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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위기에도 복지 줄이지 않았다 노르딕모델의 비밀

중앙일보 2013.02.04 00:34 종합 10면 지면보기
다시 태어난다면 살아보고 싶은 곳으로 북유럽을 꼽을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지상 최고 수준의 복지를 누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스웨덴·노르웨이·핀란드·덴마크 4개국은 경제적 경쟁력, 사회적 건전성, 행복지수 등 모든 분야에서 세계 최고에 올라 있다. 국가 신용등급 트리플 A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는 이들 국가의 ‘신(新)노르딕 모델’이 각광받고 있다.


세계가 주목하는 스웨덴·노르웨이·핀란드·덴마크

20세기 복지 천국이라 불렸던 이들도 한때 위기를 맞았다. 1990년대 유럽을 덮친 경제위기로 큰 정부를 지향했던 이들 국가는 한계상황에 부닥쳤다. 당시 이들 4개국은 미래지향적으로 새로운 모델을 설계했다. 그것이 오늘날 강소국(强小國)으로 부상한 토대가 됐다고 영국 이코노미스트 최신호가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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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개국을 합해도 인구가 2600만 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나라들이어서 상대적으로 개혁이 쉽긴 했다. 그래도 이것이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경쟁력 제고와 복지 제도, 공공부문 등의 개혁이 실용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좌파냐 우파냐 하는 이데올로기 논쟁보다 미래사회 건설을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한가에 대한 합의를 찾는 데 몰두했다. 그 결과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에서 제기된 혁신 아이디어들이 채택됐다.



 스웨덴은 우선 재정지출을 대폭 줄였다. 공공지출은 1993년 GDP의 67%에서 지금은 49%로 줄었다. 세율도 대폭 낮췄다. 최고세율은 83년 57%에서 지금은 27% 수준으로 떨어졌다. 올해 법인세율은 26.3%에서 22%로 미국보다 낮아진다. 이에 힘입어 국가 총부채는 93년 GDP의 70%에서 2010년 37%로 줄었다.



같은 기간 재정수지는 11% 적자에서 0.3% 흑자로 바뀌었다. 1993~2010년 GDP 성장률은 평균 2.75%, 생산성은 2.1% 증가를 기록했다. 다른 15개 유럽연합(EU) 국가의 1.9%와 1%에 비해 뛰어난 실적이다. 연금제도는 고령화 정도에 맞춰 자동적으로 조정되도록 해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어줬다.



 이들 4개국이 시장 메커니즘과 복지를 나란히 발전시켰다는 점도 주목된다. 업그레이드된 대처리즘이라 불리는 이유다.



 자유무역을 중시하는 스웨덴은 상징적인 기업인 사브자동차의 파산을 용인했고 볼보가 중국 기업에 넘어가는 것에도 간섭하지 않았다. 덴마크는 유럽에서 가장 유연한 노동시장을 자랑한다. 플렉시큐리티(Flexicurity)라는 이름을 가진 이 제도는 해고를 쉽게 하는 대신 실직자에 대한 경제적 지원과 직업훈련을 적극 제공해 재취업을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덴마크에서는 정부 지원을 받아 공립학교 학비 수준으로 사립학교를 다닐 수 있다.



 핀란드는 창업 초기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에인절 투자자와 벤처투자자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2000년 국가 GDP의 4%를 차지했던 노키아의 몰락은 핀란드에 충격이 됐다. 소수 대기업에 의존하는 위험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혁신·기술청을 설립하고 벤처펀드를 조성해 경쟁력 있는 기업 육성을 적극 지원했다.



 1인당 GDP가 10만 달러에 육박하는 석유부국 노르웨이는 다른 나라와는 사정이 좀 다르지만 역시 포스트-오일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공공부문의 경쟁력 향상은 눈부시다. 정부·민간 가리지 않고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관에 서비스를 맡겼다. 노르웨이와 덴마크는 사기업이 공공 병원이나 공립학교를 운영하는 사례가 많다. 이는 물론 예산 낭비를 줄이는 데 큰 기여를 한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높고 부패가 적다는 것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새 나가는 세금이 적어진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담세율은 상대적으로 높지만 내는 만큼 돌려받는 혜택이 많아 스웨덴인의 납세에 대한 거부감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민보다 작다.



한경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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