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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의 시시각각] 박근혜 운명의 숫자, 9와 18

중앙일보 2013.02.04 00:27 종합 34면 지면보기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박근혜 당선인은 9와 18이란 숫자와 운명적으로 연결된 것 같다. 그가 9살 때 아버지가 쿠데타를 일으켰다. 평범했던 소녀는 하루 아침에 권력자의 딸이 됐다. 그 일이 없었다면 박근혜는 보편적인 여자의 일생을 살았을 것이다.



 18년 동안 박근혜는 권력 안에 있었다. 18년은 영광과 비극의 드라마였다. 아버지가 죽고 권력이 사라지자 딸은 광야로 나왔다. 그 후 18년 동안 박근혜는 은둔했다. 이때까지 정확히 권력 18년, 비(非)권력 18년이었다. 1997년 박근혜는 은둔을 끝내고 정치에 뛰어들었다.



 9년 후 박근혜는 다시 운명의 폭풍을 맞았다. 그해 봄 테러로 목숨을 잃을 뻔했다. 가을엔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 안보 불안이 높아지면서 여성 박근혜는 남성 이명박에게 뒤처지기 시작했다. 핵실험이 없었다면 박근혜는 17대 대통령이 됐을지 모른다. 하지만 17은 역시 그의 숫자가 아니었다. 박근혜는 18대 대통령이 됐다.



 9와 18이 보여줄 다음 운명은 무엇일까. 혹시 2015년이 아닐까. 2015년은 박근혜 정치입문 18년, 테러 9년이 된다. 바로 그해, 박근혜는 뭔가 거대 운명을 만나는 건 아닐까. 대통령의 운명은 국가의 운명이요 국민의 운명이다. 그렇다면 그해 한반도에 격변이 일어나는 건 아닐까.



 2015년은 새 대통령 임기 3년차요 한가운데다. 이명박 정권에서도 격변은 3년차에 터졌다. 첫해에는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가 피살됐다. 이듬해 북한은 2차 핵실험을 했다. 3년차인 2010년 김정일은 천암함을 폭침하고 연평도를 포격했다. 남북대립은 심화되고 북한은 더 고립됐다.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김정일은 2011년 말 사망했다.



 박근혜 첫해는 5년 전보다 더 심각하다. 미국 핵잠수함이 와있는데도 북한은 3차 핵실험을 강행할 태세다. 핵실험을 다시 하면 한반도 정세는 엄중해질 것이다. 긴장은 고조되고 국제사회는 북한을 더 조일 것이다. 그런 가운데 1년이 가고 2년이 지나면 2015년이 온다.



 2015년은 여러 가지로 위험하다. 3차 핵실험을 끝내면 북한은 핵탄두 소형화에 몰두할 것이다. 1t 미만이면 미사일에 실어 일본과 괌을 때릴 수 있다. 더 줄이면 미국 서부해안까지 보낸다. 2015년 북한은 이런 수준에 도달할지 모른다. 물론 더 빨라질 수도 있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갖게 되면 한반도 상황은 차원이 달라진다. 북한은 왼손에 핵을 쥐고 오른손으로 협박할 것이다. 연평도 같은 노골적인 도발을 다시 할 수도 있다. 연평도 사태 때 이명박 정권은 북한 장사정포에 벌벌 떨면서 제대로 응징하지 못했다. 장거리포에 떨었던 국가가 핵미사일에 의연할 수 있을까.



 9와 18에 따르면 2015년이 중요하다. 역사적·정세적으로도 그렇다. 세계사에서 3대 세습독재가 성공한 예가 없다. 공산주의는 2대도 어려웠다. 북한은 지금 권력이 불안하고 상황이 심각하다. 더 고립되고, 더 배고프고, 더욱 더 벼랑 끝이다. 그런데 손에는 핵미사일이 있다. 2015년엔 한미연합사도 해체된다. 북한은 도발의 유혹을 느끼지 않을까.



 격변은 도발만 있는 게 아니다. 북한 내 급변사태가 터질 수도 있다. 급변이 일어나면 한반도엔 통일과정이 시작될지 모른다. 통일은 급격히 올 수 있다. 독일통일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겨우 11개월 만이었다.



 박근혜는 가장 엄중한 시기에 대통령이 된다. 아버지 박정희 시절 도발은 많았지만 격변은 없었다. 핵도 없었다.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박근혜는 ‘김용준’ 같은 파동을 일으킬 여유가 없다. 총리, 국가안보실장, 국방장관, 국정원장을 역대 최강으로 짜야 한다. 군대 경험이 있고 위기대처가 뛰어난 전략가로 채워야 한다. 박근혜는 결연한 각오로 9와 18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김 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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