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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움직일 때 현금 증여, 차명계좌 주의해야

중앙선데이 2013.02.10 00:01
우리나라에서 몇몇 금융회사들이 부자 개인을 상대로 종합 자산관리를 표방한 게 2000년대 초반이었다.


김진영의 돈 버는 은퇴학교

일부 은행은 PB(Private Banking)센터를, 보험사는 FP(Financial Planing)센터를 만들었다. 어떤 증권사는 AM(Asset Management)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름만 다를 뿐 내용은 비슷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자산관리란 말로 통합됐지만 이런 서비스를 받아 봤다는 사람은 여전히 일부 부자뿐이다. 제대로 종합 자산관리를 해 줄 수 있는 서비스 기반과 이를 뒷받침할 만한 전문 인력을 보유한 금융사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2000년대 이후 저금리와 글로벌화, 어려운 파생상품이 잇따라 나오면서 부자들도 투자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자산관리시장은 생각보다 커지지 않았다. 이유는 무엇일까.



2005년 국내 자산관리 실태와 홍콩에서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아시아계 고객의 자산관리를 조사한 적이 있다. 결론적으로 아시아의 전후 1세대는 자수성가해 어지간해서는 남에게 돈을 맡기지 않고 직접 관리하는 성향이 컸다. 또 부자가 된 방법도 다양해 유럽이나 선진국처럼 부유층의 공통분모가 잘 파악되지 않았다. 이런 아시아에서 자산관리를 해 주려면 맞춤형 자산관리 역량이 오히려 외국기관보다 더 뛰어나야 한다는 게 결론이다. 자산관리를 꽤나 잘한다는 글로벌 금융사들이 아직도 아시아에서 속수무책인 게 이런 이유다,



상황이 반전될 수 있는 축의 변화는 전후 1세대의 재산 상속이었다. 전후 2세대는 부모처럼 자수성가한 세대가 아니다. 외식에 익숙하다. 그래서 부모의 가업 승계도 싫고 돈을 굴리는 것도 외부 전문가에게 맡기려는 성향이 강하다. 간접투자가 불가피하다고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 생각보다 느리게 진행됐다. 장수로 상속이 늦어졌을 뿐만 아니라 상속을 하지 않아도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절세 방안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상속세 과세 대상 인원도 2000년대 이후 조금씩 증가하기는 했지만 2009년 기준으로 사망자의 1.5%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급반전한다. 고령화의 가속화로 나이 때문에 사전증여가 불가피하게 된 상황에서 금융소득종합과세 같은 세제의 전면 개편이 변화의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현재 금융투자 시장은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을 현행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인하한 파장이 만만치 않다. 절세 세미나에 고객이 몰려든다. 사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되는 것과 세금이 올라가는 것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이자배당소득에 대한 원천징수세율 때문이다.



[일러스트=강일구]
예를 들어 다른 소득은 없고 한 해 금융소득만 7000만원인 은퇴자를 보자. 현재 기준 4000만원을 초과하는 3000만원에 대해서 금융소득종합과세율보다 높은 원천징수세율 14%를 그대로 적용하므로 980만원의 세금을 낸다. 기준이 2000만원이 된다 해도 초과하는 5000만원까지는 여전히 원천징수세율 14%가 적용돼 세금은 같다.



사실 서민들에게는 이런 변화가 크게 와 닿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의 변화가 몰고 온 파장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세금을 더 낸다는 것보다도 세금관리 대상이 된다는 것 자체가 싫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 기준 조정으로 추가로 세금을 부담할 자산 규모는 60조∼70조원으로 추정된다. 일부 자산은 사전증여 같은 세금 회피수단으로 빠져나가 이를 제외한 금융자산은 20조원 정도로 보고 있다. 이런 충격은 1993년 금융실명제 도입이나 2001년 금융소득종합과세 부활과 같은 의미일 것이다.



제반 여건의 차이로 당시와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변경의 영향이 상당한 것은 분명하다. 1993년 금융실명제를 도입할 때에는 금융소득종합과세 최고율이 50%로 오히려 떨어져 시행 이후 2년 동안 주가나 부동산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주가지수는 1993년 866에서 95년에는 883이었다. 주택가격도 2년 내내 비슷했다.



그러나 2001년 금융소득종합과세가 부활했을 때는 상황이 달랐다. 이후 2년간 주가도 694에서 2003년에는 811로 약 17%가 올랐다. 전국 주택가격지수도 23% 상승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일련의 세제변화는 사전증여 추세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나아가 시중자금도 입출금이 자유로워 유동성이 좋은 초단기금융상품인 MMF(머니마켓펀드)나 세금이 없는 주식형 펀드, 분리과세가 매력인 유전펀드, 비과세 즉시연금, 수익을 분산하는 월지급 상품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금을 움직일 때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현재 금융소득종합과세에 이어 국세청이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정보접근을 요구해 현금 증여나 신고되지 않은 증여에 과세 회피분이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상속증여법에 차명계좌 증여 추정이라는 규정까지 더해져 자녀 등 가족 이름으로 차명계좌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김진영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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