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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지는 총리 인선 … “30여 명 검증서 대부분 탈락”

중앙일보 2013.02.04 03:00 종합 3면 지면보기
인수위원회 간사회의가 3일 서울 삼청동 인수위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모철민 여성문화·이현재 경제2·류성걸 경제1·이혜진 법질서사회안전·최성재 고용복지분과 간사가 회의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 열릴 예정이었다가 취소된 교육과학분과 국정과제 토론회는 4일 대전에서 열린다. [오종택 기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두 번째 총리 후보자 인선이 늦어지고 있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의 총리 후보직 사퇴 닷새가 넘었지만 후속 인사 발표는 오리무중이다. 왜 그럴까. 여권 관계자는 3일 “발표가 지연되는 이유는 대상 후보자들이 검증의 문턱에 걸려 탈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총리 인선과 관련해 박 당선인 측이 지난달 초부터 최근까지 30여 명의 인사를 스크린했는데 대부분 결격 사유가 드러나 탈락한 것으로 안다”며 “박 당선인이 내심 염두에 뒀지만 막상 검증해 보면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허다해 자꾸 인선 발표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후보군 거론되는 고위급 인사 중
끝까지 파고들면 남는 이 드물어”
당선인,인선 고민 … 민생투어 포기



 그러면서 “요즘 언론에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고위급 인사들도 막상 들여다보면 위장전입, 증여세 탈루, 특정업무경비 전용, 부동산 다운계약서 등의 문제를 끝까지 파고들면 살아남는 사람이 드물다”며 “박 당선인이 최근 새누리당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신상털기식’ 인사청문회의 제도개선 얘기를 자꾸 꺼내는 것도 이 같은 현실을 걱정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총리 후보군에 포함됐던 A씨는 검증과정에서 자녀 교육문제 때문에 위장전입을 했던 사실이 확인됐으며, B씨도 최근 지인들에게 “지금 분위기에선 청문회를 통과하기 힘들 것”이라며 총리직 고사의 뜻을 밝혔다고 한다. 검증에 대한 부담이 커진 것은 최근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의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의 한 측근도 이날 “총리직을 제의해도 청문회 때문에 거절하는 인사가 많은 게 사실”이라며 “이 후보자 청문회 때 시끄러웠던 특정업무경비 이슈만 해도 사실은 조직 관행의 문제인데 개인 도덕의 차원으로 몰고 가 난타당하는 것을 보고 누가 겁먹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측근은 “박 당선인이 장고 끝에 선택한 김용준 전 후보자마저 언론의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고 주저앉자 내심 충격이 컸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최근 박 당선인이 검증 인력을 보강하는 등 변화 기류가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총리만이 아니다. 정부조직법개정안 통과 이후 발표할 내각 인선에서도 장관급만 줄잡아 20명이 넘는다. 이들 중 몇 명이라도 낙오자가 생긴다면 박근혜 정부는 집권 초부터 시련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도 조각 명단에 포함됐던 남주홍 통일부, 박은경 환경부,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가 부동산 문제 등으로 청문회장에 서 보지도 못한 채 줄사퇴하는 바람에 곤욕을 치렀다.



 박 당선인의 인선 고민이 깊어지면서 대외활동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 인수위 관계자에 따르면 박 당선인은 당초 이번 설 연휴 기간을 이용해 호남을 비롯한 지방 민생투어를 실시할 계획을 세워놨으나 총리·청와대 인선이 지연되는 바람에 무산됐다고 한다. 대신 간소하게 할 수 있는 수도권 민생현장 방문으로 대체할 예정이라고 한다. 인수위 관계자는 “대국민 소통수단으로 민생투어를 통해 지역 통합 의지를 선보이려 했으나 인선 등의 문제로 일정이 빠듯해 포기했다”고 말했다.



글=김정하·정원엽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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