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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중의 스님만 오도송 읊을 수 있나

중앙일보 2013.02.04 00:00 종합 23면 지면보기
활인선원 대효 스님 방에는 ‘문제는 천만이라도 답은 마음 하나에 있다’라는 글귀가 걸려 있다. 마음먹기에 따라 누구든 깨달을 수 있다는 뜻이다. [안성식 기자]


마음이 장벽 같아야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모든 번뇌와 인연을 굳건하게 막아내야 해탈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선불교의 시조, 달마 대사의 말이다.

영성 2.0 ③ 대효스님



 조계종 대효(大曉·66) 스님은 그런 불교관에 대해 “꼭 그런 건 아니다”라고 반박할 것 같은 수행자다. 의지가 약하거나 심지어 불교를 믿지 않아도, 혹은 일상 생활에서도 참선의 효능, 그를 통한 깨달음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오도송(悟道頌·깨달음의 노래)이 산 속 스님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생각에 따라 스님은 1970년대 중반부터 일반인을 위한 참선 공간 운영에 전념해 왔다. 스님은 그러니까 재가자 참선교육의 선구자쯤 된다.



 지난달 30일 스님의 근거지인 경기도 안성의 활인선원을 찾았다. ‘행복제작소’라는 유쾌한 별칭에 걸맞게 스님은 환한 미소로 손님을 맞았다.



 스님은 처음에는 제주도에 선방을 차렸다. 여기서 참선을 경험한 한 신도가 땅 2만5000평을 희사해 2008년 지금의 활인선원을 세우게 됐다.



 며칠씩 잠을 못 자는 용맹정진(勇猛精進), 죽염만 먹는 단식 등 프로그램이 제법 벅차지만 선원을 찾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40년 가까운 기간 동안 1만5000∼1만6000명 가량이 거쳐간 것으로 추정된다. 난해하다고만 여겨지는 참선 수행. 대중화에 성공한 비결은 뭘까. 오늘날 불교는 어떻게 진화하고 있을까.



 -일반인 참선 교육을 시작한 계기는.



 “내가 힘들게 살아봤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 고생을 좀 덜어주고 싶었다. 조금만 도와주면 쉽게 참선할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하는 게 안타까웠다.”



 -일반인에게 단식·용맹정진은 힘들다.



 “실패하는 사람 별로 못 봤다.”



 - 그게 가능한 이유는.



 “나는 어려서 허약했다. 의지도 약했다. 출가 후 조계종 종정을 지낸 서암(西庵 ·1917∼2003) 스님 밑에서 한동안 열심히 공부했다. 스님은 쉬우면서도 시원시원하게 불교를 가르쳐주셨다. 그때 내 불교관이 정립됐다. 그러고 나자 내 능력 이상의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초월적인 힘이 나왔다고나 할까.”



 -선 수행에 단식을 곁들인 이유는.



 “마음의 문제는 결국 몸의 문제에서 비롯된다. 현대인은 너무 먹어서 탈이다. 참선은 지혜를 얻기 위한 것인데, 단식 역시 지혜의 시각에서 공복을 어떻게 이겨내느냐 하는 것을 가르친다.”



 -참선은 여전히 난해하다.



 “훈민정음이 만들어진 게 몇 백 년인데 아직까지 당나라, 송나라 때 불교 얘기만 하면서 어렵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한국불교는) 문턱이 높은 게 아니라 문을 잠그고 있다. 우리 선원에 들어온 사람들은 내가 무슨 에어로빅 강사인 줄 안다.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쉽게 참선을 설명한다. 무엇보다 참선 자체가 어렵지 않다.”



 스님이 공개한 교육 노하우는 이른바 ‘맞춤형 점검’이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자기점검표를 작성케 해 참가자들의 공부 진척도를 가늠하고 그에 맞는 교육을 한다. 독참(獨參)이라고 하는 1대1 교육방식이다.



 스님은 한 여성 참가자의 자기점검표를 건넸다. ‘의심의 답을 떠올리면서 느낌이 있었다면’이라는 점검표 질문에 다음과 같은 답을 썼다. ‘고라니가 자꾸 찾아오는 것’. 뜬금없는 고라니가 그의 머릿속을 어지럽혔던 모양이다.



 스님은 하지만 “‘맞춤형’은 어디까지나 테크닉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적당한 환경이 주어지면 뭐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가불자도 득도(得道)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참선이 어렵네 쉽네 해서는 답이 안 나오고, 일정한 환경을 조성하는 문제라고 하면 얘기가 달라진다”는 거였다.



 스님이 생각하는 불교의 핵심 교리는 뭘까. “불교는 내 안에 다 있다고 본다”라고 대답했다. 다시 물었다. “사람은 본바탕이 청정하기 때문에 갈고 닦으면 누구나 부처가 된다는 얘기 말인가.”



 스님은 말을 이었다. “부처가 된다는 얘기는 좀 거리가 있다. 지금은 부처가 아니라는 거 아닌가. 불교에 입문했든 하지 않았든 누구나 깨달음을 쓰고 있다.”



 영성(靈性)의 불교적 표현인 불성(佛性), 그건 바로 모두의 마음 안에 있다는 얘기였다.



글=신준봉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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