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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중독 4가족 혼자 살아남은 둘째아들 섬뜩

중앙일보 2013.02.04 00:31 종합 12면 지면보기
부모와 형 등 가족 3명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연탄가스를 피워 살해한 대학생이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원룸을 얻어 연탄화덕 모의실험을 하고, 범행 뒤에는 형이 주도해 가족이 자살한 것처럼 위장했다.


전주서 치밀한 패륜 살인
범행 전 모의실험까지 하고
지난달엔 도시가스로 시도
재산·보험금 노리고 한 듯

 지난달 30일 오전 11시40분 전주시 송천동 L아파트에서 박모(52)씨와 부인(55), 큰아들(26)과 작은아들(24) 등 한 가족 네 명이 쓰러져 발견됐다. 이들이 쓰러져 있던 안방과 작은 방에는 연탄화덕이 피워져 있었다.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박씨 부부와 큰아들 등 세 명은 숨지고, 작은아들은 깨어났다. 진단 결과 이들 모두 연탄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드러났다. 작은아들은 “형이 준 우유를 마시고 잠들었다”며 “깨어나 보니 연기가 자욱해 119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당초 외부 침입 흔적이나 외상이 없었던 점으로 미뤄 가족 동반자살로 추정했다. 그러나 유서가 발견되지 않고, 작은아들의 진술이 오락가락하는 등 자살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너무 많았다. 경찰은 함께 연탄가스를 마시고도 살아남은 작은아들을 용의자로 지목했다.



 경찰의 거듭된 추궁에 작은아들은 3일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작은아들 박씨는 이날 오전 1시쯤 아파트의 작은 방에서 부모에게 수면제 탄 복분자를 먹여 잠들게 했다. 이어 집밖으로 나가 새벽 3시쯤 음식점 영업을 마친 형과 술을 마셨다. 새벽 5시쯤 함께 귀가해 안방에서 형에게 수면제가 든 우유를 줬다. 잠시 뒤 박씨는 베란다에 미리 피워둔 연탄화덕을 작은방·안방에 옮겨놨다. 작은아들은 “범행 일주일 전쯤 연탄·화덕 등을 구입했다”고 진술했다.



 범행 뒤 작은아들은 형이 자살을 주도한 것처럼 꾸몄다. 먼저 형의 휴대전화로 애인 등에게 “행복하게 잘 살아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또 형의 옷으로 갈아 입고는 타다 남은 연탄·번개탄을 형의 그랜저 승용차 뒷좌석에 가져다 놨다. 하지만 증거 조작은 금방 들통났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검사 결과 시신 혈액의 일산화탄소 농도가 부모와 형은 25~30%, 작은아들은 19.2%였다. 또 작은아들 쏘나타 승용차에서 연탄가루가 발견됐다.



 작은아들은 지난달 8일에도 집안의 도시가스 배관을 잘라 가스 중독으로 부모를 살해하려고 했다. 하지만 가스 냄새 때문에 아버지가 잠에서 깨어나는 바람에 실패했다. 일주일 전에는 자신이 얻은 원룸에 아파트 구조를 비슷하게 꾸미고 연탄화덕 살해 모의실험까지 했다.



 작은아들은 공주에 있는 대학 2학년을 다니다 군대를 다녀왔다. 다음 달 복학을 앞둔 그는 아버지가 운영하는 콩나물 공장 일을 돕고 있었다.



 경찰은 작은아들 박씨가 가족의 재산이나 보험금 등을 노리고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아버지와 형이 운영하는 콩나물 공장과 음식점은 장사가 비교적 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콩나물 공장은 재산가치가 10억원대에 이르며, 아버지는 최근에도 매입할 땅을 알아보고 다녔다고 이웃 사람들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가족들의 보험 관계나 계좌 등을 추적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작은아들은 경찰에서 “가족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크게 힘들어 하고 다툼이 심해 차라리 다 같이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작은아들 박씨에 대해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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