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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침체 직격탄 … 대불산단 절반 텅텅

중앙일보 2013.01.28 01:16 종합 14면 지면보기
전남 영암군 대불산단 내 한 선박 블록 제작업체 공장 전경. 산단 내 대표적인 업체임에도 최근 수주 물량이 끊겨 공장과 야적장 등이 텅 비어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27일 오전 10시 전남 영암군 대불산업단지의 선박블록 업체인 K사. 도로변 폭 40m가량의 정문이 굳게 닫힌 가운데 출입구 왼편에는 ‘유치권 행사 중’이라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한때 200여 명이 근무했던 공장 내부엔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입구를 지키던 경비원은 “산단 내에서도 제법 큰 축에 드는 회사인데 지난달 부도가 났다”고 말했다. 인근 J업체도 육중한 철문이 내려져 있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선박 블록 등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던 야적장과 공장이 텅 비어 있었다. 산단을 가로지르는 간선도로도 한산하기만 했다. 대형 트레일러가 선박 블록을 싣고 빈번히 오가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B업체 대표는 “공장 문을 열어놓긴 했지만 수주 물량이 없어 5개월째 조업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294곳 중 218곳이 조선 업종
40여 곳은 4대 보험료 못 내
50여 곳 업종 전환 몸부림
‘MB 전봇대’ 발언 땐 호황



 서남권의 최대 산업단지인 대불산업단지가 붕괴 위기로 치닫고 있다. 글로벌 조선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휴·폐업을 하거나 조업을 중단하는 업체가 속출하고 있다. 대불산단은 294개 입주업체의 74%인 218개 업체가 조선 관련 업종이다. 이 가운데 정상 조업을 하는 곳은 절반에 못 미친다. 고사 위기에 내몰린 중소업체와 달리 현대삼호중공업과 대한조선 등은 정상 조업을 하고 있으나 확보해둔 수주물량이 고갈되고 있어 추가 타격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현대의 경우 수주물량이 2011년 말 178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에서 지난해 말에는 88만CGT로 50%가량 줄었다.



 대불산단은 현재 업체 40여 곳이 4대 보험료를 내지 못해 재산이 압류된 상태다. 입주 업체 5개 중 1개꼴로 100만~300만원의 보험료를 4개월 이상 내지 못할 정도로 경영이 악화된 것이다. 입주업체들의 모임인 대불경영자협의회 고창회 회장은 “2008년 글로벌 위기 이후 조선 관련 업체의 수주량이 60%가량 줄어드는 바람에 생존 위기에 몰렸다”고 말했다.



 수주난과 경영압박을 견디다 못한 업체들은 업종 전환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조선 업종과 유사한 해양플랜트나 풍력발전 쪽으로 진출하려는 것이다. 이미 업종을 전환했거나 검토 중인 업체가 50여 곳에 이른다. 하지만 투자비용이 만만치 않고 기술장벽이 높아 상당수 업체는 발만 구르고 있다. 오병기 전남발전연구원 경제사회연구실장은 “대불산단의 산업 다각화를 위한 금융 및 기술지원 등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고용 문제도 심각하다. 대불산단 근로자는 현재 1만1150명으로 2008년보다 약간 늘어났다. 하지만 내국인은 줄고, 60~70%는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외국인 노동자로 채워졌다. 일자리를 잃은 내국인 근로자들은 전북 군산 등으로 옮겨 갔다.



영암=최경호 기자



◆대불산단=전남 영암군에 1989년 10월 착공해 97년 8월 완공된 총 면적 1036만7000㎡의 산업단지. 2008년 1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지적한 ‘산단 내 전봇대 문제’가 이슈가 될 정도로 활황이었으나 글로벌 위기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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