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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풀린 애플 … 제2 노키아냐 일시 추락이냐

중앙일보 2013.01.28 00:37 경제 2면 지면보기
총체적 위기인가, 일시적 바닥인가.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앞세워 전 세계 IT(정보통신)업계의 최강자로 군림해 온 애플 제국의 아성이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선보인 아이폰5가 이전의 돌풍을 잇지 못한 데다 회사의 정체성과 같았던 ‘지속적인 혁신’에 대한 의문까지 제기되며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시총 세계 1위 자리서 밀려나
시장서 새 성장엔진에 의문
“퍼스트 무버 → 패스트 팔로어로”

 일각에선 흔들리는 애플을 두고 바닥까지 추락했던 노키아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관측이 나올 정도다. 실제 최근 애플 안팎에서 나오는 경고 신호는 심상치 않다.



 블룸버그통신은 25일(현지시간) “애플이 미국 뉴욕 증시에서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 자리를 미국의 다국적 석유화학기업 엑손모빌에 내줬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월 25일 엑손모빌을 제치고 시가총액 1위 기업 자리에 오른 지 꼭 1년 만이다. 이날 애플 주가는 전날보다 2.36% 하락한 439.88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4130억 달러로 떨어졌다. 지난해 9월 최고점에 비하면 37%나 급락했다.





 지난 23일(현지시간)에 내놓은 애플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순익 130억8000만 달러(약 13조 9900억원), 매출은 544억5000만 달러(약 58조3500억원)로 사상 최대였다.



 미국 UBS증권의 애널리스트 스티브 밀러노비치는 26일(현지시간) 경제전문채널 CNBC에 출연해 “투자자들을 끌어들일 새로운 촉매가 나오지 않는 한 애플 주가는 하락을 거듭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플은 2002년 아이팟, 2007년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시장을 선도했다. 모두가 종전엔 생각하지도 못했던 ‘시장파괴형’ 혁신 제품들이다. 특히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이끌던 당시 애플은 아이폰·아이패드·앱스토어로 연결되는 독자 생태계를 구축하며 성장을 거듭했다. 애플발 돌풍 속에 10여 년간 휴대전화 1위를 지켜온 노키아는 무너졌다.



 애플의 최고경영자인 팀 쿡의 리더십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애플이 아이폰5의 화면을 키운 것, 7인치 태블릿 PC인 아이패드 미니를 내놓은 것은 모두 과거에 보인 혁신 성과와는 거리가 먼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화면 스마트폰과 한 손으로 쥘 수 있는 태블릿PC는 삼성전자가 갤럭시 시리즈를 통해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들이다. SNS전문가인 박용후 카카오톡 홍보 고문은 “혁신을 앞세워 퍼스트 무버로 업계 1위에 오른 애플이 오히려 삼성을 뒤쫓는 패스트 팔로어의 길로 접어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애플의 미래를 속단하긴 이르다는 게 중론이다. 급락한 노키아나 신제품을 못 내놔 10년 이상 내리막길을 걸어온 소니와 달리 탄탄한 기술력에 실탄(현금 보유액·한화 147조원)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라는 시장파괴형 제품을 내놓은 것처럼 TV 등 다른 영역에서 언제든지 예측하지 못한 신제품을 선보일 수 있다. 실제 팀 쿡은 4분기 실적 발표에서 “믿기지 않는 뭔가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팀 쿡은 다음 날인 24일(현지시간)에는 전 직원들에게 축하 e-메일을 보냈다. 그는 “전분기 애플의 운영체제(OS)인 iOS기기를 7500만 대 이상 판매했다. 이는 애플 혁신의 강력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첨단 기술력과 글로벌 특허 공방으로 삼성전자가 라이벌로 급부상했지만 여전히 애플을 완벽하게 따돌리기엔 내공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애플, 구글 등과 달리 독자 플랫폼이 없는 데다 최근 엔저(엔화 약세), 원화 강세로 발목이 잡힌 형국이다. 미국 토피카 캐피털 마켓의 애널리스트 브라이언 화이트는 “차이나 모바일과의 제휴, 애플 TV 등의 호재가 남아 있다. 장기적으로 현 주가의 두 배 수준으로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업계 관계자도 “최근 주춤하지만 애플엔 다른 기업들보다 월등한 ‘혁신형 파괴 DNA’가 여전히 살아 있다. 애플의 행보를 여전히 주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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