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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색 붉으면 심장병, 푸르면 간장병, 검으면…

중앙일보 2013.02.04 05:06 건강한 당신 4면 지면보기
우리 몸은 그 자체가 진단기다. 건강에 적신호가 오면 어떤 형태로든 경고음을 발동한다. 우리 조상은 이러한 인체의 미묘한 변화를 감지해 체계화했다. 한의학의 사진(四診)법이 바로 그것이다. 바라본다는 뜻의 망진(望診), 청각으로 듣는 문진(聞診), 환자와의 문답을 통해 병력을 얻는 문진(問診), 촉감으로 건강상태를 점검하는 절진(切診)이다. 하지만 우리는 의료진의 진찰 이전에 스스로 몸의 변화를 느낀다. 문제는 대부분 이 같은 질병 신호를 무시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병이 깊어진 이후에야 병원을 찾는다. 이번 주부터 ‘김종열 박사의 한방 건강 신호등’을 연재한다. 우리 몸이 말하는 질병 사인을 잡아내 조기 치료하자는 취지다. 김 박사는 현재 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사상의학을 현대적으로 과학화하는 ‘이제마 프로젝트’의 연구책임자로 활동하고 있다.


김종렬 박사의 한방 건강 신호등 - 얼굴색과 질병

얼마 전 한의학 연구성과에 대한 평가가 있었다. 실사로 참여했던 한 평가자의 얼굴색이 좋아 보이질 않아 직업적 본능으로 질문을 했다.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아픈 일이 없나요?” “가족 중에 심장병을 앓았던 분은 없나요?” “당신의 얼굴색이 심장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고 있네요.” 대충 이렇게 말을 건넨 듯하다.



 이분은 “그런 일이 없다”며 의아한 표정을 짓고 떠났다. 당시 이 일이 기억에 남는 것은 나중에 전해 들은 그 평가위원의 얘기 때문이다. “내 얼굴색만 보고 심장병 얘기를 할 때 나는 웃어넘겼는데 며칠 후 정말 심장에 문제가 생겼다. 심혈관질환으로 응급수술을 받고 스텐트를 삽입했다. 이제부터는 한의학의 질병예측 능력을 활용한 한의학 연구과제를 무시하면 안 되겠다.”



 얼굴색으로 건강 상태를 예측하는 행위는 오래 전부터 동서양에서 행해지던 진단법이다. 우리는 생활 속에서도 이런 말을 흔히 한다. ‘오늘 어디 아파? 얼굴색이 창백하네’ ‘요즘 안색이 안 좋은데 병원에 가봐야 하는 것 아니야’. 하지만 이런 느낌은 대개 막연하다. 게다가 병원에서는 황달 같은 특수한 경우 외에는 특별히 안색을 진단의 중요한 요소로 취급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의학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 같은 질병 예측이 체계화되어 있다. 예를 들어 얼굴에 붉은색이 과하면 심장병, 황색이 과하면 소화기계 질병, 흰색이 과하면 폐기관지병, 푸른 색이 과하면 간장병, 검은 색이 과하면 신장병… 이런 식이다.



다만 이때 색깔은 병적인 오색이다. “비단으로 감싼 듯한 붉은 색이면 건강하나, ○○한 붉은 색이면 안 좋다” 는 식으로 해석한다. 특히 색깔이 얼굴의 어느 부위에 나타나느냐에 따라 임상적 의미가 다르다. 의사의 면밀한 색진(색깔 진단) 능력을 요구하는 이유다. 이러한 한의학적 진단 능력을 우리 생활 속에서 건강 모니터링에 활용할 수는 없을까.



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 UST(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교수
  지난달 말 ‘체질건강의자’ 연구 성과가 발표되었다. 언론은 이를 ‘한의사 주치의 시스템’이라고 보도했지만 실은 치료보다는 한의사의 진단 능력을 집안에 끌어다 놓는다는 개념이다. 의자에 장착된 소형 카메라로 정기적으로 얼굴 사진을 찍어 얼굴색에 어떤 변화가 왔을 때 이를 한의사 주치의에게 알리고 건강관리에 도움을 받자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한국에서만 진행하고 있는 꿈이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 UST(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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