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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헌재소장·검찰총장 임명하는 방식 고쳐야”

온라인 중앙일보 2013.01.20 07:54
법조 3륜(輪)의 한 축인 변호사 업계를 이끌었던 신영무(69)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다음 달 25일에 2년 임기를 마친다. 신 회장을 18일 서울 서초동 변협회관에서 만났다. 평소 법조계 현안에 대해 소신 발언을 해 온 만큼 이 자리에서도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자질 논란, 변협 회장 직선 과열, 사법 개혁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내놨다. 그는 이 후보자 논란에 대해 “안타깝다”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철저한 검증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이 후보자에게 큰 흠결이 있다면 2006년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게 잘못”이라며 “그렇다면 당시 정치권과 언론이 적당히 넘어간 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헌재 소장이나 검찰총장을 임명하는 현행 방식을 고칠 것을 제안했다. 그는 “별도의 독립적 위원회가 복수 후보를 추천해 대통령이 선택하도록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내달 2년 임기 끝나는 대한변협 신영무 회장

-한 달 뒤면 임기가 끝나는데.

“법무법인 세종을 설립한 뒤 30년 넘게 나 자신을 위해 일했다. 그러다가 변협 회장에 당선됐다. 어려운 시련도 겪었지만 남을 위해 봉사해 정말 좋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업은.

“국제중재센터를 서울에 만든 것이다. 현재 아시아에선 싱가포르·홍콩에 국제중재센터가 있다. 서울에 센터가 생기면 한국이 한ㆍ중ㆍ일 국제중재의 허브, 더 나아가 국제법률시장의 허브로 나아갈 수 있다. 이를 위해 유명 중재기관인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CA)·홍콩국제중재센터(HKICA)·파리 국제중재법원(ICC) 등과 MOU를 맺었다. 미국중재협회(AAA)와도 곧 MOU를 할 예정이다. 또 공익소송특위, 지자체 세금낭비조사특위 등 공익을 위한 사업을 추진한 것도 보람 있었다.”



변협은 출범 61년 만에 지난 14일 처음으로 회장 직접선거를 치렀다. 당시 김현(57) 후보가 최다 득표를 했지만 전체 유효 투표 수의 3분의 1을 얻지 못했다. 이 때문에 21일 김 후보는 위철환(55) 후보와 결선투표를 치른다.



-변협 회장선거에서 과열 선거운동 등 여러 잡음이 들린다.

“직선제의 영향 때문은 아니다. 민주주의가 성숙하려면 불가피한 일이다. 후보들이 검증 차원에서 상대방을 비판하는 것은 좋다. 다만 전국적으로 선거운동을 하다 보니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건 문제다. 또 의식 수준이 높은 유권자인 변호사들을 상대로 포퓰리즘 공약을 남발하는 게 아쉽다.”



-신 회장은 변협의 공익성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준법지원인(상장기업의 준법경영을 감시하는 직책) 도입 과정에서 변협이 회원들 밥그릇을 지키는 데 힘썼다는 비판도 있다.

“준법지원인은 꼭 필요한 제도다. 법률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생적으로 생겨야 한다. 독일 지멘스 등 글로벌 기업들은 준법지원인을 두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비용으로만 바라본다. 두고 봐라. 비용이라고 생각하고 (준법지원인을) 안 쓰는 기업은 나중에 호되게 맞을 날이 올 거다.”

신 회장은 재임 중 검찰총장 임명, 검경 수사권 조정,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등 현안이 있을 때마다 법조계 원로로서 목소리를 냈다. 그는 2년 전 중앙SUNDAY와의 인터뷰(2011년 12월 11일자)에선 현직 판사들의 정치적 발언이 잇따르자 “판사가 마음대로 정치 발언을 하려면 법복을 벗고 국회로 가는 게 옳다”고 일침을 가한 바 있다.



-왜 그렇게 했나.

“국가적 이슈나 정치적 문제가 있을 때 원로들이 말을 해 줘야 한다. 그게 변협 회장의 역할이다. 지금 생각해 보니 오히려 충분히 말을 다하지 못했다.”

