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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명상 실험 중 빛 보더니 "희열이…"

온라인 중앙일보 2013.02.10 00:01



수행 30년 스님 눈 감고 몰입하자 시각 맡고 있는 뇌 후두엽 활성화
힐링 시대 각광받는 명상의 실체, 본지·뇌과학연구소 분석해 보니





























올해 54세인 기자는 4년 전부터 1년에 한두 차례씩 사찰에서 하는 집중 명상 수행에 참가한다.10여 년 전부터 명상을 해왔지만 시행착오 끝에 제대로 한번 해보려고 시작한 일이다. 짧으면 3일, 길게는 5일, 때론 여러 사람과, 때론 주지 스님의 허락 아래 홀로 명상을 한다.



새벽 4시30분 기상, 밤 9시 취침 때까지 묵언 수행과 1시간30분 간격의 가부좌 명상. 외부 접촉은 일절 없다. 처음에는 발이 저리고 무릎이 아프고, 왜 왔나 후회될 만큼 견디기 힘들었다. 명상 때 욕심이 앞섰고 그럴 때마다 퇴보했다.



그러나 이른 새벽 홀로 앉아 집중을 하며 마음이 고요함과 행복감으로 물들 때는 ‘역시 오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명상은 이후 기자의 생활이 됐고 스트레스·음주 속에서도 마음의 평화를 얻는 데 큰 힘이 됐다.



명상은 요즘 대세다. 고승들의 신비한 세계로 여겨졌던 명상의 문턱은 낮아지고 대중에게 보급돼 치유와 ‘힐링 영역’으로 진출했다. 스트레스 해소와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데 즉효약으로 등장했다. 명상센터나 명상 체험프로그램, 템플 스테이가 인기를 끈다. 대학에는 학과도 잇따라 개설되고 있다. 하지만 명상의 무엇이 그런 효과를 내는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현대의 뇌 과학은 이 문제와 씨름 중이다.



계사년(癸巳年) 한 해 독자의 마음에 평화와 고요함이 더 자리 잡길 기원하는 차원에서 중앙SUNDAY와 가천대 길병원의 뇌과학연구소(소장 조장희)가 이 문제에 도전해봤다. 국내 언론으론 처음이다. 고도의 명상 수행자가 명상에 30분씩 몰입한 상태에서 fMRI(기능성 자기공명영상촬영), 뇌파, 호흡·심박수를 종합 측정해 명상의 실체에 접근해 보려 했다.



실험에는 4명이 참가했다. 조계종의 마가 스님(사단법인 자비명상 이사장, 안성 굴암사 회주)은 법랍 30년이다. 불교대학원대학 김재성(명상의 집 ‘자애’ 센터장) 교수는 명상 경력 20년, 김 교수의 부인 전현자씨도 명상 경력 20년 이상이다. 기자도 실험의 기록자 겸 명상 수행자 자격으로 참여했다. 실험 방식도 명상의 본질에 맞춰 조절했다. 지금까지 명상 실험은 짧은 fMRI 촬영과 혈액검사 정도였다. 이번처럼 고도의 명상 경험자들이 몰두했을 때 뇌 속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직접 조사한 적은 없다.



그 결과 명상 중인 스님과 오랜 명상 경력을 가진 참가자의 뇌에서 남 다른 ‘집중화 현상’이 처음으로 촬영됐다. 잡념이 사라지고 집중·몰입 현상을 입증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눈을 감고 명상했음에도 뇌의 시각 담당 영역인 후두엽이 활성화된 것은 설명이 어려운 미스터리로 남았다.



또 명상 효과라는 측두엽의 활성화도 3명 모두에게서 관찰됐다. 명상에 관여한 뇌 부분은 좌뇌였으며 우뇌는 조용했다. 특히 명상할 때 ‘정신은 깨어 있지만 뇌파는 졸음을 보여주는’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 나타났다.



검사와 촬영은 지난 5일 인천에 있는 가천대 길병원과 뇌과학연구소에서 진행됐다. fMRI 결과는 뇌과학연구소 김영보 교수가, 뇌파는 가천대 신경과 박현미 교수가 각각 해석했다. 실험에선 여섯 가지 특이한 현상이 나타났다.



무엇보다 후두엽의 활성화는 적어도 국내에선 처음 확인되는 현상이다. 지금까지는 전두엽의 활성화만 외국에서 보고됐다. 명상을 시작해 10~20분이 흐르자 마가 스님과 김 교수에게서 그런 현상이 두드러졌다(14면 사진 14, 15 참조, 붉은색 원으로 표시된 부분).



뇌과학연구소 김영보 교수는 “이는 뇌가 빛과 같은 시각적 대상을 인식했다는 의미”라고 했다. 마가 스님은 “당시 자비 명상 중이었는데 온화하면서 밝은 빛이 머리 안을 꽉 채웠으며 희열을 느꼈다”고 말했다. 자비 명상은 ‘내 안에 있는 자비의 마음을 모든 생명에 보내는 방식’의 명상이다. 스님의 후두엽 활성화는 뇌의 수평면(14면 사진 8) 사진도 보여준다. 눈을 감고 있던 스님의 뇌 후두엽이 그 빛을 보고 활성화된 것일까.



그러나 김재성 교수의 경우는 전혀 다르다. 그는 당시 몸을 관찰하며 알아차리는 ‘위파사나 명상’을 하는 중 희열을 느꼈지만 빛이나 이미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후두엽은 강하게 활성화 됐다. 머릿속에서 강한 빛을 길게 경험한 기자는 후두엽 활성화가 두 사람보다 약했다(사진 12).



김 교수는 “깊은 명상 단계에서 빛이 보인다는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감하다”며 “명상 방법·경력에 따른 개인차도 있어 과학적 분석은 어렵고 스님도 같은 실험을 반복할 때 똑같은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연구소의 최상한 연구원은 “후두엽의 고위시각 영역은 상상만으로도 활성화된다”며 “빛이 상상에 의해 나온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그러나 불교계에선 명상이 집중되면 빛이나 니미타(표상)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며 고도 집중 상태에선 희열(피티)이 체험된다고 설명한다.



안성규 기자, 권은율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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