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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10%가 경험 … 2~3년 전부터 인기 트렌드

온라인 중앙일보 2013.02.10 00:01
충남 공주 마곡사 템플 스테이에 참가한 취업준비생들이 명상을 하고 있다. [사진=중앙포토]
회사원 A씨(25·여)는 지난달 휴가를 내 경상북도에 있는 한 불교시설의 4박5일 명상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한 일과를 묵언수행과 가부좌 명상으로 보냈다. 휴대전화도 끊었다. 첫날엔 앉은 상태로 눈을 감고 있자니 견디기 힘들었지만, 프로그램을 마칠 때쯤엔 달라졌다.


대중에게 다가가는 명상

그는 “스트레스로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서 갔다. 명상 초반 온갖 잡념이 떠오르고 두통도 심했다. 그런데 끙끙 앓으며 마음을 비우고 나니 몸과 마음이 가뿐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돌아온 후 아침마다 명상을 한다.



『제리』 『정크』를 쓴 소설가 김혜나(31)씨는 매일 오전 6시 명상으로 하루를 연다. 저녁에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한다. 많을 때는 하루 3시간 정도 명상에 잠긴다. 벌써 3년째다. 9년 전 시작해 지금은 강사로 활동할 만큼 수준급이 된 요가를 익히던 중 명상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10년 등단한 후 가벼운 우울증세가 오는 걸 느끼고 ‘몸뿐 아니라 마음을 다지고 유연하게 만드는 훈련’이 필요하다 싶어 시작했다. 김씨는 “명상은 상상, 즉 자꾸 떠오르는 관념을 없애는 것이다. 명상을 하면 흘러간 과거, 오지 않은 미래에 집착하는 대신 현재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과거 명상은 종교인이나 요가 수련자 등이 하는 특별한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최근엔 명상센터나 요가원 등에서 명상수련에 몰두하는 일반인들을 보기가 어렵지 않다. ‘힐링(치유)’을 내세우는 각종 체험 프로그램이나 템플스테이 등에서도 명상은 빠지지 않는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대학 학과 개설도 잇따르고 있다. 동국대 명상심리상담학과, 동방대학원대 명상심리학과, 원광디지털대 요가명상학과 등이다. 지금까지 700명가량의 졸업생을 배출한 원광디지털대 요가명상학과 이경선 교수는 “명상 인구가 정확하게 파악되진 않지만, 대략 국민의 10%가량이 정기적·비정기적으로 명상 수련 활동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백화점 문화센터엔 요가와 명상을 묶은 강좌들이 개설되고 있다. 롯데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에콜스 요가명상’을 가르치는 원정혜 박사는 “2∼3년 전부터 명상이 대중화되고 있다는 걸 실감한다. 주부·대학생·회사원·취업준비생부터 70대 노인까지 다양한 직업군·연령층의 회원들이 명상수업을 들으러 온다. 이들의 공통점은 현실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가볍고 밝은 삶을 찾으려고 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요가지도자들로부터 명상 강의를 해달라는 의뢰도 최근 많이 받는다”고 덧붙였다.



명상 수요가 늘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단서는 더 있다. 세계적인 명상 지도자들의 한국 방문이 부쩍 잦다. 지난달 초 동국대 국제선센터가 연 ‘세계명상힐링캠프’엔 영국 케임브리지대 물리학과 출신 아잔 브람 스님이 참석했다. 지난해 말엔 ‘마음챙김(MBSR, 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명상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존 카밧진 미국 매사추세츠주립대 명예교수가 내한 강연회를 열었다. 오는 5월엔 프랑스 보르도 지방에 있는 명상공동체 ‘플럼빌리지’ 설립자이자 베스트셀러 『화』로 잘 알려진 틱낫한 스님이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스님들의 소위 ‘힐링서적’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현상도 명상 대중화와 관련이 있다는 게 출판계의 분석이다. 스님들의 책은 대개 ‘마음 다스리기’를 강조하는데, 이를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으로 명상을 권하기 때문이다. 이 분야 ‘원조’ 격으로 꼽히는 게 최근까지도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머무는 일본 스님 고이케 류노스케의 『생각버리기 연습』(2010)이다. 지금까지 55만 부가 팔렸다. 200만 부 돌파를 앞두고 있는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저자 혜민 스님은 강연 때마다 청중에게 ‘마음치유 명상’을 시킨다.



명상의 치유 기능 덕에 명상 인구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세기 말에 서구는 이미 물질문명의 급속한 발달에 지친 사람들이 명상과 참선 등에 빠졌다. 이경선 교수는 “물 흐르는 소리, 매미 우는 소리, 파도 치는 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걷거나 눈을 감고 앉아 있으면 신경이 이완되면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 분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초·중·고에서도 명상을 하게 하는 데가 하나둘씩 생기고 있는데 아이들의 집중력 향상을 위해 좋은 명상법이 좀 더 보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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