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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교수 일도 좋지만 청소년 힐링서 보람 찾지요

중앙일보 2013.02.06 04:00 Week& 1면 지면보기
리더십 스쿨 ‘청년의 뜰’의 김우경 회장(왼쪽)과 도시 대안학교 ‘성장학교 별’의 김현수 교장이 서울 관악구 청룡동에 있는 성장학교 별의 한 교실에서 만나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일깨우고 싶은 삶의 가치관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김진원 기자]



‘행복 멘토’로 나선 김우경·김현수씨

학교에서 가르칠 수 없는 한 가지가 있다면 바로 ‘행복하게 사는 법’일 것이다. 가르쳐주기도, 배우기도 어렵지만 스스로 체득하지 못하면 실천하기도 어려운 주제다. 김우경(57·김우경법률사무소 변호사)씨와 김현수(47·관동대 명지병원 정신과 교수)씨가 본업을 제쳐두고 청소년과 청년들의 인생 멘토로 나선 이유다.



 두 사람은 또 다른 명함을 갖고 있다. 김 교수는 도시형 대안학교인 ‘성장학교 별’의 교장이다. 제도권 교육에서 방황하는 청소년을 위해 2002년에 대안학교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김 변호사는 2005년에 리더십 교육재단인 ‘청년의 뜰’을 설립했다. 인생 선배들을 청년들과 결연지어 삶의 나침반을 제시해 주고 있다. 이들은 “청소년기와 청년기에 어떤 가치관을 심어주느냐에 따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며 그 가치관을 “행복한 삶의 주인공이 되는 법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분야별 50여 명 멘토와 경험 나누는 자리 마련



김 변호사가 청년들의 멘토로 나선 이유는 자기 삶에 대한 반추에서 시작됐다. 한때 검찰에서 포항지청장까지 오르는 탄탄대로를 걸었다. 하지만 돌아보니 회한만 남았다. 남들 눈엔 성공했어도 스스로는 성공을 자신하지 못했다. 출세 경쟁에 급급해 온 자신을 발견하곤 “진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나? 신이 내게 준 역량을 이렇게 쓰는 게 옳은가?” 자문했다. 게다가 병까지 얻어 후회가 밀물처럼 밀려왔다. 그가 고민을 털어놓자 선배들도 같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세상의 시선에 약점으로만 잡힐 것 같아 숨기며 살았단다.



 “청년 땐 악인들을 제거하면 세상이 바뀔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나도 어느새 사회적 욕심에 동화돼 있더군요. 검사 시절 사회적 성공을 이룬 사람들을 수사하면서 그들이 ‘바닷가재’와 같은 모습임을 알게 됐어요. 권력과 위엄으로 딱딱하게 무장했지만 속은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약점 투성이인 거죠.”



 이후 사표를 내고 변호사로 개업했다. 하지만 본업은 달랐다. 후배들이 자신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를 위해 자신의 실패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렇게 태어난 것이 ‘청년의 뜰’이다. 뜻을 함께할 사람들이 늘면서 이종수 사회연대은행 함께만드는세상 대표이사, 이시원 시원스쿨 대표, 이건오 평택박애병원장, 사회적기업 향기내는사람들 임정택 대표, 고직한 Young2080 상임대표 등 각 분야 50여 명에 이른다. 그가 일일이 만나 인생사를 들으며 청년들에게 교훈이 될 삶을 가진 멘토들로 선정했다. 이들은 청년들과 멘토·멘티를 맺고 인생 전반에 대한 경험과 고민을 나눈다. 이곳을 거쳐간 청년들이 200여 명이다. 그중엔 아프리카 구호활동가로 변신한 사람도 있다.



 “멘토들은 성공이 아닌 자신의 실패담을 들려줍니다. 어떻게 양심에 어긋나는 행동까지 하게 됐는지도 들려주죠. 인생의 속살을 보여줘 후배들이 시행착오를 줄이고 보다 나은 가치관을 실천하도록 동기를 심어주는 거죠.”



 그는 이 모든 행사와 활동을 자비로 8년째 이끌어 오고 있다. 16일엔 숭실대에서 인생의 멘토를 찾아주는 ‘멘토링 코리아’도 열 계획이다. “청년들에게 삶의 전환점을 갖게 해주는 것”이 그의 진짜 직업이다.



편견 깨고 삶에 대한 결정권 행사 도와



김현수 교장이 운영하는 학교도 청소년들이 행복한 삶의 주인공이 되는 데 초점을 둔다. 제도권 교육에서 받은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도록 도와주고 사회적 편견 등 유리벽을 깨고 나가도록 일깨운다. 이를 위해 학생들이 자기 삶과 행동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하고 책임감을 기르도록 도와준다. 교육과정은 모두 학생이 스스로 선택하고 만들어 나간다. 학기 초에 교사·학생·학부모들이 제안한 수업을 모아 구성한다. 지식주입 수업은 하지 않는다. 교과서도 없다. 교사와 학생이 직접 만들거나 서로 의논해 고른다.



 수업은 토론·토의·발표, 과제물 조사·작성·수행 등으로 이뤄지며 감성 발달에 중점을 둔다. 학생들은 선후배·교사와 교류하며 분노와 감정 조절, 관계 맺기, 특기·적성 등을 발견해 간다. 친구들과 학교 생활규칙도 정한다. 이를 어길 시 받을 벌과 책임도 결정한다.



 “이런 교육특성에 따라 학생들은 친구·교사들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밖에 없죠. 생각을 나누고 서로의 차이를 배우는 겁니다. 이를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삶의 새싹을 키웁니다. 이 때문에 입학 면접에선 학생의 동기와 의지가 중요한 기준이 되는 거죠.”



 수업에선 지역민이 교사가 되기도 한다. 슈퍼마켓 사장, 제빵사, 부녀회장 등 이웃 사람들이 자신들의 삶의 경험을 들려준다. 학생들이 성장하면 될 어른들의 진짜 모습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지역민들의 일터를 찾아가 일을 도우며 진로를 경험한다. 김 교장은 최근 학교 안에 ‘스타 칼리지’도 만들었다. 학생들이 분야별 전문가를 초빙해 직업교육을 받는 과정이다. 20평 남짓한 공간에선 시간을 달리하면서 제빵부터 공예까지 다양한 직업교육이 이뤄진다.



 “아이들은 다양한 재능을 갖고 있는데 어른들은 이를 발견하는 데 무관심한 것 같아요. 심지어 획일적인 목표와 방식까지 강요하고요. 혼낼 때도 혼내는 게 목적인지, 아니면 잘하도록 하는 게 목적인지 부모와 교사는 구분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러면 아이들과 소통하게 되고 어떤 도움을 어떻게 줄 수 있는지 알게 되죠.”



박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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