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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터널 지나면 … 그곳은 설국

중앙일보 2013.01.25 04:11 주말섹션 1면 지면보기


올겨울은 눈도 참 많이 내렸다. 아침 햇살 아래 빛나는 설산, 하얀 봉우리 터뜨린 눈꽃만큼 낭만적인 겨울도 없지만 눈꽃 만발한 설산으로 가는 길은 막상 엄두가 나지 않는다. 자동차는 눈길 위에서 좀처럼 말을 듣지 않는다.

[커버스토리] 추억이 소복소복, 겨울 기차여행



퍼뜩 기차여행이 떠올랐다. 기차여행을 주로 판매하는 여행사를 알아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올겨울은 예년보다 호황이란다. 매서운 추위와 눈길 운전을 피할 수 있는 수단은 기차밖에 없다는 걸 눈 밟은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전국 열차노선도를 펼쳐놓고 기차여행 계획을 짰다. 기차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코레일 자회사 코레일관광개발의 도움을 얻었다.



 겨울 기차여행 코스 중에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스테디셀러가 있다. 강원도 영월~정선~태백, 경상북도 봉화~풍기~영주를 거쳐 충청북도 제천까지 내륙 오지를 다녀오는 환상선 눈꽃열차다. 온종일 기차를 타야하지만, 이번 겨울처럼 눈이 많이 내리면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안겨준다. 자동차로는 갈 수 없는 내륙 산간지대를 후벼 파듯이 헤집고 다니기 때문이다. 철도의 역사와 석탄 개발의 역사가 맞물리는 우리 현대사가 남긴 뜻밖의 선물이라 할 수 있다.



 겨울 낭만 여행의 최종 목적지는 의외로 바다다. 바다에 뛰어들지도 못하면서 수많은 청춘이 바다 한 번 보겠다고 동해안으로 달려간다. 바다만 바라보며 달리는 바다열차는 이번 겨울 특히 인기가 높았다. 워낙 추운 날씨 때문이었지만, 지난 연말부터 해 뜨는 시간에 맞춰 출발시간을 앞당긴 덕도 톡톡히 봤다.



 번잡한 게 싫다면 정선선 열차를 권한다. 객차 두 량이 전부인 정선선 꼬마열차가 눈발 헤치며 강원도 심심산골을 달린다. 승객이 워낙 없어 폐선 위기에 몰린 이 낡은 기찻길이 여행자에게 외려 잔잔한 여유를 선한다.



 사실, 어디를 가느냐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중요한 건, 기차에 올라타려는 마음이다. 전철 타고 춘천만 갔다 와도 고속열차 타고 부산에서 바닷바람만 맞고와도, 움츠린 우리네 일상은 활력을 얻을 수 있다. 이번겨울엔 기차를 타자. 기차에 몸을 실으면 저 멀리 떨어

져 있던 겨울의 낭만이 성큼 다가온다.



 글=손민호·나원정·홍지연 기자 ploveson@joongang.co.kr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sdy11@joongang.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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