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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에 하고 싶은 것들

중앙선데이 2013.02.10 00:01
이별, 상실, 죽음, 슬픔, 놓아주기…. 새로운 출발을 상징하는 설날에 의외의 테마일지 모르겠다. 설날은 가족들이 함께 모여 새해를 축하하고 좋은 일이 있기를 기원하는 날이다. 지난달 1일에 세웠다가 실패했던 새해 결심이 있다면 또다시 시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고,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길 수 있는 때이기도 하다.



하지만 난 지난 한 해 동안 겪었던 고통과 충격적인 이별을 되새기는 시간으로 삼으려고 한다. 힘들었던 현실을 직시하고 이겨내지 못한다면 내가 꿈꿔왔던 밝은 미래를 맞이할 수 없을 것 같아서다.



2012년은 사실 내 인생에서 아주 멋진 해 중 하나였다. 7년 만에 한국에 돌아와 친구들도 다시 만났고 내가 사랑하는 방송 일도 다시 할 수 있었다. 아리랑TV 토크쇼 진행자로 세계인들에게 한국의 멋과 명인을 소개할 수 있는 꿈도 이룰 수 있었다. 난 정말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이렇듯 좋은 일들이 많았지만 반대로 고통스러운 일도 적지 않았다. 감정의 시계추가 극과 극을 오간 셈이다. 우선 너무도 친했던 친구가 지난해 추석 때 미국에서 차 사고로 갑자기 숨졌다. 여기에다 끔찍이 아꼈던 강아지 ‘타이거’가 내가 한국으로 돌아오기 두 달 전 갑자기 죽어버렸다.



래브라도 레트리버 종이었던 타이거에게서 갑자기 종기가 발견됐는데 그 종기가 치료하기도 전에 터져버린 거다. 아직 미혼이고 아이가 없어서 그랬는지 나는 타이거를 친자식처럼 사랑하고 아꼈다(가족과 같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분이라면 누구나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에 있게 되면서 미국에 있는 사랑하는 가족과 멀리 떨어져 지내게 된 것도 힘들었다. 여기에다 3년 넘게 장거리 연애로 사귀었던 남자친구와도 헤어지기로 결심했다. 어려운 이별의 말을 꺼내기 위해 미국에 1박2일 일정으로 다녀오기도 했다.



누구나 살면서 뭔가를 포기해야 하고 상실을 겪는다. 죽음과 이별, 상실은 삶의 본질에 포함된다. 이는 부인할 수 없는 삶의 현실이다. 어떤 이별은 갑자기 닥치고, 어떤 이별은 예측 가능하다. 우리가 선택하는 이별도 있고, 불가항력적인 이별도 있다. 중요한 건 마음의 준비 없이는 우리 존재의 중심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사랑했던 사람들을 잃어버리는 것은 우리 삶을 공허하고 어둡고 불완전하게 만든다.



기억을 놓아주고 자유로워지는 것이 쉽지는 않다. 과거에 집착을 하고 사랑했던 사람들을 놓치고 싶지 않다. 추억을 곱씹고, 영원할 거라 생각했던 안정감이 끝까지 지속되길 바라는 게 인지상정이니까.



아이러니하게도 설날은 아버지 기일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항상 아버지의 사랑과 아버지가 내게 남겨주신 정신적 유산을 되새기곤 한다. 지난해 한국에 돌아온 날이 마침 아버지 기일이었는데, 아마 아버지가 하늘에서 축복해주신 덕분에 좋은 기회들을 맞이할 수 있었다고 믿는다. 올해는 내가 좀 더 성숙해져서 상실과 이별은 사랑, 희망과 함께 이어진다는 걸 깨달을 수 있도록 아버지가 축복해주시길 소망한다.



생각해보면 이별과 상실, 죽음은 우리에게 좋은 스승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인내의 연속이며, 더 발전하기 위해선 죽음을 겪어야 하니까. 여기에서 죽음이란 우리 에고(ego)의 죽음일 수 있다. 소중한 누군가를 잃으면서 겪는 고통은 우리가 누군지 이해하고 삶의 목적을 일깨워주는 특별한 열쇠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2013년이 어떤 해가 될지는 모르겠다. 집착을 놓아버리고, 사랑할 때는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여러분들도 어떤 집착을 버려야 2013년을 최고의 해로 만들 수 있을지 자문해 보시면 어떨까.





수전 리 맥도널드 아리랑TV 토크쇼 ‘이너 뷰’ 진행자



맥도널드 미 컬럼비아대에서 정치학 학사를, 하버드대에서 교육심리학 석사를 받았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한국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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