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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차려입고 선생님 가마 태우고 …

중앙일보 2013.02.06 00:56 종합 20면 지면보기
지난해 열린 충북 증평군의 형석고 졸업식에서 학생들이 가마로 교사를 태우고 행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형석고는 올해로 3년째 이 행사를 연다. [사진 형석고]


“밀가루, 계란 던지기 그런 졸업식요? 우리 학교에는 그런 거 없어요. 마지막으로 교복을 입는 날인데 경건하게 보내야죠.” 졸업식 때마다 되풀이되는 뒤풀이가 사회적 문제가 된 가운데 충북지역 일부 학교가 감동을 주제로 졸업식을 준비하고 있다. 교복을 찢거나 일렬로 줄을 세워 폭행하는 행위, 알몸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행동 대신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이고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는 이벤트가 다양하게 열린다.

‘감동의 식’ 준비하는 충북 중·고교



 13일 졸업식을 하는 충북 증평군의 형석고는 재학생들이 3학년 담임교사를 가마에 태우고 졸업식장에 입장한다. 이 이벤트는 올해 세 번째로 스승에 대한 존경심을 표하자는 의미다. 졸업생 110여 명은 한복을 입고 가마에 탄 스승을 따라 행사장에 들어선다. 형석고 관계자는 “작년까지는 졸업생이 가마지기로 나섰지만 올해는 재학생이 스승과 선배를 따른다는 취지에서 가마를 짊어진다”고 말했다. 제천산업고 학생들도 8일 열리는 졸업식 때 조선시대 사대부가 타던 가마에 담임교사를 태우고 졸업식장에 들어서는 모습을 연출한다.



 7일 졸업식을 갖는 충주 중산고는 경건한 마음을 갖자는 의미로 졸업가운과 학사모를 준비했으며 유명인사의 영상 축하 메시지를 전달받는 행사를 갖는다. 제천의 대제중은 4년째 졸업식장에서 졸업생 전체가 일어서서 졸업 베레모를 공중으로 던지면서 환호하고, 제천 세명고는 전임 학생회장이 후임 학생회장에게 교복을 물려주는 이벤트를 열 예정이다.



 청원고 졸업식에는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참석해 졸업생을 축하한다. 청원고는 233명의 졸업생이 졸업가운과 학사모를 착용하며 학교운영위원장이 1만원이 입금된 희망통장, 담임교사가 꽃 한 송이를 각각 선물로 증정할 예정이다. 충주의 한림디자인고는 7일 열리는 졸업식 때 자유복장으로 참석한다. 졸업생 대부분이 최근 후배들에게 교복을 물려줬기 때문이다. 이 학교는 2003년부터 교복 물려주기 운동을 하고 있다. 15일 졸업식을 하는 영동의 추풍령중학교 졸업생 21명은 20년 후에 개봉할 타임캡슐을 운동장에 묻는다. 타임캡슐에는 졸업생의 책과 노트, 사진,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 등이 담긴다. 청주 대성고는 졸업식 후 친구와 스승에게 그동안 하지 못했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20∼30년 후 자신의 모습을 발표하는 시간을 갖는다. 한국바이오마이스터고 교사들은 재학시절 학생들의 모습을 모아 제작한 CD를 전달한다. 이 학교는 졸업식 식전행사로 후배들로 구성된 관악부의 축하 음악회, 농악부의 사물놀이 공연이 펼쳐진다.



 올해 졸업식을 끝으로 문을 닫거나 이전하는 학교도 있다. 괴산 목도중·장연중·감물중은 괴산 오성중으로 통합되면서 15일 마지막 졸업식을 치른다. 노은초 수상분교장과 진천 삼수초 매산분교장, 보광초 화곡분교장 등 3개 분교장은 본교와 통합하면서 각각 문을 닫게 된다. 제천시의 동명초는 15일 101회 졸업식을 끝으로 천남동으로 이전한다. 이 밖에 대부분의 학교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스승과 제자가 추억의 졸업식을 준비하고 있다.



 충북교육청 관계자는 “졸업의 참된 의미를 되새기고 아름다운 마무리와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졸업식이 되기를 바란다”며 “교육청과 경찰, 사회단체가 나서서 잘못된 졸업식 뒤풀이 문화를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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