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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관광객, 호텔 복도 모여앉아 담배를…난감

온라인 중앙일보 2013.02.10 00:01
제주도 전성시대다.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세계자연유산·세계지질공원·세계 7대 자연경관 등 타이틀을 나열하기에도 벅차다. 지난 한 해에만 168만여 명의 외국인이 찾았다. 이 기세를 몰아 제주도는 올해 내국인까지 합해 관광객 목표를 1050만 명으로 잡았다.


작년 1조 5000억 쓰고 간 큰손…일부 추태로 눈살

‘메가투어리즘’ 시대를 눈앞에 둔 셈이다. 1등 공신은 중국인 관광객 요우커(遊客)다. 지난 1년간 108만 명이 찾았다. 1인당 평균 138만2000원을 쓰고 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제주도는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팔을 걷어붙였다. 하지만 요우커들의 볼썽사나운 장면도 여기저기서 목격돼 ‘어글리 차이니스’(ugly Chinese) 경계론도 나온다. 중국 투기자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기 시작했다. 중국인 관광객·투자 유치의 명암을 들여다봤다.



지난 4일 오후 4시 제주시 용담1동 용두암공원. 주차장엔 중국인을 싣고 온 45인승 관광버스 2대가 주차돼 있었다. 용두암을 배경으로 요우커(중국인 관광객)들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용두암공원관리사무소 부학일 소장은 “용이 중국인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니다 보니 하루 평균 2000명 이상은 찾는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8시 제주시 연동의 바오젠(寶健) 거리. 2011년 대규모 인센티브 관광단을 보낸 중국의 건강식품 기업 바오젠의 이름을 딴 거리다. 요우커들이 단체로 거리를 오갔다. 한 중국인 가족이 횟집 앞에 멈춰 서 ‘鮑?(전복)’ ‘章?(문어)’ 등 중국어로 표기된 안내판을 쳐다봤다.



종업원이 나와 유창한 중국어로 안내했다. 연동 소재 한 마트는 김·된장 등 식품코너와 홍삼·인삼 등 건강식품 코너에 중국어 안내문이 함께 표기돼 있다.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는 한 중국동포는 “중국어를 못 쓰면 장사를 못할 정도로 요우커가 많이 온다”고 말했다.



신발 신은 채 양변기 올라가 물의도



‘중국인 관광객 때문에 제주도에 비수기가 사라졌다’.



제주도 관광업계에서 굳어진 정설이다. 지난해 제주도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168만1399명. 이 중 108만여 명(64.5%)이 중국인이다. 2010년(40만6164명)보다 2배 이상이다. 당장 중국의 최대 명절인 춘절(春節) 연휴 기간(8~17일) 중국인 관광객 2만9000명이 제주를 찾을 전망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제주도는 중국인 마케팅에 여념이 없다. 재래시장도 상품을 중국어와 같이 써 붙일 정도다. 제주시 일도1동 중앙로 지하상가 진흥사업협동조합 강원철 상무는 “적어도 하루 350명의 중국인이 쇼핑을 한다”며 “기념품 증정 등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를 꾸준히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서귀포시 제주 롯데호텔 관계자는 “중국인 투숙객이 많아져 일식당에도 중국인이 선호하는 메뉴를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 차원에서도 요우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지난 7일 제주도는 중국 국영여행사인 캉후이(康輝)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올해를 ‘한국 방문의 해’로 정하고 중국 내 220개 지점과 5500여 개 대리점을 통해 요우커를 모집할 계획이다. 또 중국 베이징(北京)에 제주 홍보관을 열었다. 중국인 러시로 제주도 상권에 비수기는 사라지고 있지만 밝은 모습만 있는 건 아니다. 일부 요우커의 비신사적 일탈 행동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들이 빈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제주시 연동의 한 호텔. 3층 객실 사이의 복도 바닥에 중국인 가족들이 둥글게 모여 앉아 얘기를 하고 있다. 가운데엔 재떨이가 놓여 있었고 일부는 계속해서 담배를 피웠다. 이들의 얘기 소리는 1층에서도 들렸다.


5일 오후 9시30분 제주시 연동, 4성급인 제주 A호텔. 주차장엔 중국인들이 피우다 버린 담배꽁초들이 볼썽사납게 널려 있었다. 주차장 쪽으로 나 있는 발코니에서 이들 관광객이 버린 담배꽁초 흔적이다. 객실에 올라가봤다. 3층에서 나오는 중국인들의 왁자지껄한 소음 때문에 1층 계단부터 시끄러웠다. 요우커 10여 명이 복도에 둘러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 가운데 재떨이가 놓여 있었다. 담배 연기가 자욱했다. 일행 중 어린이가 있는데도 말이다.



같은 시각 인근의 또 다른 4성급 B호텔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벌어지고 있었다. 호텔 로비에서 중국인 관광객 2명이 담배를 피우고 다녔지만 카운터 직원은 제지하지 않았다. 이 호텔 화장실은 라이터와 피운 지 얼마 안 된 담배꽁초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호텔 관계자는 “원래 호텔은 금연구역이지만 요우커들이 하도 많이 담배를 피워 어쩔 수 없이 보고만 있다”고 말했다.



