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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기억력이 월등히 떨어졌나요?

중앙일보 2013.01.29 00:59 경제 10면 지면보기
나이가 들면서 건망증으로 인한 곤욕을 한두 번쯤은 치르게 마련이다. “어디에 주차했는지 몰라 주차장에서 헤매거나 열쇠를 차에 두고 내리는 등 기억력이 월등히 나빠진 것 같아요” “친구랑 약속해 놓고선 깜빡 잊는 등 예전에 비해 기억력이 월등히 떨어졌어요”란 얘기를 들으면 남의 일 같지 않을 때가 있다.



 건망증으로 인한 괴로움을 호소하며 “기억력이 월등히 나빠진 것 같아요” “기억력이 월등히 떨어졌어요”와 같이 표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월등히’를 ‘아주 많이’ ‘매우 많이’ 등의 다른 말로 바꿔 줘야 의미가 통한다.



 ‘월등히’는 ‘수준이 정도 이상으로 뛰어나게’라는 뜻의 부사다. “주민들의 생활수준이 월등히 나아졌다” “초기 제품에 비해 청소 기능이 월등히 좋아졌다” “그는 동료들보다 월등히 높은 실적을 올렸다”처럼 더 낫고 좋은 상태나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간 경우에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스트레스가 높은 그룹의 경우 활동량이 월등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와 같이 ‘월등히’를 ‘감소하다’와 함께 쓰는 건 적절치 않다. ‘월등히 나빠지다’ ‘월등히 떨어지다’도 마찬가지다.



 두 부사의 뜻을 혼동해 잘못 사용하는 일도 있다. “이번 재활치료에 거는 기대가 사뭇 크다”와 같은 경우다. 이때의 ‘사뭇’은 ‘자못’으로 바루어야 이번 재활치료에 거는 기대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는 의미가 된다. ‘생각보다 매우’라는 뜻을 지닌 부사는 ‘자못’이다. ‘사뭇’은 거리낌 없이 마구, 내내 끝까지, 마음에 사무치도록 매우 등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데 주로 ‘아주 딴판으로’라는 뜻으로 쓰인다. “두 건축물은 같은 시기에 지어졌지만 그 느낌은 사뭇 달랐다”처럼 사용한다.



 ‘모름지기’를 ‘모르긴 몰라도’라는 의미로 쓰는 이도 간혹 있다. “그 사람은 모름지기 의사일 것이다”처럼 사용해서는 안 된다. ‘모름지기’는 ‘사리를 따져 보건대 마땅히 또는 반드시’라는 뜻의 부사다. “청년은 모름지기 꿈이 있어야 한다”와 같이 쓰는 게 바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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