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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K팝스타’ 보아에게서 이 시대 ‘여성 리더십’ 희망을 보다

중앙일보 2013.02.13 00:22 종합 35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보아를 보았는가. 최근 한두 달간 나의 감탄과 찬사는 거의 보아를 향했다. 가수 지망생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 2’에서 심사위원으로 활약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다. 이 프로그램에선 심사위원인 보아와 양현석·박진영이 각각 출연자를 뽑아 훈련한 뒤 그 결과로 다시 평가하고, 다음 단계 진출자를 가리는 일을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반전 드라마를 연출하는 출연자들은 대부분 보아를 거친 이들이다. 한번은 보아가 중성적이고 어두운 이미지의 한 여성 출연자를 캐스팅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그녀는 이미 다른 심사위원에게서 한계가 있다고 찍힌 상태였다. 한데 그 후, 그녀는 매력적이고 섹시한 여성성을 강조하는 새로운 스타일로 변모해 나타났다. 내가 이 프로그램에 꽂힌 게 이 장면에서였다.



보아의 반전은 계속됐다. 반주에 맞춰 얌전히 노래 부르던 소년을 춤추는 저스틴 비버처럼 변신시켰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여성 출연자를 디바로 주목받게 했다. 16세 소녀에게 ‘이별의 아픔을 가슴으로 느끼며 노래하라’고 주문하는 한 남성 심사위원처럼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잠재력을 끌어내 변화시켰다.



 보아가 보여주는 모습은 전문가들이 꼽는 전형적인 ‘여성 리더십’과 통한다. 물론 요즘 나오는 여성 리더십 논의는 아직 담론에 머문다. 구체적 모형을 내놓기엔 여성 리더의 표본이 부족해서일 거다. 여성 리더십 담론의 핵심은 ‘유연성’이다. 여기에 포용·섬김·배려·소통·탈권위·투명성·진정성과 개인의 능력을 끌어내고 육성하는 능력을 요구한다. 힘과 권위, 수직적 권력관계에 의존한 남성 리더십이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지식사회를 견인하는 데 한계에 부딪치자 그 대안적 리더십을 여성성에서 빌려오려는 ‘희망사항’을 담고 있다.



 한데 여성 리더라고 여성 리더십을 저절로 타고난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박근혜 당선인은 여성 리더지만 불통·권위·폐쇄·고집의 리더십으로 주목받는 것처럼 말이다. ‘여성 리더십’ 담론은, 다만 남녀를 불문하고 이 시대 리더십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제시하는 새 모델일 뿐이다.



 실제로 새로운 리더십은 절박하다. “농경시대엔 종교, 산업시대엔 국가, 정보화시대엔 기업, 후기정보화시대엔 개인에게로 권력이 이동한다”는 제롬 글렌 유엔미래포럼 회장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이 시대의 가치는 뛰어난 개인이 창출한다는 걸 느끼고 있다. 바로 편견을 허물고, 다양성과 개인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이를 조화시키는 능력을 여성 리더십에서 찾자는 것이다. 이런 때에 ‘여성 리더십’이 담론을 넘어 실천으로써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의 맹아(萌芽)를 보아에게서 보아서 반가웠다.



글=양선희 논설위원

사진=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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