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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미셸 오바마의 패션 정치와 ‘근혜 스타일’

중앙일보 2013.01.29 00:49 종합 34면 지면보기
정경민
뉴욕특파원
2011년 2월 9일 미국의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가 NBC방송의 ‘투데이쇼’에 출연했다. 감청색 바탕에 흰색 땡땡이 무늬 원피스, 거기에 붉은색 벨트로 포인트를 준 그의 패션감각이 돋보였다. 다음 날 아침 미국 언론이 호들갑을 떨었다. 미셸이 입은 원피스가 대중 브랜드 H&M의 35달러짜리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다. 모자와 선글라스로 변장한 채 대중 쇼핑몰 타겟에서 ‘암행 쇼핑’한 미셸의 사진이 신문 1면을 장식했다. 지난주 버락 오바마 대통령 2기 취임식에선 역시 중저가 브랜드 제이크루의 벨트와 구두·장갑으로 멋을 냈다. 재클린 케네디 이후 최고의 멋쟁이로 꼽혀온 미셸의 파격에 서민들은 박수를 보냈다.



 프랑스 명품에 꽂혔던 재클린과 달리 미셸은 젊고 감각 있는 뉴욕의 신예 디자이너를 주로 발탁해왔다. 취임식장에서 선보인 단정한 감청색 코트도 오바마 대통령의 코트를 디자인한 톰 브라운이 남자 넥타이 소재로 만들었다. 대만계 제이슨 우는 4년 전에 이어 이번에도 미셸에게 무도회 드레스를 입히는 행운을 안았다.



 쿠바계 이사벨 톨레도와 나르시소 로드리게스, 태국계 타쿤 퍼니치걸, 인도계 나임 칸, 한국계 두리 정도 미셸의 간택을 받았다. 출신은 다르지만 이들은 모두 뉴욕 최고의 디자인스쿨 파슨스를 나와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디자이너들이다. 뉴욕에서나 알려졌던 이들이 미셸 덕에 일약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디자이너가 된 거다.



 뉴욕 패션과 중저가 브랜드가 절묘하게 버무려져 실용적이면서도 품위 있는 ‘미셸 스타일’이 나왔다. 빼어난 패션감각은 흑인여성에 대한 편견도 날려버렸다. 불황으로 의기소침해진 뉴욕 패션계에 활력소를 불어넣은 건 물론이다. 요즘 뉴욕 디자이너 작업실엔 미셸의 신체치수와 똑같은 마네킹이 필수품이 됐다. 뉴욕 패션계에 그가 만들어준 경제가치는 30억 달러가 넘는다.



 패션감각 하면 박근혜 당선인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지 모른다. 육영수 여사를 떠올리는 올림머리, 정장스타일 바지와 브로치가 ‘근혜 스타일’의 공식이다. 수십 년 한결같은 그의 패션에서 원칙주의 소신과 자기관리의 절제가 묻어난다. 그런데 미셸과 달리 박 당선인은 어떤 브랜드 가방을 들고 누구 옷을 입는지를 철저히 비밀에 부쳐왔다.



 야당 정치인 시절엔 구설에 오를 수 있었으니 그렇다 치자. 그렇지만 대통령의 패션은 다르다. 대통령은 나라의 얼굴이다. 그의 패션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다. 한국 패션을 세계에 알리는 데 이보다 좋은 광고판이 또 있을까. 동대문 브랜드 액세서리와 한국 장인의 구두·가방에 젊은 디자이너의 옷을 입고 당당하게 세계 정상과 만나는 여성 대통령의 모습, 상상만 해도 뿌듯하다. 박 당선인의 취임식 패션이 벌써부터 궁금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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