세에도 부정적 전망 왜

중앙일보 2013.02.13 00:23 경제 3면 지면보기
미국 다우지수가 1만4000 선을 넘나들고 있다. ‘주가는 경제 앞날을 가늠해볼 수 있는 선행지수’라는 말이 맞다면 호황이 문밖에 와 있는 듯하다. 그런데 미국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내놓은 올 한 해 전망은 주식 투자자들만큼 밝지 않다.


미국 CEO 80% “널린 게 리스크 … 1분기 실적 나빠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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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로이터와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 주요 기업 63곳의 CEO들이 “올 1분기 실적이 나빠질 것 같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반면 “좋아질 것 같다”고 한 CEO는 17명에 지나지 않았다. 부정적-긍정적 전망 비율이 63 대 17이다.



블룸버그는 “부정과 긍정이 이렇게 큰 차이를 보이기는 2006년 이후 처음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라고 전했다.



 2006년은 호황의 끝물이었다. 미국 집값이 그해 7월 떨어지기 시작했다. 반면 주가는 가파르게 올랐다. 그런데 주요 기업 CEO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실적 전망을 낮췄다. 주식시장보다 빨리 다가올 역풍을 예감했던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월가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2006년 CEO 예측은 맞아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요즘 미국 기업 CEO들만 비관적인 게 아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회사인 PwC가 서방 CEO들을 상대로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 한 해를 ‘아주 밝게’ 본 응답자는 20%에 지나지 않았다. 이는 두 해 전인 2011년과 견줘 절반 수준 정도다.



 CEO들이 호황의 끝물도 아닌 요즘 앞날을 어둡게 보는 까닭은 무엇일까.



 반도체칩 메이커인 인텔 폴 오텔리니는 시장 구조 변화를 들었다. “전통적인 PC의 판매가 줄어들고 있다”며 “새로운 성장 엔진을 마련하고 있지만 앞날이 흐리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 CEO인 매릴린 휴슨은 “미국 워싱턴의 진퇴양난”을 가장 큰 리스크로 꼽았다. 그가 말한 진퇴양난은 부채한도 확대 협상이 미국 여야의 정치적 갈등 때문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그는 그 바람에 국방비가 삭감되면 “매출이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액정용 유리 제조업체인 코닝의 CEO인 웬델 윅스와 중장비업체인 캐터필러 CEO인 더글러스 오버헬먼 등은 유럽의 경기침체 등을 불안 요인으로 들었다. 바클레이스CEO인 앤터니 젠킨스는 금융회사 경영자답게 규제강화를 첫째 이유로 들었다. 금융회사가 자기 돈으로 증권을 사고파는 트레이딩이 규제 때문에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할 수 있어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단순 경기 변동이 아니라 금융위기 이후 경영 환경이 구조적으로 바뀌고 있고 재정위기 등 정치성이 짙은 변수들이 버티고 있어 서방 CEO들이 더욱 불안해하고 있다”고 정리했다.



 반면 비서방 CEO들이 내다본 올 한 해는 장밋빛이었다. PwC 조사에 응한 중국·러시아·인도·멕시코 CEO 가운데 60%가 “2013년 기업이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심지어 FT는 “유럽 재정위기 등을 활용해 회사를 업그레이드하려는 의욕으로 충만한 CEO들도 많았다”고 했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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