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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민원 90% 줄인 아파트 3곳 가보니

중앙일보 2013.02.13 00:14 종합 14면 지면보기
주민들이 ‘층간소음관리위원회’를 구성해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아파트들이 있다. 이 아파트들의 층간소음 민원은 위원회 구성 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살인·방화까지 부르는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는 힘은 주민 공동체의 자율 조정이었다. 지난해 위원회를 만든 대구시 지산동의 녹원맨션과 경기도 하남시 동일하이빌아파트, 부산시 해운대구의 A아파트를 직접 찾아가 봤다.


주민 참여한 ‘공동체 조정’에 답 있다

 “층간소음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으니 아이들이 방 안에서 함부로 뛰어다니는 걸 자제시켜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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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오후 2시 경기도 하남시 신장동의 동일하이빌아파트. 430여 가구의 이 아파트 단지는 이런 방송이 매일 한 번 정도 나온다. 권영섭(67) 관리소장은 “지난해 10월 전만 해도 관리사무소엔 층간소음에 대한 민원이 한 달에 20~30건 접수됐다”며 “아이들 발소리에 지친 사람들이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10월 이후 이런 ‘살벌한’ 분위기는 확 바뀌었다. 정창연(70) 입주자대표회장 등 입주민들은 지난해 10월 층간소음 문제를 풀기 위한 자체 운영위원회를 발족했다. 주민들은 설문조사와 세 번의 공청회를 통해 6개 항목의 규칙을 만들었다.



세탁과 청소 등 소음을 일으키는 가사는 일요일엔 절대 금지하고, 월요일부터 토요일에도 오후 8시부터 오전 9시 사이에는 할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관리사무소로부터 시정권고, 그래도 해결되지 않으면 3만원의 벌금을 부과받는다.



부녀회장을 맡은 박경희(47)씨는 “내 권리를 먼저 주장하던 사람들이 ‘내가 먼저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윗집 아이들의 시끄러운 발소리에 시달리던 80대 노부부는 거실에 있던 TV를 안방으로 옮기는 등 주 생활공간을 바꿨다. 윗집 아이들의 부모도 아이들의 동선을 따라 바닥에 매트를 한층 두껍게 깔았다. 운영위원회 발족 이후 층간소음 민원은 한 달에 2~3건으로 뚝 떨어졌다.



 대구시 지산동의 녹원맨션은 전국 최초로 지난해 5월부터 주민 9명으로 구성된 ‘층간소음조정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 아파트 역시 아이들 뛰어노는 소리 등 8개 유형의 소음 자제 대상을 정하고 이를 어겼을 때 해결하는 절차를 구체화했다.



위원회 활동 전에는 한 달에 2건 정도 있던 민원이 거의 사라졌다. 지난해 12월 초 1건이 접수된 게 유일하다. 이 아파트는 엘리베이터마다 ‘우리 집 바닥은 아랫집 천장’ ‘어린이 쿵쾅거림 조심’ 등의 안내문을 붙였다. 이 아파트 서종상(55) 층간소음조정위원장은 “징계권한이 없는 만큼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산시 해운대구의 A아파트 역시 지난해 10월부터 입주자대표 7명으로 구성된 층간소음관리위원회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한 달 평균 10여 건 정도 관리사무소에 접수되던 소음 관련 민원은 위원회가 운영규칙을 만들어 시행한 지난해 11월 이후엔 단 한 건도 생기지 않았다고 한다. 위원회가 만든 규칙은 ▶밤 12시~오전 5시엔 샤워와 배수 자제 ▶밤 10시~오전 6시 음향재생기 사용 금지 ▶문을 세게 닫는 행위, 아이들이 뛰는 행위 등은 평소 자제한다는 내용이다.



대구=홍권삼 기자, 부산=위성욱 기자, 윤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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