제주시 용담1동 용두암공원 내 공중화장실에 붙어 있는 표지. 용두암은 하루 평균 2000명의 중국인 관광객들이 찾는다.
이처럼 요우커의 발길이 있는 곳엔 금연 표지가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다. 한 관광명소 관계자는 “요우커는 먹던 음식·쓰레기·담배꽁초 할 거 없이 마구 버린다”고 말했다. 용두암의 공중화장실엔 양변기 사용방법을 설명한 그림 표지가 붙어 있다. 이곳 관계자는 “신발을 신고 양변기 위에 올라가 일을 보기도 해 부득이하게 설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특급호텔은 지난해 엘리베이터 화재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요우커가 엘리베이터에 버리고 간 담배꽁초 때문에 불이 났던 것이다. 또 다른 특급호텔은 카지노를 찾는 중국인들 때문에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카지노에 입장하기 위해선 로비를 통해야만 하는데 단체로 이동하는 중국인들의 소음과 담배 연기로 다른 투숙객들이 고통을 호소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호텔은 지난해 말 카지노로 들어가는 우회통로를 만들었다.



‘중국인이 많이 찾아도 제주도엔 남는 게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중국인들의 제주 관광이 덤핑으로 이뤄지거나 아예 밑지고 받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 현지 여행사들이 요우커를 유치하기 위해 가격을 내려 잡고 있다. 이 때문에 입장료가 있는 테마 관광지는 외면을 받고, 상품판매에 대해 여행사가 일정부분 ‘커미션’을 받을 수 있는 일부 상품판매점에만 관광 경로가 한정돼 있다. 제주시 중앙로 지하상가에서 13년간 옷 장사를 하고 있는 이모(57)씨는 “가이드가 ‘이곳은 다음 일정을 위해 잠시 대기하는 곳이니 구경만 하고 물건은 사지 말라’고 말한다”며 “중국인이 아무리 와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시큰둥하게 말했다.



서귀포시 서복(徐福) 기념관은 지난해 11월 입장료를 500원씩 받기 시작한 이후 하루 200명씩 찾던 중국인의 발길이 10분의 1로 줄었다. 이곳 관계자는 “최근 여행사에서 패키지에 넣으려고 알아보러 왔는데 입장료가 500원이라니까 싫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제주아름여행사 오정민 대표는 “여행사란 원래 지역 특색을 살린 상품을 개발해 그 대가를 받는 건데 지금 제주도 여행사들은 주 수익을 커미션으로 삼고 있다”며 “저가관광은 오히려 중국인에게 제주도에 대한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 큰 문제는 중국 자본의 인바운드 여행사 진출이다. 인바운드 여행사란 중국에서 모집한 관광객을 관광지에서 위임받아 수수료를 받고 관광을 맡아 해주는 여행사다. 현재 제주도 내의 인바운드 여행사는 총 153개(지난해 말 기준)다. 업계에서는 이 중 최소 10~20곳의 여행사가 중국 자본에 의해 운영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여행사들은 유창한 중국어 소통을 무기로 요우커를 모집하고, 화교와 중국동포가 운영하는 상품판매점·음식점 위주로 손님을 보내주고 있다. 왜곡된 저가관광마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제주관광협회 김창효 제주관광안내소장은 “재정적·정책적 지원을 통해 도내의 토종 여행 업체가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외국자본에 대해 너무 배타적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 투자 몰려 한라산 난개발 우려



제주도에 중국인이 몰리면서 중국자본도 밀려들어오고 있다. 지난 5일 제주시 신시가지인 연동에선 건물주의 부도로 도심 흉물로 남은 한 빌딩의 철거작업이 한창이었다. 이곳엔 중국인이 투자한 관광호텔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 근처의 유명 찜질방도 중국인이 사들였다고 한다. 분양가 15억원이 넘는 제주시 한림읍의 라온프라이빗타운 단독주택 중 상당수가 중국인 소유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2006년 이후 제주도의 해외 직접투자 유치 12건 중 7건이 중국인 투자다. 금액 기준으론 전체(5조6133억원)의 52.8%(2조9647억원)에 해당한다. 7건 모두 리조트·관광 관련 프로젝트다.



대규모 투자 못지않게 개인투자도 활발하 다. 2011년 중국인의 제주도 토지 취득이 256건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548건으로 6배 이상으로 늘었다. 드림랜드 경제연구소 진성효 소장은 “중국으로부터 투자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며 “중국의 대표적 관광지인 하이난(海南)섬보다 더 싸고 투자가치가 있다고들 말한다”고 전했다.



이같이 몰려오는 차이나 머니에 대한 제주 도민들의 여론은 반갑지만은 않다. 제주경실련 등 시민단체는 지난달 제주도의회 포럼에서 도의 중국인 투자 유치 정책을 비판했다. 제주경실련 한영조 사무처장은 “중국의 투자지역은 한라산 중턱인 중산간(500m 고지)지역에 몰리고 있다”며 “이곳을 중국 자본에 특혜까지 베풀며 내줄 경우 한라산 난개발을 조장할 우려가 크다” 말했다.



이에 대해 제주특별자치도는 “중국인 토지 보유는 전체 면적의 0.1% 수준”이며 “인허가 과정은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또 “무비자·투자 영주권 제도는 제주도에서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인천 송도·여수·평창도 마찬가지다. 또 중국인에게만 적용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진 소장은 “글로벌 경제에서 외국 자본을 완전히 배척할 순 없다”며 “개발이익이 도에 돌아갈 수 있는 상생 생태계를 마련하면 중국 자본에 대한 도민의 우려를 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노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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