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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 얼굴에 된장국 쏟은 국물녀, CCTV 보니

중앙일보 2013.02.04 03:00 종합 2면 지면보기
2일 앤드루 댈글레이시 주한 영국대사관 부대사 가족이 서울 종로구의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첫째 찰스, 댈글레이시 부대사, 부인 에일린(36), 둘째 제임스. 오른쪽 작은 사진은 지난해 2월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가에서 7세 된 허모군이 이모씨와 부딪히는 장면이 담긴 CCTV 화면. [안성식 기자], [중앙포토]


지난달 30일 오후 7시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D쇼핑몰 푸드코트. 아이들 10여 명이 여기저기 테이블 사이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한 아이는 뜨거운 음식이 놓인 식판을 들고 가는 어른과 부딪칠 뻔했다. 이 아이의 엄마는 잠깐 아이를 보는 듯하더니 일행과 이야기를 이어갔다. 옆 테이블에서 아이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던 이모(47)씨는 “식당에서 뛰어노는 아이를 보면 눈살이 찌푸려진다”면서도 “막상 내 아이들이 그런다면 쉽게 말리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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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시켜달라” 하면 부모들은 오히려 화내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7년째 식당을 하고 있는 장용성(41)씨는 “떠드는 아이들이 있으면 다른 손님들이 항의할 때가 있다”며 “이럴 때 손님에게 조용히 시켜 달라고 요청하면 ‘왜 내 아이에게 뭐라 하느냐’며 오히려 화를 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명지대 아동학과 박부진 교수는 “젊은 부모들이 내 아이를 위축시키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에티켓을 모르는 자녀를 훈계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2월 서울 광화문의 한 푸드코트에선 7세 허모군이 뛰어가다 된장 국물을 받아오던 이모(52·여)씨와 부딪쳤다. 이 일로 허군은 얼굴에, 이씨는 손에 화상을 입었다. 하지만 허군의 어머니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이씨가 가해자인 것처럼 글을 올렸다. 네티즌들은 이씨에게 비난을 쏟아냈다. 이후 허군이 식당 안을 뛰어다니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TV(CCTV) 영상이 공개된 뒤에야 이씨는 억울함을 풀 수 있었다.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엄정애 교수는 “서구식 개인주의엔 독립적인 사람은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며 “우리는 개인주의를 ‘다른 사람 눈치 안 보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으로 잘못 받아들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도서관 등 다른 공공장소에서의 에티켓도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 1일 오후 서울 태평로1가 옛 서울시청 자리에 들어선 서울도서관에선 자원봉사자들이 손가락으로 ‘쉿’ 모양을 하면서 떠드는 아이를 조용히 시키고 있었다. 서울도서관 민시현 주임은 “소란스러운 아이들 때문에 독서에 방해가 된다며 어린이 열람실을 따로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서울 종로구의 한 패밀리레스토랑에선 앤드루 댈글레이시(37) 주한 영국대사관 부대사 가족이 점심식사를 했다. 한 시간 동안 식사를 하면서 댈글레이시 부대사의 두 아들 찰스(8)와 제임스(6)는 꼼짝하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댈글레이시 부대사는 “유럽의 식사 시간은 매우 길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어른들과 대화하며 한자리에서 식사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며 “반복해 에티켓을 가르치고 아이가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로 대화를 하면서 인내심을 길러 준다”고 말했다.



 학계에 따르면 5~6세 아동이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최대 15분에 불과하다고 한다. 15분이 지나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자리를 이탈하거나 떠들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복되는 교육을 통해 아이가 집중력을 유지하는 시간을 다소 늘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우선 식당에서 15분만 더 자리를 지키도록 가르쳐도 30분 남짓한 식사 시간 동안 아이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글=정강현·정종문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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