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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배용의 우리 역사 속의 미소] 희망을 꿈꾸는 미소는 소통의 시작

중앙일보 2013.02.04 00:33 종합 32면 지면보기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
벌써 계사년의 입춘일이다. 봄이 들어서는 오늘, 미소로 희망을 열고 밝고 복된 새해를 기원해 본다.



 일제 식민지 시대 도산 안창호 선생은 진리는 반드시 따르는 자가 있고 정의는 반드시 이루는 날이 있다고 하면서 비록 나라는 일시적으로 빼앗겼으나 우리가 미소를 잃지 않으면 독립의 희망이 있다는 신념으로 갓난아이는 방그레, 노인들은 벙그레, 젊은이들은 빙그레 웃으면서 전국 방방곡곡에 미소 운동을 벌이자고 주창했다.



 바로 이 그림. 구한말의 초상화가 채용신(1850~1941)의 운낭자상은 1914년에 그린 그림으로 엄마 품에 안긴 아기가 활짝 함박꽃 웃음을 짓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나라가 일제 식민지 치하로 떨어진 지 얼마 안 되는 시절에 이렇게 어린 아기의 밝은 미소로 그 마음을 표현했다는 것은 연대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도산 안창호 선생의 생각과 일맥상통하는 것은 아닐까.



채용신이 1914년에 그린 운낭자상. 오른쪽 위에 “雲娘子二十七世像”이라고 적혀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그림의 주인공인 운낭자는 가산의 관기였던 최연홍(崔蓮紅)이며 1811년 홍경래의 난 때 가산군수 정시(鄭蓍)의 시신을 거두어준 의열로 기적에서 빠지고 자유의 몸이 된 여인이다. 사후에는 열녀각인 평양 의열사에 제향되었다고 전해지는데 초상화의 도상을 그가 의열한 1811년 당시 27세상으로 설정한 것은 사실적 초상화라기보다는 일종의 이상적인 여인상으로 또는 미인도 형태로 전형화된 것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운낭자의 다소곳하면서도 기품 있는 자세 그 품에 안고 있는 토실토실한 아기가 구슬을 쥐고 환하게 웃는 모습의 평화로움, 그리고 저고리 동정의 흰색과 땅 밑까지 끌리는 긴치마의 틈새로 살짝 나온 흰 버선발의 아름다운 조화는 어떤 어려운 시절이 닥쳐도 좌절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희망의 미래를 꿈꾸는 우리 민족의 영혼과 따뜻한 숨결이 느껴진다.



 외국인들이 우리에게 가장 많이 지적하는 말은 경제적 성장을 향해 너무 긴장하며 살다 보니 얼굴이 너무 굳어 있고 미소가 없다는 것이다. 오늘 내가 짓는 미소가 상대방의 마음을 열게 하면 그것이 바로 소통과 화합의 시작이다. 국가나 기업이나 미소경영이 필요한 시절이다.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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