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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핸드백' 보도 뒤 대변인이 보낸 문자

중앙일보 2013.02.04 00:45 종합 4면 지면보기
허진
정치국제부문 기자
지난 2일 오후 6시 인수위 출입기자들에게 조윤선 대변인 명의로 문자메시지가 왔다. ‘최근 박근혜 당선인이 사용하는 가방은 국산 고가 브랜드 제품이 아니며, 국내 한 영세업체가 작은 가게에서 만든 저렴한 가격의 제품’이라는 내용이었다.



 왜 이런 문자가 왔을까. 인터넷을 보니 주요 포털의 검색어 1위가 박근혜 당선인이 들었다는, 타조 가죽으로 만든 회색 가방의 브랜드(‘호미가’)였다. 인터넷 반응은 대충 세 갈래로 나뉘었다. “대통령이 국산 브랜드를 쓰는 건 좋은 일”이라는 ‘옹호형’, “명품백은 대한민국 여성의 생활필수품”이라는 ‘야유형’, “서민 행세 박근혜 초고가 명품백 논란” 같은 ‘의혹 확대재생산형’ 등이었다.



 논란은 호미가 대표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딱 봐도 우리 것이 맞다”고 주장한 데서 비롯됐다. 회사 관계자는 모델명을 언급하며 “가격은 128만원”이라고까지 했다. 일단은 노이즈 마케팅이 빚은 해프닝으로 보인다.



 하지만 논란을 키운 건 한국의 정치문화다. 박 당선인이 호미가 가방을 드는 걸 죄인 보듯 하는 문화 말이다. 돌아보면 이런 일은 수두룩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전 대통령 후보의 경우 명품 의자에서부터 명품 안경, 명품 패딩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2007년 대선 때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부인 김윤옥 여사가 주요 타깃이었다. 김 여사가 명품 에르메스 가방을 들었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 대통령은 “잘못됐다”고 사과까지 했었다. 당시 민주당 김현미 대변인은 김 여사가 ‘1500만원 상당의 고가 명품 시계를 쓴다’고 했다가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설 연휴 때는 이 대통령의 손녀가 입은 패딩이 명품 몽클레르라는 이유로 비판이 쏟아지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손녀도 명품 버버리 코트·원피스를 입었다는 반박에 부닥쳐 전·현직 대통령 손녀들 외투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명품을 쓴다고 해서 죄인처럼 만들어 버리는 풍토. 이젠 아닌 것 같다. 국가를 대표하는 지도자들, 그의 배우자나 친인척들은 과연 꼭 중·저가만 써야 하는 것일까.



 대한민국 최초이자 세계에서도 드문 독신여성 대통령이 국산 브랜드를 입고 정상회담에 참석해 화제를 모았다고 가정해 보자. 그 브랜드는 얼마나 큰 광고효과를 낼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이 이미 그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뉴욕 신예 디자이너의 옷을 주로 입는 그의 패션이 화제가 될 때마다 해당 브랜드의 가치가 같이 뛴다. ‘미셸 스타일’이 가져다 주는 경제적 가치는 30억 달러(약 3조2850억원)가 넘는다고 한다. 박 당선인은 물건을 오래 쓰기로 유명하다. 구두를 10년 넘게 고쳐가며 신는다는 얘기도 있다. 생각을 뒤집어 보자. 서민 풍모도 좋지만 세계 10위권 경제규모 국가의 지도자라면 세계의 주목을 받는 패션 리더가 되는 게 나라에 더 이익이 되지 않을까.



허 진 정치국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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