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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민주당 ‘세비 30% 삭감’ 약속 정직하지 못하다

중앙일보 2013.02.04 00:31 종합 33면 지면보기
강인식
정치국제부문 기자
민주통합당은 지난달 31일부터 1박2일간 대통령 선거 패배를 진단하는 워크숍을 통해 7개 항으로 된 ‘민주당의 신조’(信條)를 채택했다. 7개 항은 ▶세비 30% 삭감 ▶겸직 금지 ▶의원연금의 조건 없는 폐지 ▶계파 청산 ▶민주적 리더십 강화 ▶당직은 당원에게 공직은 국민에게 ▶뇌물수수·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 인사에 대한 공천 제한 등으로, 일종의 정치쇄신안이다.



 정당이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신조’라는 표현을 쓴 건 이례적이다.



 ‘신조’란 굳은 신념, 종교적 가르침을 의미한다. 당 관계자들은 “‘민주당 신조’는 ‘민주당 당론’이란 말보다 우선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7개 항의 신조 가운데는 좀 뜬금없어 보이는 게 있다. ‘세비 30% 삭감’ 신조가 그렇다. 세비는 수당·입법활동비·특별활동비를 합한 의원의 임금이다.



 전문가들은 세비 삭감이 오히려 정치를 무력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정치쇄신책으론 번지수가 틀렸다는 얘기다. “세비 삭감과 같은 징벌·제재만으론 좋은 인재가 정치를 하도록 유인할 수 없으며, 오히려 제대로 의정활동을 하도록 지원해 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돈 많은 사람만 정치를 할 수 있는 사회가 돼선 안 된다”(서강대 조윤제 교수)는 칼럼 내용이 그런 지적을 잘 반영해 주고 있다.



 민주당도 그걸 모르지 않는다. 세비 삭감을 이끌어낸 당 정치혁신위원장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조차 “세비 삭감이 혁신의 본질은 아니다”는 걸 인정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 교수는 “국민이 의원 보고 월급 깎으라고 했나. 자신들이 그렇게 약속한 거지”라고 반문하고 있다.



 무슨 말일까.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1일, 세비 30% 삭감을 당론으로 결정했다. 정당 기득권의 포기를 요구하는 안철수씨의 선거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였다. 당시에도 진정한 쇄신은 행정부에 대한 정당의 견제·감시 기능을 정상화하는 것이지 정치를 축소하는 게 아니라는 반론이 있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듣지 않았고, 단일화 정치의 후유증은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세비 삭감이 옳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바라지도 않으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이를 자기의 신조로 받아들여야 할 의원들은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한 의원은 “정직하지 못했다는 점이 이번 신조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의 말대로 쇄신의 시작은 정직이다. 그렇다면 대선 기간의 포퓰리즘 공약에 대해 무릎 꿇고 사과한 뒤 잘못을 바로잡는 게 더 정직한 쇄신안이다.



강 인 식 정치국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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