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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쟁명:임대희] 중국의 원자력 발전소

중앙일보 2013.01.22 09:43
최근에 어떤 분과 대화하다가, 산동반도에만 원자력 발전소가 세 군데 생기는데, 한국에서는 중국 전문가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는 것이 한심하다는 비난을 받았다. 아울러 중국어민들이 한국 영해에서 불법 조업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이를 방관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그래서, 중국의 원자력 발전소의 현황이 어떤지 한번 살펴보았다.



그의 말대로 중국은 산동반도의 남쪽 해변에 세 군데 원자력 발전소를 계획했으나, 지금은 그 가운데 한 곳은 포기하고 두 곳에만 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연평도에서 서쪽으로 200㎞ 지점인 산동성 웨이하이(威海)시의 롱청(榮成)에 만들고 있는 중국의 최대 원자력 발전소인 쉬다오완(石島灣)발전소이다. 이 발전소는 페블베드 원자로(原子爐)로 만들어지고 있는데, 고온가스 냉각형 원자로(High Temperature Gas-cooled Reactor; HTGR) 방식을 사용한다.



본래는 2011년에 착공하려고 했던 것을 일본 후꾸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사고 때문에 중국의 전체 원자력 발전소의 건설이 멈추어졌다가 2012년 말에 이곳에 시범공정을 착공하도록 하여 2017년에 상업운전을 할 예정이다. 그런데, 이곳은 산동반도의 가장 동쪽에 위치한 만큼 한국에서 산동성을 왕래하는 분들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언젠가 쉬다오완(石島灣)발전소에 불의의 사고가 있을 경우 바닷물에 미치는 영향은 말할 것도 없고, 방사능이 편서풍 바람을 타고 한국으로 밀려오는 피해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HTGR이 아직 다른 곳에서 사용된 적이 없는 방식인데, 이에 대해서 그대로 안심해도 되느냐는 우려의 지적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편서풍이라고 해서 항상 서쪽에서 동쪽으로만 부는 것이 아니다. 즉, 남서풍이나 북서풍까지 포함되어야 한다. 계절적으로는 여름(6월중순에서 8월중순까지)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강하므로 동남풍이 불 것이므로 바람이 중국 내부로 올라갈 것이다. 그러나, 장마전선은 북경까지 도달하지 않으므로 이 언저리에서는 다시 남서풍을 타게 되므로 북한의 북부지역이나 중국의 동북지방으로 바람이 가게 된다. 그러나, 그 외의 시기에는 대체로 편서풍(남서풍이나 북서풍)의 영향을 받게 되므로 동쪽에 있는 한국에 피해를 입히게 된다. 확률적으로 쉬다오완(石島灣)발전소에 불의의 사고가 있을 경우에는 방사능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산동성에서는 이곳 이외에도 옌타이(烟臺)시의 하이양(海陽)과 웨이하이(威海)시의 루산(乳山)이 검토대상이었다. 그 가운데, 루산(乳山)의 경우 6㎞ 근처에 있는 인탄(銀灘)의 국가급 풍경지역을 이용하려는 다른 투자가 많이 들어오면서, 이 지역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 계획을 반대하는 의견이 많아졌고 결국은 건설을 포기하게 되었다. 하이양(海陽)의 경우는 현재 계획대로 원자력발전소가 건설 중이다.



1995년까지만 하더라도, 중국에서는 지역에 따라 공장들을 매주 하루를 지정해 정전시켰다. 당시 한국에서 중국으로 공장을 옮겼던 기업인들은 매주 화요일이나 목요일에 있던 정전에 대응하기 위해 골치가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한 이유로 상해(上海)와 소주, 항주 등의 지역에 원활하게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원자력 발전소를 짓기 시작한 곳이 절강성의 쟈싱(嘉興)이었고, 그 후 곧 광동성의 션쩐(深?)에도 발전소가 지어졌다. 그 이후에 2000년대에 이르면 이 두 지역을 중심으로 연이어 증설이 이루어졌을 뿐 아니라, 강소성의 렌윈깡(連雲港)에도 발전소를 짓게 되었다. 그 이후에도 여기저기서 서로 원자력 발전소를 지으려고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고, 이에 대해 국무원(國務院) 상무회의(常務會議)가 승인을 결정했다.







최근 들어서는 호남성, 강서성, 중경시, 사천성 등의 내륙지역에서 원자력 발전소 건설계획을 중앙정부에 제출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것은 그만큼 각 지역의 전력사정이 심각하고, 화력발전소를 짓는 것보다는 환경문제나 자금문제 등에서 그나마 처리하기가 용이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해안에 원자력 발전소를 짓는 것이라 생각하던 필자에게는 상당히 의아하게 생각되었으나,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모양이다. 2003년부터 중국은 파키스탄에 원자력 발전소 4개소를 건설해주겠다고 약속하여 지금 Chashma 1호기(가압경수로형)를 건설하였으며, 추가로 Chashma 2~4호기를 증설하고 있다.



그리고, 원자로형에 관해서는 강소성의 렌윈깡(連雲港)에 채택하고 있는 VVER1000은 1994년에 미국이 북한에 경수로 원자력 발전소를 제공하려고 고려했던 소련형 경수로 방식과 같은 것이다. 증기 발생기가 수평으로 놓여 있으며 가압 경수로보다 크기가 작다. 안전성과 관련해 취약점이 있는데 우선 정상운전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한국형 표준모델을 채택하여 준비했으나 그 이후의 전개과정에서 최종적으로는 중단되었던 적이 있다. 또한, 쉬다오완(石島灣)발전소에서 채택하고 있는 HTGR방식은 효율적인 반면에 시설투자비와 운영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상업적으로는 이용하기 힘든다.



첫 부분에 언급하였듯이, 한국과 중국과의 사이에 여러 가지 문제점이 존재하고 있는데도, 한국의 중국전문가들이 이를 모른 척하고 있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는 뼈아픈 말씀에 감사한다. 많은 분들이 한국에서는 중국에 아무런 문제도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못 하고, 몸을 사리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반드시 그러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혹시라도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고쳐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중국과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식은 굳이 따지듯이 대처하는 것보다는, 이쪽에서도 문제점을 알고 있다는 점을 넌지시 알리면서, 상대방에게 대안을 마련하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가령, 앞으로 양국의 정상들이 만나서 현안을 이야기할 때, 중국어민들의 불법 조업 문제는 오히려 우아한 표정으로, “환경오염 등으로 말미암아 조업이 힘들어진 어부들이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서 ‘이렇게 범죄 행위까지라도 감행하지 않을 수 없는 모양’이어서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라는 표현을 한다던가, 원자력 발전소 문제를 언급할 때에는, “한국에서도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 문제 때문에 최근에 여러 번 재점검하느라 힘들었습니다. 원자력 발전소에 대해서는 다들 불안하게 생각하는 점이 많습니다. 이러한 힘든 문제에 대해서는 서로가 함께 해결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표현해서, 이러한 문제를 양국의 관련 부서 전문가들이 만날 수 있는 계기로 발전시켜 주는 것이 오히려 나으리라고 생각한다. 중국과는 그 자리에서 모든 점을 한꺼번에 해결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임대희 경북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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