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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영어 토론 실력 겨룬 한국모의국제 겨울회의

중앙일보 2013.02.06 04:00 Week& 6면 지면보기
KIMC고교연합 동아리의 고교생들이 지난달 23일 서울 상명대 밀레니엄관에서 열린 ‘2013 한국모의국제회의 W’에 모여 토론하고 있다. [나혜수 기자]



온실가스·북한 도발·난민 문제 … 5달 준비해 12시간 마라톤 토론

“제가 생각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선진국으로 하여금 천연가스를 개발하도록 합니다. 그 뒤 개발도상국들과 이를 공유하도록 합니다.”(함현민·서울 휘문고 1) “하지만 선진국이 그 일에 자발적으로 동참할지는 의문입니다.”(하상윤·서울 은광여고 1)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방안’을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지난달 23일 오후 8시 서울 상명대 밀레니엄관. 전국 30개 고교 100여 명의 학생이 2013 한국모의국제회의 W(이하 KIMC W) 회의장에 모였다. 이들은 세계보건기구(WHO)·세계경제포럼(WEF)·유엔인권이사회(UNHRC)·유엔기후변화회의(UNCCC) 등 유엔 국제기구의 회의를 재연했다.



글=임선영 기자

사진=나혜수 기자



정장을 입은 한 참가자가 연단에 올라 유창한 영어로 또박또박 말했다. “조류독감 예방을 위해 가축들에게 녹차가 섞인 사료를 먹입시다.” 이에 반대하는 측은 “그 효과는 의문이다. 중국인들은 녹차를 자주 마시는데도 조류독감에 걸린 사례가 있다”며 팽팽히 맞섰다. WHO의 ‘조류인플루엔자의 위험성을 감소시키는 방법’을 주제로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WEF는 노동력 착취를 막는 방법을, UNHRC는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난민의 이주 문제를, UNCCC는 온실가스 배출을 막는 방법을, UNSC는 북한의 무력 도발을 막는 방법을 주제로 토론했다.



한국모의국제회의(KIMC)의 가장 큰 매력은 교내 동아리 활동과 연계되는 것이다. 서형석(서울 휘문고 2)군은 “평소에 동아리 활동으로 토론 실력을 연마하고 대회에 참가하면 1석 2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회는 성공적이었다. 참가자들은 그동안 갈 닦은 발군의 영어 발표와 토론 실력을 발휘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30분까지 12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지친 기색이 없었다. 쟁점을 활발하게 논의하고 안건을 마련하기 위해 집중했다. 100여 명의 ‘의원’들은 한 명의 이탈자도 없이 12시간 동안 진행된 모의국제회의에 빠져들었다. 이번 대회장을 방문해 격려사를 한 상명대 경영학과 정철용 교수는 “학생들의 영어 실력과 국제시사 상식 수준에 놀랐다. 이들 청소년 글로벌 리더를 통해 우리나라의 밝은 미래를 엿봤다”고 밝혔다.



기획부터 진행까지 학생들이 도맡아



KIMC W(Korea International Model Congress Winter Session)는 올해가 두 번째 행사다. 중앙일보가 2007년부터 매년 여름 주최하는 KIMC의 소규모 버전으로, 다른 모의국제대회와 달리 전국 고교생 연합동아리인 KIMC고교연합 소속 회원인 학생들이 진행·섭외까지 모두 직접 맡는다.



 20여 명의 운영사무국과 의장단을 맡은 KIMC고교연합 대표들이 지난해 9월부터 5개월 동안 격주로 주말에 모여 8시간씩 의장단 교육과 의제 분석·결의안 작성 등 대회 진행 준비를 병행했고 사무국은 현수막·네임택·커미티 보드 등을 스스로 제작했다. KIMC고교연합회장인 김신지(대구 포산고 2)양은 “대부분 다른 모의유엔대회는 특목고생들이 중심이 돼 운영된다”면서 “하지만 이 대회는 일반고 학생들이 주축을 맡아 서로 가르치고 배우며 5개월간 철저하게 준비해 마련한 자리”라고 말했다. KIMC고교연합 신임 대표들은 처음 치르는 W에 의욕적으로 참여했다. 황승조(충남 천안 북일고 1)군과 최유빈(분당 송림고 1)·배한비(서울 영신여고 1)양은 “영어 토론은 다른 대회에서도 경험할 수 있지만 이렇게 우리 손으로 직접 대회를 주최하는 경험은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어서 사무국에 지원했다”고 입을 모았다. 회의 장소, 식음료 등을 무료로 지원한 상명대 윤상철 입학홍보팀 과장은 “고교생들이 주최하는 대회가 매우 체계적이어서 놀랐다”고 말했다.



KIMC고교연합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2012년 한 해 공식활동을 마치고 전국을 대상으로 신입 회원 고교를 KIMC고교연합 카페(cafe.naver.com/hikimc)를 통해 2월 29일까지 모집 중이다. 2013년 차기 연합회장으로 선출된 정지민(서울 둔촌고 1)군은 “KIMC 동아리 활동을 위한 교내 프로그램을 강화해 8월에 열릴 KIMC에서 더욱 다양한 모의국제회의 활동으로 전국에서 글로벌 리더를 꿈꾸는 고교생들이 생각과 경험을 나누는 자리로 꾸미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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