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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책 수립은 10, 평가·피드백은 90 돼야”

중앙일보 2013.01.28 01:44 종합 5면 지면보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7일 서울 삼청동 인수위에서 열린 경제2분과 국정과제토론회에 참석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박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사후정책평가’와 ‘피드백’을 강조했다. 왼쪽부터 박 당선인,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 유민봉 국정기획조정간사. [인수위사진취재단]


10대 90의 원칙.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7일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제시한 원칙이다. 정책 만들기를 10 정도로 한다면 정책이 잘돼가는지 챙기는 건 그보다 9배 정도는 더 해야 한다는 뜻이다. 박 당선인은 이날 중소기업 등 실물경제를 담당하는 경제2분과와의 토론회에서 유달리 ‘사후 정책평가’와 ‘피드백’을 강조했다. 돈은 많이 투입하는데 정작 필요한 사람들은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박 당선인의 진단이다.

인수위 두 번째 경제분과 보고
민생현장 전하며 “저 다닌 데 많죠”
“빨리 좀 해주세요” 중기지원 독려도



 ①감기 낫는다는 희망을=박 당선인은 “좋은 정책을 입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만들어진 정책들이 현장에서 효과를 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수립)대 90(피드백)’이란 수치를 내놓았다. 그는 “평가와 피드백이 중요하다. 평가가 제도화됐으면 한다”고 했다.



 박 당선인은 이날도 비유를 통해 이런 자신의 발언을 뒷받침했다. “분만실에서 산모가 고통스럽게 애를 낳고 있는데 의사 선생님이 나와 남편이 ‘이제 고생이 다 끝났습니까?’ 물어보니까 의사 선생님은 ‘지금부터 시작입니다’라고 그랬다. 정책도 똑같다. 우리가 정책을 만들었다고 끝난 게 아니라 사실은 그때부터 시작이다. 계속 챙겨야 된다”고 말했다. 그는 “기억에 확 남으시라고 이런 예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감기환자’도 예시했다. ‘국민행복’을 강조하면서 예로 든 ‘손톱 밑 가시’ ‘신발 속 돌멩이’에 이은 3탄 격이다. 그는 “우리가 감기 걸렸을 때 콧물 나고 열나고 쑤시면 너무 괴롭고 힘들지만 좋은 의사 선생님 만나서 약 먹고 영양분 보충하면 금방 낫겠다는 희망이 있으니까 괴로움을 버티는 것”이라며 “그러나 일생을 콧물 흘리고 삭신이 쑤시고 살아가야 한다면 너무 고통스러워 그 자리에서 쓰러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민 삶이 어려워도 ‘이 정책을 보니까 내가 희망 가져도 되겠구나, 정부가 진실성을 갖고 하고 있구나’ 하는 희망을 가질 때 국민들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②딸기박사 소개한 박 당선인=박 당선인은 이날 인수위원들에게 각종 주문을 쏟아냈다. 그는 최근 부동산 침체와 관련, “아파트 가격이 자꾸 하락해 주택 구입 여력이 있는 계층까지도 전·월세를 선호하면서 정작 서민들의 주거 안정이 위협받고 있다”며 “이처럼 전·월세에만 수요가 집중되는 비정상적인 주택시장의 정상화를 위한 방안을 연구해 달라”고 당부했다. ‘딸기박사’로 불리는 이종남씨를 인수위원들에게 알리면서 종자산업 육성까지 요청했다.



 박 당선인은 “금보다 비싼 종자라는 말도 있는데 강원도에 가서 19년간 딸기 품종 국산화에 매진해 온 분을 만났다. ‘딸기박사’로 불리는 이종남 박사다”라며 “정말 농촌의 희망이 종자산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 종자시장 규모가 한 698억(달러)에 달한다고 들었다”며 “그런데 IMF 이후 주요 종자업체가 다국적기업에 다 인수돼 로열티 지급 추정액만 2007년도 133억원, 2012년 205억원이었다. 이것도 만만치 않은 돈이다. 종자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방안도 찾아봐야 한다”고 했다.



 중소기업 육성을 역설하다간 “‘모든 중소기업을 똑같은 방법으로 살리겠다는 것은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것과 같다’는 말을 듣고 ‘참 일리가 있는 말씀’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박 당선인은 앞서 25일 경제1분과와의 토론회에서도 중견기업 지원을 논의하다 “제가 약속하면 여러분(인수위원)이 책임지셔야 해요”라며 위원들을 독려했다. 주거대책을 거론할 땐 “‘내 아들이 저 행복주택에 지금 들어가려고 한다’고 그러면 있는 정성, 없는 정성 다할 것 아니냐”고 했다. 박 당선인은 27일 정리발언에서 “다 타이밍이라는 게 있는데, 늘 시간이 있는 게 아니거든요. 빨리 좀 해주시고요”라고 일에 속도를 내달라고 요구했다.



 ③“당선인 박근혜, 제가 참 다닌 데 많지요?”=박 당선인의 주문사항은 다양한 현장방문 경험을 토대로 나왔다. 그는 이날 ‘딸기박사’ 이종남씨 외에도 중소기업인, 시민단체 인사, 무역인, 나주 농촌마을 주민, 네덜란드 농업정책 관계자, 30년 이상 동네 빵집을 운영한 사람, 백화점 납품업체 사장 등을 발언에 등장시켰다. 그런 뒤 “전부 제가 어디를 갔는데, 어디를 갔는데…. 그러고 보면 대통령 당선인 박근혜, 참 다닌 데가 많지요?”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허진·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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