화제는 자연스럽게 이동흡 헌재 소장 후보자 자격 논란으로 옮겨 갔다. 그는 “말을 아끼겠다”고 언급을 꺼렸다. 그러나 거듭된 질문에 ‘원칙론’이라는 전제 아래 입을 열었다.



-왜 의견을 내지 않고 있나.

“이 후보자에 대해 잘 모른다. 잘 알지 못하는데 평가할 순 없잖나. 이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의혹들을 해명하겠다’고 말했다. 본인 얘기대로 청문회에서 당당히 소명하고 해명해야 한다. 거기서 하자가 드러난다면 깨끗하게 물러나는 게 좋다.”



-하루가 멀다 하고 논란거리가 계속 나오는데.

“안타깝다. 이 후보자가 헌법적 가치를 제대로 해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과 리더십을 갖춘 사람인지, 법과 원칙과 양심에 따라 판단할지를 검증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조직에서 신망도 받아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검증이 필요하다.”



-지난해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됐다. 헌재가 계속 위기를 맞는 것 아닌가.

“대통령이 헌재 소장을 임명하는 지금의 제도가 문제다. 위원회가 추천한 복수 후보를 놓고 사전검증을 제대로 한다면 이런 사태를 예방할 수 있다. 이 후보자는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됐던 2006년에 국회 청문회를 통과했다. 그런데도 계속 의문이 제기된다면 그 당시 청문회가 잘못된 거다. 당시 정치권과 언론들이 적당히 넘어간 셈이다.”



-지난해 막말 판사, 비리 검사, 비위 변호사 등 법조계에서 도덕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우리나라 인성교육이 제대로 안 돼 그렇다. 교육이 제대로 돼야만 한다. 어렸을 때부터 선행학습을 받으면서 쉴 틈이 없다. 체력 관리도 어렵다. 그러다 보니 삶의 목표나 가치, 보람 있는 인생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없다. 오로지 ‘어떻게 출세할까’ 또는 ‘어떻게 하면 저 사람을 이길까’만 생각한다. 교육제도를 확 뜯어고쳐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한 달 앞두고 대통령직인수위가 사법개혁을 논의하고 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사법개혁 얘기가 나온다.

“제도의 문제도 있지만 제도를 운용하는 사람의 문제가 더 크다. 제도를 운용하는 사람이 훌륭하면 제도가 제 역할을 한다. 그렇지 못하니까 제도라도 개선하자는 취지다.”



신 회장은 대법원의 역량 확대도 언급했다. “대법원의 경우 너무 사건이 많다. 재판받을 권리가 상당히 침해될 정도다. 그래서 변협은 꾸준히 대법관의 수를 늘리자고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법개혁의 핵심은 검찰개혁이다. 어떤 방향으로 해야 하나.

“검찰총장을 중립적 인사로 뽑아야 한다. 그러려면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원회를 바꿔야 한다. 지금 추천위는 법무부 장관이 위원장이다. 정치적으로 눈치를 안 볼 수 없다. 사회 원로가 위원장을 맡아 복수 후보를 추천한 뒤 대통령이 그중 한 명을 고르도록 바꿔야 한다.”



-대검 중수부 폐지와 검경 수사권은 어떻게 보나.

“아무 대안 없이 중수부를 폐지하면 안 된다. 새로운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사실 사람의 문제지 제도의 문제는 아니다. 공정한 사람을 검찰총장으로 앉히면 된다. 또 경찰에게 수사권을 주는 게 맞다. 이를 위해선 경찰 수사인력의 자질 향상이 중요하다. 또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할 장치가 필요하다. 사법경찰을 행정경찰로부터 분리해야 한다.”



-다음 달에 임기를 마친 뒤 계획은.

“환태평양변호사협회(IPBA) 서울총회와 서울국제중재센터 일에 매진할 거다. 내가 서울국제중재센터 초대 이사장이다. 서울대 법대 총동창회장인 만큼 형편이 어려운 후배들에게 장학금이 지급되도록 힘쓰겠다. 내가 창업한 법무법인이니 세종에 복귀할 생각이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정리=권은율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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