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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가드 쇼크’ 없었지만 한국 주식…

중앙일보 2013.02.13 00:16 경제 2면 지면보기
‘증시 전체로는 예측 불허 변수가 아니더라. 하지만 종목에 따라서는 영향이 클 수 있다’.


한국주식 매도 한 달 살펴보니

 한국 증시에 ‘뱅가드(Vanguard) 매물’이 쏟아진 지 한 달, 이 기간 국내 증권사들이 뱅가드의 행동을 분석한 결과다.



 미국계 초대형 펀드 운용사 뱅가드가 펀드 운용 기준(벤치마크) 변경을 이유로 한국 주식을 내다 팔기 시작한 것이 지난달 10일 전후. 총 25주에 걸쳐 한국 주식을 팔 것으로 예상돼 이제 6분의 1이 지났다. 전문가들이 한 달간 뱅가드의 매매 동향을 살피니 몇 가지 특징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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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영향력은 상당했지만 ‘쇼크’는 없었다. 이 기간 코스피 지수는 1991(1월 9일)에서 1950(2월 8일)으로 하락했다. 약 2%로, 폭이 크지는 않았다. 엔화 약세 탓에 지수 하락을 온전히 뱅가드 매물 탓으로 보기도 어려웠다. 지난달 외국인은 약 2조원을 순매도 했다. 이 중 약 70%가 주가지수 선물과 연계된 차익거래였다. 인덱스 펀드인 뱅가드가 내놓은 물량은 차익거래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뱅가드의 영향을 무시하긴 어렵다. 최근 세계 거의 모든 증시가 오름세인데 유독 지난달 한국과 말레이시아 증시는 하락했다. 공교롭게도 두 나라는 뱅가드가 펀드 운용 기준 변경 과정에서 임시로 사용하는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이머징 트랜지션 지수’에서 비중을 줄이는, 즉 뱅가드가 주식을 파는 곳이다.



 뱅가드는 예고대로 주식을 일정 비율씩 줄이고 있다. 운용 기준 변경 중 임시로 사용하는 FTSE 이머징 트랜지션 지수는 한국 주식을 1주에 4%씩, 총 25주 동안 줄이게 만들어져 있다.



KB투자증권에 따르면 이 지수의 한국 증시 비중은 1월 9일 14.72%였다. 매도 첫 주에는 13.98%, 둘째 주 13.45%, 셋째 주 12.37%, 넷째 주 11.73%가 됐다. 처음을 100으로 놓고 보면 한 달 새 20%쯤 줄었다. 대략 미리 정한 속도대로 판 것이다. 어느 날 몰아 매물 폭탄을 내놓는 식의 갈지자 행보는 없었다. 주식시장에 충격이 크지 않았던 것도 그 덕이다. 따라서 앞으로도 돌발 변수는 없을 것으로 전문가는 예상한다.



 또 특정한 매매 유형은 나타나지 않았다. 김승현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지난 한 달간 추이를 보면 특정 요일에 매매가 집중되는 현상은 찾기 어려웠다”며 “매매 유형에 대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특정 유형은 없었어도 매도에 대비할 수 있는 힌트는 나타났다. 뱅가드는 보유한 한국 주식 비중을 4%씩 고르게 줄이지 않고 골라 팔았다. 종목에 따라 파는 속도가 달랐다. 그 결과 코스피 지수 전체에는 뱅가드가 ‘상수’였지만 특정 종목에는 ‘변수’가 됐다.



키움증권 전지원 연구원은 “유통 물량이 풍부한 대형주부터 줄였다”고 밝혔다. 시가총액 상위 40개 종목은 갖고 있던 물량 중 이미 21%를 팔았다. 시총 81~111위의 중형주는 15.3%만 팔았다. 국내 증권사들이 FTSE 자료를 분석한 데 따르면 뱅가드는 한 달간 SKC, 한전기술, CJ대한통운의 비중을 많이 줄였다. 이어 삼성정밀화학, 현대하이스코, 두산, 현대미포조선, 현대상선, SK네트웍스, 아모레G 등이었다.



 덜 판 종목은 삼성테크윈, CJ, 제일기획, LG유플러스, 한화케미칼, 현대개발, 롯데제과, 유한양행, 다음, 한진해운, 한라공조, 하이트진로, 롯데칠성, 농심 등이다. 전 연구원은 “대형주 청산이 어느 정도 이뤄진 뒤 작은 종목의 비중을 한꺼번에 줄일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뱅가드의 한국 주식 매도는 앞으로 넉 달간 더 이어질 예정이다. 그러나 영향력은 축소될 것으로 전문가는 예상한다. 한국과 관련된 다른 글로벌 펀드에는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뱅가드가 운용 기준을 바꾸는 동안 경쟁 상대 아이쉐어에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며 “뱅가드 매도를 일부 상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구훈 골드먼삭스 이코노미스트는 “지금은 뱅가드 영향과 엔화 약세 영향으로 유독 한국 증시가 약세”라며 “그러나 뱅가드 매도는 결국 마무리되고, 하반기 수출이 회복되면서 코스피 지수도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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