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용등급 깎아 미운털 미, S&P에 사법 칼날

중앙일보 2013.02.06 00:11 종합 12면 지면보기
미국 사법당국의 칼끝이 마침내 신용평가회사로 향했다. 2008년 세계 경제를 파탄으로 몰아넣은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다. 첫 표적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다. S&P는 2011년 8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깎아 미 정부에 미운털이 박히기도 했다.


금융위기 조장 책임 물어 제소
신용평가사 상대 첫 정부 소송

 미 법무부는 S&P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이번 소송엔 상당수 주정부와 뉴욕 검찰도 가세할 예정이다. 그동안 월가 은행을 상대로 한 미 정부의 소송은 있었지만 신용평가사를 직접 겨냥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법무부와 S&P는 지난 2주간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교섭해 왔다. 그러나 입장 차가 워낙 컸다. 법무부는 S&P에 최소 10억 달러 벌금을 물고 불법행위 일부를 시인하라고 다그쳤다. 그러나 S&P는 1000만 달러 이상은 못 내고 불법행위도 없었다고 버텼다. 불법행위를 인정하면 앞으로 밀려들 민사소송을 감당할 수 없다는 계산에서다.



 법무부는 S&P가 부실한 ‘부채담보부증권(CDO)’에 최고 신용등급인 ‘AAA’를 남발했다는 혐의를 두고 있다. CDO는 주택대출이나 회사채 등 채권을 담보로 발행하는 증권을 말한다. 주택대출은 이를 담보로 증권을 발행해 팔면 대출금 일부를 현금화할 수 있어 2000년대 중반 월가 은행들이 앞다퉈 만들어 팔았다. 그런데 빚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의 서브프라임모기지까지 대거 섞여 들어간 CDO에 S&P가 ‘AAA’ 등급을 내줬다는 게 법무부 시각이다. 2008년 집값이 폭락하자 ‘깡통주택’이 속출했고 결국 서브프라임모기지를 넣어 발행된 ‘AAA’ 등급 CDO의 90%가 휴지조각이 됐다.



 S&P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조차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예측하지 못하지 않았느냐고 항변한다. 투자자들을 속이기 위해 고의로 AAA등급을 매긴 게 아닌 이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미 수정헌법 1조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S&P는 성명을 통해 “이번 소송은 근거가 불확실하고 법적 가치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S&P가 CDO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반박한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S&P 임직원들이 주고받은 e-메일 수천만 페이지를 확보했다. 예컨대 한 S&P 직원은 e-메일에서 “회사가 또 하나의 괴물, CDO를 만들었다. 종이로 쌓아 올린 이 집이 무너지기 전에 얼른 돈 벌어 은퇴할 수 있길 기도하자”고 썼다.



 이번 소송은 앞으로 예상되는 신용평가회사 상대 민사소송의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경민 특파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